여자바둑, 최정 독주 속 치열한 ‘넘버 2’ 경쟁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2021. 7. 27.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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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바둑] 김채영·오유진·조승아 난형난제
金 오청원배 원년 챔프 ‘맏언니’
吳 균형감각 일품, 국제무대 단골
曺 올들어 17연승 등 무서운 기세
여자 바둑계 ‘터줏대감’ 최정의 후계 자리를 노리며 3각 라이벌 관계를 형성 중인 김채영 오유진 조승아(왼쪽부터).한국기원

한국 여자 바둑 2인자 자리를 다투는 3파전이 점입가경이다. 장장 92개월 연속 톱 랭커로 군림 중인 ‘여제(女帝)’ 최정(25)을 잇는 후계 싸움이다. 7월 기준 랭킹 2위 오유진(23), 3위 김채영(25), 4위 조승아(23)가 최정 뒤에서 펼치는 각축이 치열하다.

김채영 6단은 바둑 가족(아버지 김성래 6단, 동생 김다영 4단) 일원으로 유명한 기사. 2011년 입단, 2014년 제19기 여류국수전서 우승하면서 ‘포스트 루이나이웨이’ 시대 새 주역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1년 앞서 입단한 최정이 아직 1인자로 자리를 굳히기 전이었다.

3명 중 맏언니 격인 김채영은 2018년 열린 오청원배 세계 대회 원년 우승자 출신. 당시 결승 상대가 최정이었다. 김채영은 2017년부터 3년에 걸쳐 여자바둑리그 역대 2위 기록인 25연승(포스트시즌 포함)을 질주하는 등 여자 바둑계서 높은 위상을 누려왔다.

김채영에게 강력한 도전장을 던지며 등장한 기사가 오유진 7단이다. 입단 전 남자 연구생들을 제치고 국제 청소년 대회 한국 대표에 뽑혀 화제를 낳다가 2012년 입단했다. 국내·국제 무대 우승 횟수 각 1회로 김채영과 같다. 2016년 제7회 궁륭산병성배와 21기 여류국수전을 연속 접수, 한 달 새 2번 우승했다.

오유진은 한국이 황룡사배, 천태산배 등 여성 국제 단체전을 휩쓸 때마다 핵심 멤버로 활약했다. 2015년 여자바둑리그 다승상과 MVP 동시 석권도 빼놓을 수 없는 경력. 김채영과 벌이는 랭킹 싸움에선 지난 해 7월 한 차례를 제외하면 2년 넘게 한 칸 위(2위)를 지키고 있다.

조승아는 오유진과 동갑이지만 프로행은 4년이나 늦었다. 입단 대회 때마다 불운이 반복됐던 탓이다. 프로 활동 기간이 짧다 보니 아직 입상 경력도 김채영, 오유진에 비해 떨어진다. 데뷔 이듬해인 2017년 여자리그 9승(5패), 제1회 여자기성전 4강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그 조승아가 올해 들어 무섭게 폭발 중이다. 26일 현재 성적 36승 9패로 승률이 8할에 이른다. 이 중엔 여자리그(9승 1패)와 중국 여자갑조리그(6승 1패) 등 ‘A플러스’급 성적이 포함돼 있다. 5~6월에 17연승을 질주하다 7월 5일 문민종에게 반집패 해 제동이 걸렸다.

3인 간의 통산 상대 전적도 팽팽한 균형이 지속되고 있다. 김채영은 오유진에겐 8승 6패로 앞섰고, 조승아와는 4승 4패 중이다. 지난주 여자바둑리그서 맞대결이 이뤄져 조승아가 승리, 타이가 됐다. 오유진 대 조승아는 오유진이 7승 5패로 우세하지만 올해만 따지면 조승아가 3연승 중이다.

3명의 우열을 지금 단정하기는 어렵다. 파도처럼 덮쳐오는 각종 대국 결과에 따라 기상도가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 지난주만 해도 셋은 국제 대회인 오청원배에 동반 출전, 열전을 펼쳤다. 김채영은 일본 12세 소녀 스미레와 치른 24강전서 패한 아픔이 컸다. 조승아와 오유진은 8강의 벽 앞에서 막혔다.

여자바둑리그 전속 해설위원인 최명훈 9단은 오유진 김채영 조승아의 장점으로 각각 균형 감각, 안정감, 기세를 꼽았다. 반면 승부 기질, 기본기, 운영 요령이 각각 조금씩 부족해 보인다는 지적. 최 9단은 “종합적으로 난형난제여서 누가 치고 나갈지 흥미롭게 지켜보는 중”이라고 했다. 국내 여성 프로 74명 중 ‘넘버 2’ 자리를 다투는 경쟁이 복중 폭염보다 더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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