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그늘마다 자비 베푼 스승” 천주교·정치인도 월주 스님 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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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佛)! 법(法)! 승(僧)!”
외침과 함께 장작더미에 불이 붙었고, 이내 연기가 피어올랐다. 참석자들 사이에선 “큰스님, 뜨거워요. 나오세요”라는 흐느낌도 들렸다.
지난 22일 입적한 한국 현대불교 거목 월주(月珠) 스님의 영결식과 다비식이 26일 전북 김제 금산사에서 조계종 종단장으로 엄수됐다. 월주 스님은 경실련, 우리민족서로돕기, 실업극복국민공동위원회, 나눔의집, 지구촌공생회 등을 통해 국내외의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평생 앞장섰다.
영결식 참석자들은 월주 스님의 이같은 삶을 기리며 추모했다.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은 “월주 대종사께서는 불교의 역할이 편안과 안락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늘지고 고통받는 중생과 함께하는 것이기에 국내와 해외를 막론하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자비행을 실천하신 종장(宗匠)이셨다”고 말했다. 월주 스님의 제자인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스승의 삶에서 ‘쉼’이라는 시간과 공간은 결코 존재하지 않았다”며 “홍대(鴻大)한 스승의 은혜를 결코 잊지 않고 이어가겠다”고 다짐하며 울먹였다. 천주교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는 “이제 육안으로는 스님의 온화한 모습을 볼 수 없고, 주옥 같은 가르침도 들을 수 없지만 앞으로도 스님의 모습과 가르침을 기억하는 지킴이가 되겠다”고 말했다. 영결식에서는 광주 5·18단체와 위안부 할머니들의 추모사도 공개됐다. 5·18민주유공자유족회 등 4개 단체는 “1980년 10월 월주 스님은 전두환 군부정권 지지성명 지시를 거부하고 5·18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행사를 봉행했다”며 “수행과 자비행을 몸소 보여준 월주 스님을 추모하고 서로에게 위로와 희망, 더 나은 변화를 일으킨 고인을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나눔에 집’에서 생활하는 강일출 할머니는 추모 동영상을 통해 “(나눔의 집에)자주 오고 나에게 잘해주셨던 분”이라며 “많이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5일장으로 치러진 월주 스님의 빈소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정세균 최재형 박용진 김두관 이재명 이낙연 등 대선주자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26일 영결식에는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참석했다.
2시간에 걸친 영결식 후 월주 스님의 법구(法軀·시신)는 ‘나무아미타불’ ‘무상(無常)’ ‘큰스님 안녕’ 등 글귀가 적힌 500여 만장(輓章)이 인도하는 가운데 대적광전과 미륵전 부처님에게 마지막 인사를 드린 후 다비장으로 옮겨졌다.
한편 이날 영결식에는 서의현 전 조계종 총무원장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서 전 원장은 1994년 총무원장 3선 연임을 강행하다 종단 개혁 세력의 반대에 부딪혀 사퇴했다. 당시 양측은 폭력 충돌해 공권력이 투입되는 사태가 벌어졌으며 이후 서 전 원장은 승적을 박탈당했다. 월주 스님은 당시 개혁 세력의 정신적 지주였고, 이후 치러진 선거를 통해 28대 총무원장에 당선됐다. 1994년 종단 사태 이후 월주 스님과 서 전 원장이 공개석상에서 만난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 전 원장은 지난해 11월 논란 속에 복권됐으며 이날 영결식에는 ‘동화사 회주’ 자격으로 참석했다. 장의위원회는 영결식장 내 서 전 원장의 좌석을 앞에서 두번째 줄에 배치하며 배려했다. 서 전 원장은 “월주 스님과 저는 대중적으로는 문제 있는 것처럼 보였어도 개인적으로 친분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김제=김한수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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