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앙투아네트' 김소향 "나만의 우아함 찾아..인생 캐릭터 만들래요"
거리두기 격상에 무대 간절함 커져
"정말 잘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 뿐
데뷔 20년차 청심환 먹고 무대 올라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의 세 번째 시즌 막이 올랐던 지난 13일. 타이틀롤을 맡은 뮤지컬배우 김소향은 백스테이지에서 대기하다 콩닥콩닥, 요동치는 가슴을 진정시키려 급하게 우황청심환을 찾았다. 숱한 무대에 서며 ‘평정심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데뷔 20년차 베테랑 김소향이 처음 느껴본 ‘극한의 긴장감’이었다. 자신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 후에 더 커진 무대에 대한 간절함이 무거운 책임감과 부담감으로 다가와 그의 어깨를 짓누른 것이다.
‘마리 앙투와네트’는 프랑스 왕비였으나 18세기 프랑스 혁명으로 단두대에서 생을 마감한 마리 앙투아네트의 드라마틱한 삶을 다룬 작품이다. 혁명을 선도하는 허구의 인물 마그리드 아르노를 등장시켜 진실과 정의의 참된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2019시즌에 이어 두 시즌 연속 참여하는 김소향은 이 작품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다. 그는 “나에게 다시 도전 정신을 고취시켰다”면서 “인생의 전환점이 된 세 작품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는 ‘마리 앙투아네트’ 외에 국내 복귀작인 ‘모차르트’, 창작 뮤지컬의 매력을 일깨워준 ‘마리퀴리’를 인생작으로 꼽았다.
주로 진취적이고 당당한 여성 캐릭터를 맡았던 김소향에게 비운의 왕비 역할은 그 자체만으로 큰 도전이었다. 왕비의 위엄을 보여주기 위해 걸음걸이부터 행동, 말투, 손짓, 표정까지도 하나하나 새로 익혀야 했다. 청아한 음색과 좌중을 압도하는 풍부한 성량이 매력인 김소향이지만, 목소리에 왕비의 우아함이 묻어나지 않는 것도 고민거리였다. “날마다 도전하는 마음으로 무대에 올랐다”던 그는 “이번 시즌을 준비하면서 김문정 음악감독과 정말 많은 얘기를 나누고 레슨을 받으며 드디어 ‘나만의 우아함’을 찾아낸 것 같다”며 흡족해 했다. 그는 한 시간여 진행한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정말 잘 하고 싶다”, “나의 대표작으로 만들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소향은 3년 여 미국 유학 생활을 마치고 국내에 복귀한 뒤 쉼없이 무대에 오르고 있다. 그는 “매일 무대에 서야 하는 체질인 것 같다”며 “공연이 없는 날 집에 있으면 아침부터 머리가 지끈거린다”며 웃었다. 작품 욕심이 많아 겹치기 출연도 잦은 그는 “힘들기는 해도, 더 바짝 긴장하게 되는 장점도 있다”면서 “겹치기 출연하는 동안에는 정말 몸을 사리고 바르게 살려고 노력한다”고 부연했다. 김소향은 매일 한 시간 가량 남산을 오르며 체력을 관리한다. 집에서는 틈틈이 윗몸 일으키기, 팔굽혀펴기 등의 근력 운동을 한다. 어려서 기계체조· 육상 선수로 활약했던 그는 “뮤지컬 배우를 하지 않았다면 태릉인이 됐을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TV 드라마나 영화 등 다른 장르 진출 계획을 묻자 “지금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유를 묻자 “무대와 너무 사랑에 빠져서”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다만 그는 “계속 무대에 서다가 50살 즈음 다른 장르를 하고 싶다”며 “그 나이 정도 되면 내 영역에서 만족할 만한 게 하나라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마리 앙투아네트’로 연기 영역을 확장한 김소향은 이번 시즌 한층 더 성숙한 모습으로 ‘인생 캐릭터’ 경신을 약속했다. 공연은 오는 10월 3일까지 샤롯데씨어터. 김소향 외에 김소현, 김연지, 정유지, 민우혁, 이석훈, 이창섭, 도영, 민영기, 김준현, 이한밀, 박혜미, 윤선용, 문성혁, 한지연, 주아 등이 출연한다.
윤종성 (js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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