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화 거부한 재일교포 안창림, 투혼의 동메달
도쿄 태생 재일교포 3세인 한국 유도 대표팀 안창림(27·KH그룹 필룩스)이 자신의 올림픽 첫 메달을 도쿄에서 따냈다.
안창림은 26일 일본 부도칸(武道館)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유도 남자 73㎏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루스탐 오르조프(아제르바이잔)를 상대로 절반승을 거두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두 선수가 나란히 지도 2개씩을 받아 반칙패(지도 3개) 위기에 몰려 서로 공세에 나섰는데, 안창림이 종료 7초를 남기고 한팔 업어치기에 성공해 절반을 얻으면서 그대로 경기가 끝났다.
경기를 마치고 환하게 웃던 안창림은 송대남 코치가 자신을 번쩍 들어 올리며 “열심히 했다”고 위로하자 눈물을 쏟았다. 기쁨과 아쉬움이 섞인 눈물이었다. 안창림은 “후회는 없다”면서도 “5년간 모든 걸 걸고 노력했는데, 원하는 결과(금메달)가 나오진 않아 (스스로) 납득은 안 간다”며 여러 번 아쉬워했다. 일본 유도를 상징하는 곳인 부도칸에 태극기가 올라가는 것에 대해서도 “맨 윗자리가 아니라서 별 느낌이 없다”고 했다. 이날 금메달은 이 체급 최강자 오노 쇼헤이(일본)가 차지했다.
안창림은 어린 시절부터 ‘태극마크를 달고 재일교포를 대표해 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6세 때 교토로 이사하고, 요코하마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그는 유도 명문 쓰쿠바대학에 진학해 2학년 때 부도칸에서 첫 전국대회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 국적과 안창림(安昌林)이란 한국 이름을 고수하던 그가 유망주로 떠오르자 당시 대학 감독은 “넌 일본 대표팀에 충분히 오를 수 있다”며 귀화를 제안했다.
그러나 그는 고민 끝에 이를 뿌리친 뒤 한국 용인대에 편입했다. 그는 “그 선택에 대해 지금까지 후회한 적이 없고, 잘했다고 생각한 적도 없다. 한국 국적은 그저 내가 태어날 때부터 내게 주어진 운명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할아버지·할머니가 생명을 걸고 국적을 지켰다는 사실을 결코 잊을 수 없다”며 “한국 국적을 내 대(代)에서 잃기는 싫었다”고 했다.
안창림은 32강, 16강, 8강전에서 모두 골든 스코어(연장전)로 가는 접전을 펼쳐 세 번 모두 안다리후리기 절반승을 거뒀다. 그렇지만 준결승에선 연장 끝에 지도 3개를 받아 반칙패했다. 송대남 코치는 “심판도 경기의 한 부분이지만, 아쉬운 건 사실”이라고 했다.
이날 여자 57㎏급에 출전한 효고현 출신 재일교포 3세 김지수(21·경북체육회)는 32강전에 절반 두 개를 따내 올림픽 첫 승리를 거뒀지만, 16강에서 절반패하며 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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