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화 거부한 재일교포 안창림, 투혼의 동메달

도쿄/김상윤 기자 2021. 7. 27.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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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유도 심장부서 태극기 올려

도쿄 태생 재일교포 3세인 한국 유도 대표팀 안창림(27·KH그룹 필룩스)이 자신의 올림픽 첫 메달을 도쿄에서 따냈다.

안창림은 26일 일본 부도칸(武道館)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유도 남자 73㎏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루스탐 오르조프(아제르바이잔)를 상대로 절반승을 거두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두 선수가 나란히 지도 2개씩을 받아 반칙패(지도 3개) 위기에 몰려 서로 공세에 나섰는데, 안창림이 종료 7초를 남기고 한팔 업어치기에 성공해 절반을 얻으면서 그대로 경기가 끝났다.

동메달을 결정지은 안창림은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올림픽공동사진취재단

경기를 마치고 환하게 웃던 안창림은 송대남 코치가 자신을 번쩍 들어 올리며 “열심히 했다”고 위로하자 눈물을 쏟았다. 기쁨과 아쉬움이 섞인 눈물이었다. 안창림은 “후회는 없다”면서도 “5년간 모든 걸 걸고 노력했는데, 원하는 결과(금메달)가 나오진 않아 (스스로) 납득은 안 간다”며 여러 번 아쉬워했다. 일본 유도를 상징하는 곳인 부도칸에 태극기가 올라가는 것에 대해서도 “맨 윗자리가 아니라서 별 느낌이 없다”고 했다. 이날 금메달은 이 체급 최강자 오노 쇼헤이(일본)가 차지했다.

안창림은 어린 시절부터 ‘태극마크를 달고 재일교포를 대표해 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6세 때 교토로 이사하고, 요코하마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그는 유도 명문 쓰쿠바대학에 진학해 2학년 때 부도칸에서 첫 전국대회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 국적과 안창림(安昌林)이란 한국 이름을 고수하던 그가 유망주로 떠오르자 당시 대학 감독은 “넌 일본 대표팀에 충분히 오를 수 있다”며 귀화를 제안했다.

그러나 그는 고민 끝에 이를 뿌리친 뒤 한국 용인대에 편입했다. 그는 “그 선택에 대해 지금까지 후회한 적이 없고, 잘했다고 생각한 적도 없다. 한국 국적은 그저 내가 태어날 때부터 내게 주어진 운명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할아버지·할머니가 생명을 걸고 국적을 지켰다는 사실을 결코 잊을 수 없다”며 “한국 국적을 내 대(代)에서 잃기는 싫었다”고 했다.

안창림은 32강, 16강, 8강전에서 모두 골든 스코어(연장전)로 가는 접전을 펼쳐 세 번 모두 안다리후리기 절반승을 거뒀다. 그렇지만 준결승에선 연장 끝에 지도 3개를 받아 반칙패했다. 송대남 코치는 “심판도 경기의 한 부분이지만, 아쉬운 건 사실”이라고 했다.

이날 여자 57㎏급에 출전한 효고현 출신 재일교포 3세 김지수(21·경북체육회)는 32강전에 절반 두 개를 따내 올림픽 첫 승리를 거뒀지만, 16강에서 절반패하며 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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