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은 없다, 광주의 추억 떠올렸을 뿐" 호주 수영여제가 떴다

성진혁 기자 2021. 7. 26.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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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별] 티트머스, 자유형 400m 금메달
2019년 광주 세계선수권 이어 리우 4관왕 美러데키 또 따돌려
코치, 훈련장서 "광주를 생각해"
아리안 티트머스(호주)가 26일 자유형 400m 결선에서 2016 리우 올림픽 4관왕 케이티 러데키(미국)를 제치고 우승한 뒤 웃음 짓고 있다. 티트머스는 “위대한 챔피언(러데키)을 넘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광주에서 했던 400m를 생각해!”

딘 박스올 코치는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아리안 티트머스(21)를 지도하면서 2019 세계수영선수권을 떠올리라고 주문했다. 호주의 티트머스는 2년 전 한국 광주광역시에서 열렸던 세계선수권 여자 자유형 400m에서 미국이 자랑하는 케이티 러데키(24)를 따돌리고 우승했다. 당시 만 19세 생일을 한 달여 앞둔 어린 나이에 챔피언에 오른 것이다. 호주 동남쪽 섬 태즈메이니아 출신인 티트머스는 2015년 가족과 호주 본토인 퀸즐랜드의 브리즈번으로 이사해 본격적으로 수영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러데키(183㎝·73㎏)는 10대 중반부터 여자 자유형의 세계적인 강자로 떠오른 선수다. 리우올림픽 4개 포함, 올림픽 통산 금메달 5개를 땄다. 세계선수권에선 15차례 시상대 맨 위에 섰다. 자유형 400m·800m·1500m 세계기록 보유자이기도 하다. 단거리로 분류되는 200m부터 수영장에서 열리는 최장거리 종목인 1500m까지 섭렵한 천재다.

도쿄올림픽은 ‘왕좌’를 되찾으려는 러데키와 새로운 ‘여제’로 오르려는 티트머스가 격돌하는 운명의 무대였다. 첫 대결이자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400m 경기가 26일 도쿄 수영경기장에서 열렸다. 예상대로 러데키가 레이스를 주도했다. 2016 리우올림픽 이후 몸 상태가 가장 좋아 보였다. 4번 레인에서 출발하면서부터 300m 구간까지 선두를 지켰다. 스스로도 “부드럽고 강한 수영을 하고 있다”고 자부할 정도였다. 그런데 300m를 지나고 나서 바로 옆 3번 레인 선수가 치고 나오기 시작했다.

‘터미네이터’라는 별명을 가진 티트머스(177㎝·63㎏)였다. 350m 구간에서 선두로 나서더니 마지막 50m를 스퍼트하며 거리를 더 벌렸다. 티트머스는 3분56초69로 가장 먼저 들어왔다. 러데키가 2016 리우 올림픽에서 세웠던 현 세계기록(3분56초46)엔 약간 못 미쳤지만, 역대 둘째로 빠른 역영이었다. 러데키는 3분57초36으로 2위를 했다.

관중석 위쪽에 있던 박스올 코치는 격정을 이기지 못하고 괴성을 지르며 미친 듯 몸을 흔들었다. 마스크를 벗어 손에 쥐더니 허공에 마구 주먹질도 했다. 그와 티트머스는 경기 전에 별다른 작전을 짜지는 않았다. “재밌게 하자”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훈련 때 티트머스를 한계까지 몰아붙이곤 했던 그가 이날은 모든 걸 선수에게 맡겼다.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믿기 어려울 정도로 침착한 레이스를 펼치며 금메달을 딴 티트머스는 “하늘을 날아가는 느낌”이라며 기뻐했다. 코로나 사태로 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서 대회가 취소될까 봐 불안했지만, 결국 도쿄로 오게 되어 안도했다고 한다.

티트머스는 ‘롤 모델’이자 경쟁자인 러데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열심히 쫓아가야 할 러데키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했다. 러데키가 자유형 종목에서 그동안 쌓아 온 위대한 업적을 본받으려고 노력했다는 얘기였다. 티트머스는 풀 밖으로 나와 러데키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복스올 코치에 대해서도 “내게 가장 중요한 분”이라며 공을 돌렸다.

2년 만의 재대결에서 또 티트머스에게 잡히며 올림픽 2연패(連覇)에 실패한 러데키는 “그만하면 잘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필사적으로 싸운 기분이라 너무 실망스럽지는 않다”고 했다.

두 스타의 싸움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티트머스는 자유형 200m, 800m, 800m계영에 나서 다관왕에 도전한다. 러데키는 자유형 200m, 800m, 1500m와 계영에 출전 신청을 했다. 장거리 종목에선 여전한 경쟁력을 뽐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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