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아빠 찬스' 포기 못한 일본 정치권

김윤나영 기자 2021. 7. 26.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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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중의원 ‘세습 공천’ 다시 논란
인지도·자금 등 경쟁력 유리
여야 모두 개혁에는 소극적

총선을 석 달여 앞둔 일본 정치권에서 ‘아빠 찬스’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지역구를 자식에게 물려주는 다선 의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은 26일자 사설에서 “각 정당은 정치 세습 금지를 검토하자”고 주장했다. 지난달 정기국회가 끝나자 자민당 중의원인 시오자키 야스히사 전 관방장관, 야마구치 다이메이 선거대책위원장, 가와사키 지로 전 후생노동상이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장남이나 차남에게 지역구를 물려줬다. 시오자키 의원과 가와사키 의원은 본인들도 각각 2, 3대 세습 정치인이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에서는 아라이 사토시 전 국가전략상이 장남에게 지역구를 물려줬다.

지역구 세습 제한은 일본의 묵은 정치개혁 이슈 중 하나다. 2017년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 당선자 중 지역구를 물려받은 이른바 ‘니세이(2세) 의원’은 83명으로 전체 의원의 29%에 달했다. 집권 자민당의 40%와 내각을 구성하는 각료의 절반가량이 세습 의원이다.

아사히신문은 “정치 세습은 새로운 인재에 대한 문호를 좁히는 기득권 지키기로 이어질 수 있고, 사회 변화에 대응하는 정치의 힘을 약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정치권 스스로 공천 개혁을 핵심 공약으로 내건 적이 있다. 민주당은 2009년 총선 당시 자당 소속 현직 국회의원의 지역구 세습을 막겠다고 약속했다. 자민당도 부랴부랴 세습 공천 제한을 뒤따라 공약했지만, 총선에서 패해 여당 자리를 내줬다. 당시 공약을 책임졌던 인물이 바로 스가 요시히데 현 총리다. 스가 총리는 당시 “폭넓고 다양한 인재를 후보자로 등용해야 하지만, 특정인이나 특정 단체를 위한 정당이 되면서 국민 눈높이에서 어긋나기 시작했다”며 “당의 체질 개선책 중 하나가 세습 문제”라고 말했다. 고향 아키타에서 멀리 떨어진 요코하마에 출마할 수밖에 없던 스가 총리는 세습 정치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그러나 2012년 자민당이 정권을 탈환하면서 정치 개혁은 없던 일이 됐다. 과거 세습 공천 제한을 공약했던 스가 총리도 지난해 취임 후 아소 다로 부총리, 고노 다로 행정개혁상,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 등 세습 정치인을 두루 기용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일본 정치권이 세습 공천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세습 정치인의 본선 경쟁력이 더 높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인지도를 쉽게 높일 수 있는 데다 정치자금도 상속받아 선거운동을 벌이기 쉽다.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은 지난 20일 “인물이 좋은가로 최종 후보를 결정하고 있기에 세습이라서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세습 공천이 장기적으로는 정치권에 역풍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케이신문은 이날 스가 총리의 과거 ‘세습 제한’ 공약을 언급하며 “선거에서 과거 행동과 일관성이 없는 것으로 보이면 신용이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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