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기억공간' 서울시의회로 임시 이전

문광호·강은·민서영·허남설 기자 2021. 7. 26.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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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유족들 중재안 수용…27일 오전 10시 회견 후 직접 옮기기로
광화문광장 공사 끝난 뒤에 서울시와 ‘유지 방안’ 추가 협의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기억공간’이 옮겨진다.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서울시의회의 중재안을 수용해 기억공간을 일단 시의회로 이전하고, 광화문광장이 새로 조성된 이후 기억공간의 유지 방안은 추후 협의키로 했다.

장동원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총괄팀장은 26일 밤 회의를 마친뒤 “서울시의회 중재안 대로 기억공간을 임시공간으로 옮기기로 한 것에 동의했다”면서 “내일 오전 10시 기자회견이 끝나고 가족들이 직접 손으로 포장해서 기억공간을 옮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광화문광장이 새로 조성된 이후 기억공간을 어떻게 할지 부분에 대해선 서울시와 추가 협의를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세월호 유족 간 면담에선 서울시의회가 제안한 중재안이 논의됐다. 이어 가족협의회는 이날 밤 9시쯤부터 30여분간 회의를 통해 입장을 정리했다. 중재안 내용은 광화문광장 공사기간에 기억공간을 서울시의회 야외공간으로 축소 이전한 뒤 광화문광장이 재조성되면 광장에 설치될 촛불시민혁명 기념물에 세월호 참사 내용을 담자는 것이다.

당초 이날 중 철거를 예고했던 서울시 기류는 오후 5시쯤 유가족과 면담이 성사되면서 바뀌었다. 면담 직후 김혁 서울시 총무과장은 기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유족 측의 내일(27일) 오전까지 철거 일시유예 요청이 있어 일시유예한다”고 밝혔다.

이날도 기억공간의 존치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요구는 이어졌다. 서울 망원동 주민 조모씨(33)는 직접 만든 피켓을 든 채 섰다. 피켓에는 노란 리본과 함께 ‘더 이상 잃거나 잊고 싶지 않습니다’라는 말이 적혔다. “세월호 지긋지긋하다. 물러가라”는 보수 유튜버들의 고성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서 있기만 해도 땀이 흐르는 무더위에도 광장에 선 이유를 묻자 “4·16 사고에 빚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피켓시위 참가 행렬은 오전부터 줄을 이었다. 4·16연대 측에 따르면 오전 7시부터 오후 1시20분까지 피켓시위에 참여한 인원은 92명에 달했다. 1인 시위는 시간과 장소를 나눠 광장 주위에서 진행됐다. 피켓시위 중이던 신은옥씨(46)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기억공간을 철거한단 얘기를 듣고 나왔다”며 “유가족들의 아픔이 남아 있고 국민들도 진상규명이 되기를 원하는 만큼 일방적으로 철거하겠다고 통보하는 건 부당하다고 본다. 오 시장이 기억공간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회원 김모씨(39)는 “촛불집회 때부터 유가족분들을 보면서 연대의식이 생겼다”고 했다.

정치권의 발길도 이어졌다. 송영길 대표는 이날 오후 2시쯤 기억공간을 찾은 뒤 기자들과 만나 “세월호 기억공간은 참사를 당한 희생자만의 공간이 아니라 서울시민과 국민들이 촛불집회를 통해 헌정질서를 바로잡은 역사적인 공간”이라며 “공사로 불가피하게 이전해야 하는데, 이후 어떻게 이 공간을 만들어갈지 유가족과 잘 상의하겠다”고 말했다. 박주민·김남국 민주당 의원,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 등도 기억공간을 찾았다.

문광호·강은·민서영·허남설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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