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예측보다 빠르다..정부 "델타, 이미 과반으로 전체 유행될 것"
집단면역 위한 접종률 '전 국민의 70%' 주장에 정부도 예의 주시
방역당국이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현재 국내 감염의 과반을 차지하는 등 우세 변이가 된 것으로 판단되며, 이 변이가 곧 전체 유행 바이러스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애초 우세 변이로 넘어가는 시점을 ‘8월’로 예측했던 것보다 빨라진 것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제2부본부장은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미 델타 변이는 최소한 과반으로 국내 코로나 유행을 지금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국내 검출률이 48.6%라는 통계는) 지난 14~25일 유전자 분석을 했던 검체 결과로, 이는 최소한 지난주 이전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쩌면 곧 전체 유행이 델타 변이라고 간주해도 될 상황”이라며 “현재로서는 델타 변이는 이미 우세 변이화가 됐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 5월11일 세계보건기구(WHO)가 델타 변이를 ‘우려 변이’로 경계를 격상하고, 같은달 18일 국내 방역당국이 처음으로 델타 변이를 ‘주요 변이’로 분류해 발표한 지 두 달여 만이다. 델타 변이는 지난달 넷째 주만 해도 국내 검출률이 3.3%에 그쳤지만, 한 달 만에 검출률이 48.6%로 치솟아서 우세 변이의 자리를 꿰찼다. 앞서 이상원 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지난 13일 “8월쯤에는 우점화(우세변이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지만, 두 주 만에 방역당국의 예측을 뛰어넘었다. 델타 변이는 전파력이 기존 바이러스보다 2.4배, 알파 변이 바이러스보다 1.6배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입원 위험도 알파 변이 바이러스보다 2.26배 높다는 보고도 있다.
일단 방역당국은 델타 변이가 우세 변이가 된다 해도, 현재의 방역 체계와 접종의 기본 틀을 바꿔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보았다. 권준욱 부본부장은 “델타든 또다른 변이든 거리두기와 백신 접종 확대와 같은 대응은 기존과 같다. 기존의 거리두기를 강력하게 시행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백신은 연구에 따라 (델타 변이에 대해) 10~20% 방어력이 떨어지지만, 백신이 입원율·사망률·전파력을 확실하게 감소시키기 때문에 백신 효과에 의문을 가질 상황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델타 변이의 확산으로 집단면역에 필요한 접종률이 ‘전 국민의 70%’보다 더 높아져야 한다는 주장과 관련해선 방역당국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권준욱 부본부장은 “일부에서 델타 변이로 인해 코로나19 자체의 기초 감염재생산지수 등이 조금 올라갔기 때문에 집단면역의 규모, 범위 등을 더 전문적으로 검토해야 하지 않냐는 의견이 있는데 당국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며 “다른 국가의 사례 등을 토대로 국내 전문가들과 함께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감염내과)는 “현재로선 거리두기 단계를 더 올릴 수도 없고, 다른 나라를 봐도 전 국민 70% 이상으로 접종률을 올리기도 쉽지 않다”며 “접종을 진행하면서 현재의 거리두기 단계를 잘 지키도록 하고, 의료 대응 체계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남중 서울대 교수(감염내과)는 “현재 고위험군 백신 접종으로 중환자가 델타 변이로 인해 과거처럼 늘어나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방역의 최종 목표를 중환자와 사망자를 줄이는 방향으로 두고, 경제와 교육까지 고려해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국립감염병연구소가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의 ‘교차접종’ 효과를 연구한 결과, 1·2차 다른 백신을 쓴 교차접종이 동일 백신을 접종(동일접종)한 경우보다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항체 생성 수준(중화항체가)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교차접종이 동일접종에 견줘 감염 예방효과가 같거나 더 높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소규모 임상 규모로 단정적 결론을 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반응도 교차접종군이나 동일접종군 모두에서 중증은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소는 수도권 10개 의료기관의 의료인 499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1차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뒤 2차로 화이자 백신을 맞은 교차접종군 100명,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동일접종군 199명, 화이자 백신 동일접종군 200명에 대해 중화항체 생성 수준, 변이에 대한 중화능 변화, 이상반응 등을 살핀 것이다. 중화능이란 중화항체가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능력을 뜻하는데, 델타 변이에 대해선 교차접종군이나 동일접종군 모두 비슷한 비율로 중화능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정익 추진단 예방접종관리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로 교차접종을 근거를 가지고 지속할 계기가 되었다”며 “다만, 아스트라제네카로 2차 접종이 예약된 분들에게 화이자 백신으로 교차접종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방지환 국립중앙의료원 중앙감염병병원운영센터 센터장은 “백신 수급 때문에 교차접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교차접종으로 중화항체가가 높아졌다는 연구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이번 발표는 수백명 단위로 연구한 것이어서, 수만명 임상시험을 통해 나온 동일접종의 예방효과가 교차접종 효과보다 더 떨어진다는 결론으로 이어지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지훈 서혜미 최하얀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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