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없는 '찜통' 물류센터, 쿠팡 노동자들 "휴식이라도.."

김은성 기자 2021. 7. 26.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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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땀으로 옷이 젖은 물류센터 노동자. 공공운수노조 제공
폭염 대책 요구 ‘1인 시위’
200여명 사용하는 휴게실
선풍기 5대뿐…30도 넘어
사측 “다양한 대책 검토”

계속되는 폭염에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1인 시위에 나섰다. 회사에 혹서기 폭염 대책을 요구하는 것이다. 26일 공공운수노조 물류센터지부에 따르면 쿠팡지회 노동자들이 메가센터로 불리는 고양·동탄·인천센터 앞에서 폭염 대책 수립을 촉구하며 지난 23일부터 1인 시위에 들어갔다.

지부에 따르면 코로나19로 물량은 늘고 있는 가운데 노동자들은 에어컨 없는 물류센터 안에서 일하고 있다. 지부는 “선풍기가 있지만 더운 열기만 전해져 역부족이고, 덕평물류센터 화재 이후 멀티탭을 줄여 선풍기조차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냉장·냉동센터가 아닌 대부분의 물류센터는 창문마저 부족해 열이 빠져나가지 못한다”고 전했다.

더위로 인한 피로감, 어지럼, 두통, 구토 등 온열질환을 호소하는 노동자들이 늘고 있으나, 쿠팡이 지급하는 건 생수와 포도당 몇 알이 전부라고 지부는 주장했다. 또 “200여명이 사용하는 휴게실에는 선풍기 5대가량이 돌아가지만 실내 온도가 30도를 웃돌 때가 많다”며 “어쩌다 에어컨이 설치된 공간은 비좁아 노동자들이 휴식을 취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폭염 대비 노동자 건강보호 대책’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폭염주의보(33도 이상이 2일 이상 지속) 발령 시 시원한 물과 충분한 그늘 제공, 매시간마다 10분씩 휴식하기, 무더위 시간대 작업시간 조정 등을 해야 한다. 지부에 따르면 물류센터의 실내 온도는 31~34도 사이인데, 노동자들에게 쉬는 시간은 식사시간 1시간이 전부다.

물류센터라고 폭염에 대처할 아무런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창고형 센터인 쿠팡과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공공기관인 우편집중국(우체국물류센터)은 휴식시간 보장과 함께 천장형 에어컨, 제빙기, 휴게소 설치 등으로 노동자들이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돕는다.

김한민 물류센터지부장은 “단기간 내 에어컨을 설치하기가 힘들면 일정 시간 일한 후 쉴 수 있는 휴게시간만이라도 보장해 사고를 막았으면 한다”며 “구조상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폭염에 방치하지 말고 할 수 있는 것부터 협의해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쿠팡 관계자는 “물건을 쌓아놓고 있는 창고형 센터인 데다 대량의 물건 입고와 출고가 계속 발생해 냉난방기 설치가 쉽지 않은 구조”라며 “센터마다 상황이 제각각인 만큼 에어컨을 포함한 냉난방시설 추가 설치, 휴식시간 보장 등 노동자 안전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부 관계자는 “여름에 일시적으로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는 물류센터 등에 대해 규제를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폭염 대비 기본 수칙(물, 그늘, 휴식 제공)을 준수하도록 쿠팡에 대한 지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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