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성추행' 2차 가해 혐의 상관, 군 수감시설서 사망
의식불명 상태 발견, 병원 옮겼지만 숨져…군, 극단 선택 추정
군인권센터 “국방부의 관리소홀로 진실 규명할 기회 사라져”
유족 “강압 수사”…이 중사 남편 “책임자 처벌 차질은 안 돼”
성추행 피해자인 공군 이모 중사를 회유하고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관 1명이 구속 중 숨졌다. 시민단체인 군인권센터는 26일 “공군 성추행 피해 여군 사망 사건에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부사관이 지난 25일 낮 국방부 수감시설 내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A부사관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부사관은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인 국방부 근무지원단 군사경찰대대 미결수용실에 구속 수감 중이었다. 그는 지난 25일 오후 2시55분쯤 수감시설 내 화장실에서 의식불명인 채로 발견된 뒤 인근 민간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오후 4시22분쯤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수사기관은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 중이다. 유족 측은 A부사관이 국방부 검찰단의 강압수사로 인한 피해자라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근무지원단 미결수용시설에는 독방이 여러 개 있고, 독방 내에 화장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부사관은 독방에 수용 중이었다. 미결수용시설에는 근무지원단 소속 군사경찰이 상주하고 있고, 폐쇄회로(CC)TV도 설치되어 있다. 정기적으로 순찰하는 군사경찰은 수용자가 보이지 않으면 방에 들어가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독방 안 화장실도 살펴야 한다. 이번 A부사관의 경우도 방 안에서 보이지 않자 군사경찰이 들어가 화장실까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20전투비행단에서 근무하던 A부사관은 이 중사가 지난 3월 장모 중사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당한 사실을 보고받고도 장 중사와의 합의를 종용하는 등 사건 무마를 시도했던 인물 가운데 하나다. A부사관은 다른 2차 가해 혐의자인 B부사관과 함께 다음달 6일 공판준비기일이 예정돼 있었다.
A부사관의 사망으로 2차 가해와 협박 등 이 중사가 사망에 이르게 된 원인을 규명하는 작업은 난관에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내달 6일부터 시작되는 공판 과정에서 A부사관이 재판에 나와 2차 가해 등의 수준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돼 왔기 때문이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A부사관 사망 사건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미결수용시설을 관리하는 군사경찰은 국방부 조사본부 소속이 아닌 근무지원단에 배속돼 있다.
군인권센터는 “대낮에 수감시설 내에서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한 데는 국방부의 안일한 상황 인식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는 “2차 가해의 실체적 진실을 재판을 통해 규명해야 하는데 국방부의 관리 소홀로 이러한 기회가 사라지게 됐다”며 “수사도 제대로 못한다는 비판이 쇄도하는 와중에 구속 기소된 수용자 관리조차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 중사 남편은 이날 입장을 내고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해 A부사관의 비위 사실이 증명되길 고대했지만, 국방부의 관리 소홀로 인해 그 기회가 박탈돼 크게 실망했고, 앞으로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이와 별도로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의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차질이 빚어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서욱 장관은 이번 사건으로 더 궁지에 몰리게 됐다. 서 장관은 북한 귀순자 경계 실패(2월17일), 부실급식·과잉방역 논란(4월28일), 공군 여중사 사망 사건(6월9일과 10일, 7월7일), 청해부대 34진 집단감염 사태(20일) 등으로 여섯 차례 대국민 사과를 했다.
박성진·조해람 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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