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갯벌 외교' 빛났다, 단결로 반려→등재 2단계도약

2021. 7. 26.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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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유네스코 잠정목록에만 11년 있었던 ‘한국의 갯벌’이 가장 최근 받아든 유네스코의 통보는 ‘등재 반려’였다.

반려 이유를 다 이행했음을 증명한 뒤 다시 위원회 심판대에 서면 십중팔구 ‘등재 보류’로 한 단계 올라서지만, 이번엔 곧바로 등재 성공으로 이어졌다. 매우 이례적이다. 국내 15번의 세계유산 등재과정에서 처음있는 일이다. 군인으로 치면 나라 구한 공로로 2계급 특진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김현모 문화재청장과 문화재외교를 맡은 범정부 스태프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김현모 청장

김 청장은 “한국의 갯벌은 유네스코 자문기구에서 위기종으로 인정한 27종의 철새를 비롯하여 약 2000종 이상의 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이다. 당초 유네스코 자문기구가 반려를 권고했는데도 불구하고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것은 우리나라가 세계유산 등재를 시작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고 강조했다.

김 청장은 우리 정부 내부 결속과 문화재 외교가 성공했음도 알렸다. 그는 “국무조정실, 외교부, 해양수산부, 지자체들의 긴밀한 협조로 위원국들을 대상으로 일대일로 우리나라 갯벌의 가치를 부각시키며 적극적으로 설득한 전략이 이뤄낸 쾌거”라면서 “문화재청은 앞으로도 세계에서 인정한 갯벌의 가치를 지키고 홍보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의 갯벌은 2010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되었다. 문화재청은 2018년 1월 세계유산 등재신청서를 세계유산센터로 제출하였으나, 지도 수정이 필요하다는 세계유산센터의 검토 의견에 따라 신청서를 보완하여 2019년 1월에 등재신청서를 다시 제출한 바 있다.

이후 2019년 10월부터 2020년 3월까지 IUCN으로부터 현장 실사와 전문가 탁상검토(데스크 리뷰)를 거쳤다. 그러나 지난 5월 IUCN은 최종적으로 ‘반려’ 의견을 제시하면서 등재 여부가 불투명했었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잘 하면 등재보류였다. 별은 못 달고 중령이 대령되는 것이다. 그것도 대단한 성과라서 숨가뿐 행보를 시작한다.

그런데 중령이 대령을 거치지 않고 별을 다는 일 벌어졌다. 프로세스의 설계는 치밀했고, 대한민국의 단결력이 돋보였다. 가치있는 것을 국제사회가 가치있는 것으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노력이었다.

문화재청은 자문기구의 ‘반려’ 의견이 공개된 후 유산구역과 완충구역 확대를 위해 자문기구가 확대를 권고한 갯벌 소재 지자체를 방문하고, 합동 설명회를 개최하여 세계유산 등재의 중요성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협력방안을 논의해 주요 갯벌이 소재한 지자체로부터 세계유산 확대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약속받았으며, 해양수산부 역시, 해당 지자체의 신청이 있는 경우 습지보호구역의 신속한 지정에 최대한 협조하기로 하였다.

특히, 문화재청은 자문기구의 의견 공개 후 세계유산위원회 개최까지 약 2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외교부와 긴밀히 협업하여 세계유산위원회의 21개 위원국으로부터 한국의 갯벌을 세계유산에 등재하는 결정을 이끌어 내기 위한 신속한 활동을 전개하였다.

코로나19로 인한 이동제한이라는 악조건과 각국의 시차 속에서도 각 위원국의 대표단 및 전문가 그룹을 설득하기 위한 화상 회의를 개최하여 한국의 갯벌의 세계유산적 가치와 우리 정부의 향후 유산 확대 계획을 설명하였다.

또한 외교부는 주유네스코대한민국대표부를 중심으로 세계유산위원국 대상 지지 교섭 활동을 총괄하면서 성공적인 등재에 기여하였다. 이와 함께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경로 파트너십, East Asian-Australasian Flyway Partnership(EAAFP)과 버드라이프 인터내셔널(BirdLife International)등 국제기구와 NGO들도 「한국의 갯벌」의 세계유산 등재에 대해 지지를 선언하면서 힘을 보탰다.

희귀조류 보호 관련 국제기구와 NGO의 지지선언은 천군마마 같았다. 사진은 서천갯벌의 도요물떼새

더불어 국무조정실과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한국의 갯벌의 세계적 가치와 세계유산 등재 필요성이 담긴 국무총리 명의의 서한을 모든 위원국에 전달함으로서 세계유산 등재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의지를 다시금 표명하였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가 1988년 세계유산협약에 가입하고 1995년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 등 3개소를 세계유산으로 첫 등재한 이후 최초로 ‘자문기구 의견을 2단계 상향한 세계유산 등재 성공’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이는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높아진 위상을 바탕으로 문화재청과 국무조정실, 외교부, 해양수산부, 해당 지자체, 한국의 갯벌 세계유산 등재추진단이 힘을 합쳐 이뤄낸 값진 성과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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