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모두의 계곡' 맞나..아직도 "음식 시키고 들어가라"

이희령 기자 입력 2021. 7. 26.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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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26일) 밀착카메라는 계곡을 돌아보고 왔습니다. 계곡에 있는 식당들이 불법 시설을 설치해서 영업을 하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가 해마다 있었고 경기도에선 이런 거 다 없애서 '모두를 위한 계곡'을 만들었다고 했는데요. 정말 그런지 직접 보시겠습니다.

이희령 기자입니다.

[기자]

경기도 양주시의 한 계곡, 사람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임준형/경기 시흥시 : 아기랑 같이 물놀이할 거 없나 찾다가 나오게 됐습니다.]

[오민균/경기 고양시 : 많이 깨끗해지고, 물도 좀 더 맑아진 것 같아요.]

2년 전, 경기도는 계곡의 불법 시설물을 철거해 청정 계곡으로 돌려놓겠다고 했습니다.

계곡을 누구든지, 편하게 누릴 수 있게 하겠단 취지인데요.

실제로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을지 둘러보겠습니다.

계곡 쪽 길에 식당이 늘어서 있습니다.

사유지입니다.

하지만 계곡은 국가 소유입니다.

음식을 먹지 않고도 이용할 수 있을까.

[식당 관계자 : 음식 같은 거 드시고 내려가서 노셔야 하는데. 여기 장사하는 집이라서…]

[식당 관계자 : 식당 이용 안 하시고는 조금 그렇죠. 여기도 그게 장사인데.]

손님도 같은 안내를 받았습니다.

[식당 고객 : 저는 식당 이용하고 들어온 거긴 해요. 그러면 다섯 시간 동안 있을 수 있다고…]

또 다른 식당에 가봤습니다.

[식당 관계자 : 계곡은 이용하셔도 되는데 저희가 자리는 따로 안 빌려드려요. 음식에 (자리 비용이) 포함된…]

안으로 들어가 보니, 식당측이 만든 구조물이 계곡 주변을 채웠습니다.

식당을 이용하지 않으면 계곡을 즐기기엔 어려운 구조입니다.

계곡 물 안으로 들어와봤습니다.

제 뒤로는 철제 계단이 설치가 돼 있어서 사람들이 계곡 물로 쉽게 들어올 수 있게 해둔 모습이 보입니다.

이쪽은 시멘트로 물을 막아서 수영장처럼 돼 있습니다.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10명 넘게 모여 놀기도 합니다.

방역수칙은 뒷전입니다.

[식당 고객 : 여기가 그나마 사람들이랑 붙어 있지는 않은 자리인 것 같아서 잡긴 했어요.]

평상 대신 파라솔과 의자를 깔아둔 곳도 있습니다.

계곡에 분수를 설치하거나 허가 없이 계곡물을 퍼올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선익/경기 부천시 : 가게에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죠. 억지 수준으로 이용을 하게끔 만들어 놓기 때문에…]

[이경희/경기 부천시 : 다른 자리를 찾아서 여기까지 오게 된 거예요. 이 장흥 계곡, 긴 계곡 중에 이런 시설, 이런 걸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있는 부분이 아주 적다.]

이번엔 식당이 없는 쪽 계곡에 한 번 와봤습니다.

식당이 없는 쪽엔 이렇게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계단을 설치해 놨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이 계단엔 문제가 없을지 알아보겠습니다.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지만 유명무실한 곳도 있습니다.

제 뒤로 모두의 계단이 보입니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해놓은 계단이라는 건데, 정작 가게 사이에 있기 때문에 누구나 이용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식당 측은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식당 관계자 : (계곡 들어갈 수 있나요?) 네, 저기 모두의 계단.]

하지만 계단이 안 보인다고 지적하자 수긍합니다.

[식당 관계자 : 건물이 없었을 때는 저게 바로 보였는데 건물이 생겨서 이제 안 보이는 거예요.]

이렇다보니 시민들은 계곡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지 몰랐다고 합니다.

[식당 고객 : (식당을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알고 왔다면 집에서 (간식 등) 뭔가 준비를 해서 왔겠죠.]

[식당 고객 : (음식 가격이) 확실히 비싼 건 맞는 것 같고. 당연히 알았으면 (식당) 이용 안 했죠.]

다른 식당 앞, 역시 모두의 계단이란 표시가 있지만 계단이 보이지 않습니다.

[식당 관계자 : 모두의 계단은 나도 처음 들어봤는데. 어디에 쓰여 있어요?]

입구가 막혀 있는 곳도 있습니다.

[최경훈/서울 불광동 : ('모두의 계단'이라는) 문구를 보기는 봤는데, 그게 사실 무슨 뜻인지는 잘 몰랐었어요. 홍보를 해야 하겠죠.]

계곡은 불법시설이 없었던 전보다 나아진 모습이 됐습니다.

하지만 청정계곡이 돌아왔다고 하기엔 여전히 불편한 모습들이 있었습니다.

불법 시설만 없앨 것이 아니라, 의미 그대로 모두의 계곡이 되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요.

(작가 : 유승민 / VJ : 서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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