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신장 위구르'라는 거대한 감옥
도쿄올림픽이 마침내 개막했다. 그야말로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취소하느냐 마느냐 숱한 논란을 뒤로 하고 가까스로 막을 올렸다. 개막 이틀째 여자양궁 올림픽 단체전 9연패 위업 달성이라는 승전보도 들려왔다. 어쨌든 코로나19와의 전쟁 한복판에서 치러지는 인류의 몸부림은 또다른 한편의 드라마다. 이렇게 된 마당에 비운의 올림픽이지만 성공을 기원하며 응원하고 싶다.
화려할 수 없었던 개막식 현장에서 눈길 끄는 깃발들이 기수들의 손에 들려 입장했다. 국가의 명칭을 쓸 수 없는 대만과 홍콩에 필자의 시선이 머물렀다. 올림픽위원회기를 들고 입장한 이들을 지켜보면서 일순 중국의 자치구 신장위구르가 떠올랐다. 위구르인들도 정상국가는 아닐지라도 홍콩이나 대만처럼 인류의 스포츠제전에 당당히 참가하고 싶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해봤다.
분리 독립을 추구해온 신장위구르 자치구에 대한 중국의 인권탄압이 갈수록 노골화되고 있다. 지난달엔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가 위구르족을 비롯한 이슬람 소수민족이 거주하는 중국 북서부 신장 지역에서 반인륜적 범죄가 벌어지고 있다고 고발했다.
중국문제 전문가들은 중국이 2017년부터 신장지역에서 100만명의 위구르족들과 이슬람교도들을 구금하고 수십만 명을 감옥에 보냈다고 주장한다. 앰네스티가 고발한 중국의 인권 탄압 행태는 상상을 초월한다. 수용소에 끌려간 위구르족들을 상대로 구타와 전기 충격을 가했다. 고통을 끼치는 수법도 참 악랄했다. 벽에 매달기도 하고 극도로 추운 곳에 노출시키는가 하면 불편한 자세로 수시간 동안 의자에 묶어두기도 했다.
중국당국은 물론 이같은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위구르인들이 억류돼 있는 구금시설을 부인하며 분리운동과 극단적인 종교운동을 예방하기 위한 직업훈련센터라고 강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주장을 깨뜨리는 정황증거는 차고 넘친다.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는 최근 신장 지역의 위성사진을 분석했다. 새로운 감옥들은 담장이 한층 높아졌으며 출입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중국 당국의 신장위구르 탄압은 2014년 이후 급증했다. 분리 독립운동이 일었던 당시 중국은 유혈 진압으로 대응했다. 2014년 2만1000명이었던 기결수는 4년만에 6배 이상 늘어 13만3200명이 됐다. 2016년부터 2018년 감옥에 들어간 사람들은 25만여명에 달했다. 중국 법원이 이들에게 내리는 형량도 대폭 길어졌다. 2016년 전체의 27%가 5년형 이었지만 2017년엔 87%로 늘었다.
중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도 커졌다. 먼저 미국이다. 미국은 중국의 소수민족 탄압에 맞서 신장에서 생산된 재화의 수입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중국에 대해 강경일변도 자세다. 소수민족 탄압에 일조할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을 가만두지 않겠다고도 했다. 실제 미국은 호신실리콘산업, 신장생산건설병단, 신장다코뉴에너지, 신장이스트호프 비철금속, 신장GCL 뉴에너지머티리얼 등 5개 중국 기업을 미국 기업의 수출 제한 대상 목록에 올렸다.
중국 본토로부터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곳은 크게 신장위구르 자치구를 비롯해 홍콩, 대만, 티베트 등이 있다. 이 중 한 곳이라도 완전한 독립이 이뤄진다면 어떻게 될까. 줄줄이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할 것이다. 이는 중국 공산주의 체제 붕괴로 이어진다. 중국에겐 최악의 상황이다. 중국이 기를 쓰고 신장위구르를 탄압하는 이유다.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벌어진 어떤 신혼 부부 이야기다. 이 부부는 신부의 친정이 있는 호주로 떠나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할 꿈에 부풀었다. 호주로 떠나기 이틀 전, 경찰이 들이닥쳤다. 아무 이유도 없이 다짜고짜 신랑을 연행했다. 여권은 빼앗겼고 구치소에 수감됐다. 신혼의 단꿈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신부는 호주 친정으로 돌아가 남편의 석방을 하릴없이 기다렸다. 4년이 지났다. 올해 4월 신부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남편이 분리독립운동 혐의로 25년형을 받았다는 거다.
CNN이 지난달 한 신혼부부에게 가해진 중국의 광범위한 인권탄압과 불법 구금 실태를 보도한 내용이다. 그러면서 신부의 육성을 전했다. "어떻게 그렇게 잔인할 수 있나요. 어떻게 그렇게 비정할 수 있나요. 내 남편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4년이나 구금하고도 25년 징역형이라니요…." 이들의 눈물 속엔 거대한 감옥 신장위구르의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김광태 디지털뉴스부장 kt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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