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가에 떠밀려온 쓰레기, 예술이 되어 공존의 길 묻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미술원, 우리와 우리 사이'展
동식물과의 공존 방식 시각화
아르코미술관 '사랑과 평화'展
바다 쓰레기로 강렬한 메시지
■'미술원, 우리와 우리 사이'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에서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와 경계의 문제를 살펴보는 기획전 '미술원, 우리(we/us)와 우리(cage) 사이'가 진행중이다. 자연이라는 큰 틀 안에서 동물과 식물, 인간이 함께 사는 방식을 탐구하며 미술은 어떤 방식으로 이를 시각화하는지 살펴보는 전시로 '우리와 우리 사이', '어색한 공존', '도시와 자연, 그 경계에서', '함께 살기 위해'라는 4개의 주제로 구성됐다.
미술관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맞이하는 것은 커다란 나무로 된 감옥과 같은 공간이다. 그 뒷벽에 눈을 감은 사람들의 초상이 나열돼 있다. 박용화 작가의 작품 '인간 우리'다. 우리 안에는 2018년 대전 오월드에서 탈출했다 사살된 퓨마 '뽀롱이'의 모습이 회화 작품으로 박제돼 있다. 밖으로 나오면 미술관 기둥에 비둘기 형상들이 재현돼 있고 바닥에 영어로 'AS YOU KNOW(아시다시피)'라는 문장이 비둘기 배설물처럼 표현돼 있다. 평화의 상징으로 80년대 후반 인간에 의해 도시에 대량으로 방사된 비둘기들이 수십년의 세월 사이에 혐오의 대상으로 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4층 본전시장에 올라가면 90년대 초반 유원지 입구 느낌의 네온사인이 관람객들을 반긴다. 이창진 작가가 만든 이 작품 사이 망가진 듯한 구멍을 통과해야 미술관 안쪽의 작품까지 이어볼 수 있다. 반려동물과 인간의 소유물로서 대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는 작품과 화분 속에서 죽어버린 식물들을 그대로 들어 수평으로 전시한 작품 속에서 '플랜테리어'라는 단어 뒤에 숨은 인간의 이중적인 '친환경'에 대한 인식을 반성하게 한다.
전시의 말미에는 인간과 동식물 자연이 함께 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하게 하는 작품들로 구성됐다. 송성진 작가는 구제역 발생 당시 살처분된 돼지들을 흙으로 빚어 제의적 의미를 띤 작품을 제작했다. 전시 기간 동안 돼지 형상으로 빚어진 흙은 그 속에서 새싹을 발아하며 다시 생명을 품은 흙으로 돌아간다. 전시는 11월 21일까지.
■정재철 회고전 '사랑과 평화'
지난해 작고한 고(故) 정재철 작가는 생전에 아시아를 떠돌며 수많은 사람들, 자연과 교감하는 수행적인 작업을 진행해왔다. 그가 해왔던 프로젝트는 결국 나와 타인, 피아의 경계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된 듯하다.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는 그의 1주기 기념전 '사랑과 평화'가 진행중이다.
몸이 건강했을 때 그는 한국의 도로변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싸구려 폐현수막 천을 가방에 넣고 중국과 인도, 중앙아시아, 유럽을 여행하며 현지인들에게 나눠주고 그곳의 수공예 장인들이 그 천을 활용해 햇빛 가리개와 의상 등 다른 용도로 재탄생시킨 모습들을 영상과 사진, 일러스트로 기록한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질병으로 인해 몸이 쇠약해지자 2013년부터는 국내의 해안가를 다니며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블루오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신안군, 제주도, 영흥도, 독도, 새만금, 백령도 등 동서남북 해안가를 답사하며 해변에 떠밀려온 수많은 해양 쓰레기들을 수집, 기록하고 주민들을 인터뷰해 환경오염의 심각성에 기반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여기에 작가는 국가의 경계, 또는 개별 국가의 규정, 법이 작동하지 않은 인류의 공유지 해양의 유동적 특성과 해류를 따라 순환하는 해양쓰레기의 이동경로를 포착하고 북한, 중국, 일본 등 인접 국가와 공유하는 바다라는 환경 자원에 질문을 던졌다. 전시장에는 해안 지도에 쓰레기의 흔적을 기록한 작품과 그가 모아온 해안가 쓰레기들을 종류와 색상 별로 분류해 설치한 작품이 가득하다. 전시는 8월 2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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