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소말리아 탈출', 남북 대사 손잡았다

오승훈 2021. 7. 26.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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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록 바탕 실화 영화 '모가디슈' 28일 개봉
류승완 감독 "북,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싶어"
영화 <모가디슈>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1991년, 소말리아 대사 한신성(김윤석)은 한국의 유엔 가입을 위해 소말리아 정부에 다각도로 로비를 벌인다. 기존 회원국의 투표로 가입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인 까닭에 당시 한국 정부는, 경제적 지원 등을 약속하며 아프리카 나라들에 공을 들이고 있었다. 이 와중에 북한도 유엔 가입을 위해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외교 총력전을 펼친다. 한국보다 20여년 먼저 아프리카 나라들과 외교관계를 맺어온 북한의 영향력은 남한을 압도한다.

유엔 가입과 동시에 3년 임기를 마치고 금의환향하길 바라는 한 대사에게, 북한 대사 림용수(허준호)는 방해공작을 일삼는 무뢰한에 불과하다. 여기에 안기부 출신 참사관 강대진(조인성)은 자신을 대놓고 무시하고, 소말리아 외교부 장관은 한 대사에게 뇌물을 요구한다.

영화 <모가디슈>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한국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는 사이, 소말리아에서 일촉즉발의 내전이 발발한다. 독재정권에 대해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키자 장기간의 경제침체와 부패에 신음하던 민중들이 지지하고 나선 것. 폭동이 격화되는 가운데 군벌연합은 모가디슈 주재 대사관들에 바레 정권과 반군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최후통첩을 보낸다.

치안 공백 상태에서 민중들은 무차별 약탈을 벌이고 각국 대사관들은 모가디슈에서 서둘러 철수한다. 반군들의 습격을 받은 북한 대사관 직원과 가족들은 림 대사를 따라 중국대사관을 찾아가지만, 이미 그곳엔 아무도 없다. 림 대사는 어쩔 수 없이 일행을 이끌고 한국대사관으로 향한다. 한국대사관은 돈을 주고 현지 경찰로부터 보호를 받고 있었다. 한 대사는 고민 끝에 북한대사관 일행들을 받아들인다. 고립무원의 상황, 무사히 모가디슈를 탈출하는 것만이 유일한 임무인 이들에게 가공할 위험이 닥쳐온다.

영화 <모가디슈>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오는 28일 개봉하는 류승완 감독의 실화 소재 영화 <모가디슈>는, 하반기 최대 기대작이라는 이름값에 걸맞은 스케일과 재미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아프리카라는 이국적인 풍광 속에서 벌어지는, 예측 불허 사태의 불안과 긴장을 생생한 총격 신과 스릴 넘치는 카체이싱, 대규모 군중 신 등으로 담아냈다. 영화를 관통하는 긴박감은 소말리아 내전을 다룬 할리우드 영화 <블랙 호크 다운>(2001)에 필적할 만하다.

배우들의 호연도 영화의 몰입을 거든다. 김윤석은 우유부단하면서도 정 많은 한 대사의 캐릭터를 능숙하게 그려냈고, 조인성은 건들거리면서도 주도면밀한 안기부 출신 참사관 역할에 맞춤한 연기를 선보인다. 북한 대사로 분한 허준호는 극한상황에서도 기품을 잃지 않는 냉철한 성격을 제대로 표현해냈다. 영화 곳곳의 유머코드들과 결말 부분의 감동도 인상적이다.

영화 <모가디슈>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소말리아가 여행금지국인 탓에 실제 촬영은 소말리아와 가장 흡사한 환경인 모로코의 도시 에사우이라에서 4개월 동안 진행됐다. 류 감독은 리얼리티를 위해 회고록과 당시 자료들을 두루 섭렵한 뒤 실화를 바탕으로 시나리오 작업에 나섰다고 한다. 미술팀은 포장된 도로 위에 직접 흙을 덧대어 1990년대 당시 소말리아의 비포장도로를 완성하고, 모로코 건물 위에 소말리아의 건축 양식까지 재현하며 사실감 있는 화면을 만들어냈다.

지난 22일 이뤄진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류 감독은 북한을 다룬 것과 관련해 “예전처럼 통일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표현하려고 했다”며 “젊은 세대들은 북한을 다른 나라로 인지한다는 느낌을 개인적으로 받았다”고 했다. 이어 “소말리아 모가디슈가 여행금지 국가라서 못 가는 것처럼 북한 평양도 마찬가지다. 북한을 온전히 타국으로 인지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인물들을 이해하기가 빠를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영화 <모가디슈>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의 배경이 된 소말리아 내전은 1991년 1월26일 바레 독재정권이 군부 지도자인 무함마드 아이디드가 이끄는 군벌연합의 쿠데타로 무너지면서 시작됐다. 이후 군벌들의 권력 다툼으로 격렬한 대립이 이어지면서 내전의 수렁 속으로 빠져들었다. 같은 해 가뭄과 기아 등이 겹치면서 수십만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어렵게 구성된 연방정부와 반군 사이의 갈등이 재점화돼 대선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내전의 불씨가 여전한 형국이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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