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삶의 질이 아파요 [최보기의 책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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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경제'는 매달 구독료를 내면서 신문이나 잡지를 집으로 배달 시켜 보는 것처럼 판매자와 구매자가 일단 거래관계를 맺으면 오래 유지하는 전통적 경제활동인데 최근 들어 구독 형태로 거래되는 상품 범위가 무제한 확대되는 특성이 얹혀진 뉴비즈니스 개념이다.
상품을 어디에서 생산하느냐 보다 누가 데이터 요리를 잘할 것이냐가 관건이 되는 시대를 구독경제가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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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최보기 북칼럼니스트)
'구독경제'는 매달 구독료를 내면서 신문이나 잡지를 집으로 배달 시켜 보는 것처럼 판매자와 구매자가 일단 거래관계를 맺으면 오래 유지하는 전통적 경제활동인데 최근 들어 구독 형태로 거래되는 상품 범위가 무제한 확대되는 특성이 얹혀진 뉴비즈니스 개념이다. DVD를 사지 않아도 회원가입만 하면 영화, 음악을 무제한 공급받는 거래관계가 대표적인데 제조업은 렌터카, 정수기와 비데 렌탈 서비스가 초기 구독경제였다면 현재는 식료품, 소모품, 전자제품까지 구독경제 틀 안으로 편입되고 있다.
구독경제가 단순히 유통구조 변화, 렌탈경제를 말한다면 그리 주목 받을 이유가 없다. 보험상품처럼 고정소비, 약정소비는 이전에도 있었던 수많은 마케팅 기법 중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구독경제가 갖는 파괴력은 소비자의 욕망, 철학을 소유에서 무소유(임대)와 공유로 변화시킨다는 것에 있다. 미국 의류 렌탈 플랫폼 렌트 더 런웨이(Rent the Runway)의 젊은 고객들은 한두 번 입다가 옷장에 방치될 비싼 옷을 사기보다 매달 150달러를 내고 마음에 드는 옷을 그때마다 마음대로 골라 입을 수 있는 서비스를 좋아한다. 이런 방식이 광범위하게 퍼질 수 있는 것은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타, AI(인공지능), 보관〮물류 인터넷 인프라 등 기술혁신이 앞에서 이끌어주기 때문이다.
코로나19에 따른 봉쇄경제로 글로벌 기업 CEO들이 많이 당황스럽다고 한다. 놀랍게도 매출부진이 아니라 이전처럼 잦은 출장이나 대면 회의 없이도 회사가 너무 잘 굴러가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들은 기술혁신이 아니더라도 어차피 포스트 코로나에는 기업경영 방식이 효율성을 좇아 비대면 기반으로 바뀔 것에 대비를 서두르고 있는데 구독경제가 그런 조류에도 에너지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상품을 어디에서 생산하느냐 보다 누가 데이터 요리를 잘할 것이냐가 관건이 되는 시대를 구독경제가 이끌고 있다. 석유 한 방울 없이 사람에 의존한 수출 경제로 막 선진국 반열에 오른 한국의 CEO, 관료들이 구독경제를 꿰뚫어야 하는 이유다.
2019년에 출판된 《빈집문제 - 1천만 채의 충격》(월페이퍼 출판)을 굳이 함께 거론하려는 이유는 강남 아파트, 서울 아파트 가격을 둘러싼 우리의 집 철학이 비정상이기 때문이다. 아파트가 거주(居住)가 아니라 불로소득을 노린 투기(投機) 대상이다. 투기는 반드시 막차 탄 누군가에게 피눈물을 안긴다. 집을 발로 밟고 사는 것이 아니라 등허리에 떠받치며 신음하는 사람은 불행하다. 소유해야만 하는 재산목록 1호가 아니라 아무 것이나 빌려 쓰면 되는 흔한 상품일 뿐이라는 구독철학이 '강남 공화국'에도 거세게 몰아치기를 바라는 차원에서 우리보다 앞서 전국에 널려있는 빈집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일본의 충격을 한 번 살펴보자는 것이다.
유언에 따라 절판돼버린 법정 스님의 《무소유》는 탐욕의 동물인 인간에게 불가능한 숙제로 여겼었다. 구독경제 기술이 4차를 넘어 5차 산업혁명을 일으켜서라도 강남 공화국에 '인간은 무소유의 동물'이라는 철학이 실현됐으면 좋겠다. 지구 역사상 모든 비극의 씨앗이 인간의 탐욕에서 싹을 틔웠지 않았던가. 문제는 소유를 버리면 지구가 진정 평화로운 낙원이 될 것이냐에 대해 누구도 자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가보지 않은 미래는 오직 신의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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