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공학 전공한 뮤지션' 루시드폴·스텔라장 "음악은 치유"
[서울=뉴시스]이재훈 윤준호 인턴 기자 = 루시드폴(46·조윤석)과 스텔라장(30·장성은)의 삶을 들여다보면, 생명공학과 음악이 임자 만났구나 싶다. 생명 현상을 분석하는 이성적 학문이나, 선율과 노랫말을 한 세포로 묶어낸 감성적 음악 모두 삶과 사람을 더 낫게 만든다.
두 뮤지션이 여름 도심 음악축제 '2021 서머 브리즈'의 하나로 오는 30일 오후 7시30분 롯데콘서트홀에서 여는 합동 콘서트는 그래서 치유의 공연이 된다.
공학도에서 뮤지션이 된 두 사람의 삶의 변곡점도 닮았다.
루시드폴은 서울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후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학대학원 생명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07년 스위스 화학회 고분자과학부문 최우수논문발표상을 수상하는 등 성과를 냈다. 1998년 인디밴드 '미선이'로 데뷔, 2001년 첫 솔로 앨범 '루시드 폴'을 발표했다. 현재 제주에서 귤농사를 짓는 '농부 뮤지션'이다.
스텔라장은 프랑스 최고 명문대 그랑제콜에서 생명공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현지 유명 화장품 기업에 인턴으로도 입사했다. 그러나 언더그라운드에서 랩을 하며 가수의 꿈을 키웠고 2014년 자작곡 '어제 차이고'로 데뷔했다. 절친한 다른 인디뮤지션 치즈·러비·박문치와 함께 결성해 1990년대 감성을 뽐낸 '홍대 아이돌'인 '치스비치'로도 인기를 누렸다.
서로 지인을 통해 소식을 전해듣다가 26일 처음 만났다는 두 뮤지션을 홍대 인근 연습실에서 만났다.
스텔라장(장)=어렸을 때 루시드폴 선배님을 보면서, 음악을 하면 공부도 많이 해야 하는 줄 알았어요. 부모님한테 빌미를 제공한 거죠. 하하. 공부를 계속할 생각은 없어요. 박사는 못할 것 같고, 이번 생은 석사까지라 생각합니다.
루시드폴(폴)=스텔라장의 '아름다워'라는 곡을 들었는데, 목소리도 매력적이고 음악도 좋았어요. 친하게 지낸 작가(라디오 작가)와 스텔라장이 알고 지내더라고요. 작년 제주도에 귤이 많이 열렸을 때, 그 작가 친구에게 따러 오라고 했는데 스텔라장과 같이 오겠다고 하더라고요. 기대를 했는데,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돼 오지는 못했어요. 이번 공연에서 같이 한다고 했을 때 흔쾌히 그러자고 했죠.
장=귤을 따러 가자고 생각한 건 매너리즘에 빠져 스스로 육체 노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어요. 좋지 않은 마음을 에너지로 발산하고 싶었죠. 아직도 그런 타이밍이라 생각해요. 음악이 하고 싶었던 건 스물살 때 쯤이었습니다. 음악이 잘 한다고 잘 되는 분야는 아니에요. 돌아갈 곳(공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결국 음악으로 방향을 설정하고, 공부 쪽을 바라보진 않았어요. 해온 공부는 기억도 안 나요. 다만 EBS 중3 수학 교재를 사서 매주 풀어보고 있습니다.
폴=저 역시 음악을 전업으로 할 생각을 안했어요. 음악을 그만둘 생각도 안했지만, 실험이 재밌고 뭘 만드는 걸 좋아했죠. 그런데 음악도 만드는 일이고…. 그래서 '난 무언가를 만드는 게 좋은 사람'이는 생각이 들어요.
장=선배님은 신기한 게 있어요. 띄어쓰기를 하나도 안하세요. 맞춤법은 다 맞는데 말이에요.
폴=제가 서울에 살았다면, 좀 더 직접 만나서 인사를 했을 텐데 (코로나19로 인한) 안 좋은 시기에 만났죠. 공항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스텔라장의 노래 '밤을 모은다'를 들었는데 마음이 너무 맑아지더라고요. 따라 부르면서 '노래를 부르는 것' 자체에서 오는 희열도 느꼈어요. 노래를 시작한 지 오래됐지만 '노래 부른 게 좋다'라는 생각을 다시 해봤습니다.
장=이번 공연에선 풀 밴드를 안 쓰고 소규모로 공연해요. 이런 형태는 처음이죠. 하나라도 틀리면, 다 들리겠다라는 생각을 해요. 풀 밴드 공연을 계속 보신 분들에게 재밌는 경험이 될 것 같아요.
폴=서로 곡을 바꿔 부르기도 해요. 저의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를 스텔라장이 부릅니다. 스텔라의 곡은 때론 낮설기도 하고, 때론 자극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장=옛날부터 멀리서 지켜봤던 팬으로서, 공대생이랑 음악이 함께 간다는 건 생각하기 어려웠어요. 선배님의 음악은 '무조건 문과야!'라는 생각을 했죠. 그만큼 감성이 좋고 가사가 좋아요.
폴=과거에 '노래는 기록'이라고 얘기했던 건 '음악이 무엇일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했어요. 마음이 울리는 소리가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감사하게도 시골에 살아서인지 좋은 소리들이 많아요. 이 소리들을 음악화하는 작업을 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노래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도 해요. (곧 발매될) 정규 10집에서는 노래 원형에 가장 가까운 앨범을 만들고 싶어요. 이 때문에 기타로만 작업을 할 겁니다.
장=6월 말 이후 관객을 처음 만나요. 그때는 페스티벌 공연이었어요. 다만 코로나19 상황 악화로 관객이 호응을 할 수 없었어요. 스스로도 에너지를 못받더라고요. 관객은 공연의 일부가 아니라 전부란 생각을 했습니다. 이번엔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임하려 해요.
폴=마지막 단독 공연은 지난 2019년 12월이었어요. 제 공연은 그렇게 열정적이진 않고, 순해요. 어느 절에서 온라인 공연을 한 적이 있어요. 현장에 아무도 없어서, 그 때 기억이 많이 나요. 공연에 와주신 분들이 '오시길 잘했다'고 생각하실 수 있게 열과 성을 다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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