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열가마니 주고 산 5평 때문에..아파트 건설 1년 늦어졌다

이한나 2021. 7. 2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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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시대 소유관계 불분명
사업승인 절차 지연 피해

경기도 평택시에서 2000년대 초반부터 주택 사업을 추진해온 A건설사는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말 850가구 규모 아파트를 분양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주택 공급 인허가를 위해 지구단위계획을 분할하고 필지별 소유권을 확인하는 과정 중 아파트 예정지에서 도로상 소유자가 불분명한 땅(미복구 토지) 5평을 발견했다.

소유주를 찾기 위해 일제강점기 문서까지 뒤져 '국가 소유'를 확인한 뒤 이 땅을 사려고 조달청에 문의하자 "토지대장에 주민번호는 없지만 (소유주 의심) 이름이 남아 있어 응할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건설사는 난감했다. 금융권에서 조달한 비용으로 토지를 매입한 터라 사업이 지연되면 매달 금융비용만 수억 원이 투입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토지 소유주를 추적하면서 1970년대 토지 점유자 B씨 존재를 파악했다. B씨는 "쌀 열 가마니를 주고 이 땅을 샀는데 정부가 새마을 사업을 추진하면서 동의도 없이 땅을 수용해 길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 당시는 토지대장만 있고 등기부등본 체제가 갖춰지기 전이라 B씨 소유권을 입증할 서류는 없었다.

대법원 판례상 소유권 입증 서류가 없으면 국가 소유로 인정된다. 하지만 이웃 증언이 신빙성이 있었던 데다 상당한 고령으로 추정되는 B씨의 상속인까지 다 찾아서 소송해야 하는 절차 자체가 되레 개발 일정을 지연시켜 더 큰 부담이 되겠다 판단한 건설사는 결국 평택시와 B씨 개인, 양측에 모두 시세보다 높은 비용으로 토지비를 지불하기로 협의매수를 제안해 최근 법원 허락을 받았다.

A건설사 관계자는 "시비를 따지기보다 개발 일정과 비용을 줄이는 게 더 낫다고 전략적 판단을 했다"고 전했다.

정부는 과거 부동산 관련 제도가 미비하던 시절 소유권 입증 문건이 없더라도 주변인 증언을 확인해 등기해주는 '부동산등기 특별조치법'을 만들었다. 그러나 평택시처럼 대규모 개발 지역은 분쟁 소지가 많아 인정해주지 않고 있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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