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과 탱고 접점 많아..울음소리 내듯 연주"

오수현 2021. 7. 2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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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피아니스트 조윤성 인터뷰
11년 아르헨티나 살면서
탱고 정서를 가슴으로 흡수
피아졸라 탄생 100주년 맞아
곳곳서 협연 러브콜 쇄도해
눈코뜰새 없이 바쁜 나날
올해는 탱고의 거장 아스트로 피아졸라의 탄생 100주년. 재즈 피아니스트 조윤성(48)은 피아졸라 때문에 눈코 뜰새 없이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문화적 식욕이 가장 왕성한 10대 시절을 피아졸라의 고국 아르헨티나에서 보내며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탱고의 정신과 정서를 흡수한 조윤성 만큼 피아졸라를 제대로 연주해낼 뮤지션을 한국에서 찾긴 쉽지 않다. 피아졸라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려는 음악가들이 협연자 1순위로 꼽는 뮤지션은 당연히 조윤성이다. 최근 서울 서초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탱고는 굉장히 감정적인 음악이에요. 탱고를 제대로 연주하려면 아르헨티나의 언어를 이해하는 게 굉장히 중요해요. 아르헨티나 사람들끼리 대화하는 걸 들어보면 마치 오페라의 레치타티보처럼 노래하듯 말하는 걸 들을 수 있어요. 그들은 대화 중에도 리듬을 타고 감성을 실어서 얘길하죠."

조윤성이 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는 돌연 아르헨티나로 이민을 결정했다. 그의 부친은 한국 1세대 재즈 드러머 조상국이다. 조상국은 세계 곳곳을 돌며 연주를 펼쳤는데, 공연 차 아르헨티나를 찾았다가 말 그대로 꽂혔다.

"아버지께선 아르헨티나의 평화로운 풍경이 너무 좋으셨던 것 같아요. 또 세계 각국에서 온 이민자들이 만들어내는 문화적 다양성에 매료되셨죠. 쉰이 넘은 나이에 이민을 결정하셨어요. 저는 그때 중1이었죠. 11년을 아르헨티나에서 보내며 남미의 정서를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됐어요."

조윤성은 20대 초반 미국 명문 음악학교인 버클리음대와 뉴잉글랜드음악원(NEC)에서 재즈피아노를 전공했다. 이후 세계 최고의 재즈 교육기관으로 꼽히는 텔로니어스 멍크 인스티튜트에서 실력을 갈고 다듬었다. 모던 재즈의 선구자인 피아니스트 텔로니어스 멍크(1917~1982)를 기려 미 정부 후원을 받아 설립된 텔로니어스 멍크 인스티튜트는 격년에 한 번씩 오디션을 통해 전 세계에서 악기당 1명씩 딱 7명만 선발해 교육한다. 조윤성은 멍크 인스티튜트에 선발된 최초의 한국인이었다.

조윤성은 오는 30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싱어송라이터 루시드 폴과 협연을 펼친다. 또 내달 20일엔 경남 통영의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일렉트로 피아졸라'라는 타이틀의 공연이 예정됐다. 하루 뒤인 내달 21일엔 전남 광주에서 열리는 ACC월드뮤직페스티벌에서 국악과 탱고의 만남을 시도하고, 오는 10월 13일엔 바이올리니스트 이성주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피아졸라 탄생 100주년 기념음악회를 연다.

"여러 연주회가 예정됐지만 국악과 탱고를 접목하는 공연이 특히 기대돼요. 피아졸라 작품의 99%가 단조곡이에요. 우울한 정서를 기반으로 하고 있죠. 우리나라의 창이나 판소리에서도 처연하고 슬픈 노래가 상당히 많아요. 정서적인 측면에서 탱고와 국악 간 접점이 상당히 많다고 생각해요. 기술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가야금이나 거문고를 연주할 때 손을 떨면서 굉장히 풍부한 바이브레이션을 만들어내죠. 그런데 바이올린으로 탱고를 연주할 때면 일반 클래식 곡을 연주할 때보다 훨씬 비브라토(음을 떨리게 하는 기교)를 많이 주면서 울음소리를 내 듯 연주를 해요. 이런 공통점 때문 인지 국악기로 탱고를 연주해도 이질적인 느낌 없이 녹아들어요."

탱고하면 알 파치노가 주연한 영화 '여인의 향기'의 춤장면이 연상될 만큼 탱고와 춤을 땔려야 땔 수 없는 관계다. 탱고는 자칫 남미 민중들의 춤을 위한 음악으로 머물 뻔 했지만, 피아졸라에 의해 세계적인 클래식 연주자들도 자주 연주되는 보편적인 음악이 됐다.

"피아졸라는 탱고에서 춤과 노래를 분리하는 혁신을 일궈냈어요. 이를 누에보 탱고(새로운 탱고)라고 부르죠. 누에보 탱고 이전 탱고는 너무 단순한 음악이라 대중음악에 머물렀어요. 피아졸라는 여기에 클래식·재즈 화성과 대위법적인 기법까지 가미하면서 예술성을 부여해 전세계인이 탱고를 연주하고 즐길 수 있게 했어요. 여기에 피아졸라의 위대함이 있죠."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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