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긋난대로 살아가는 존재들..어려운데도 묘하게 끌리네
체념에 익숙, 매달리지 않아
기존 문법·서사 전복시켜
◆ 제22회 이효석 문학상 / 최종심 진출작 ③ 박솔뫼 '만나게 되면 알게 될 거야' ◆
코에서 일어난 일을 생각하다가 작년 여름부터 일어났던 일을 되짚는다. 서원이는 두 번이나 결혼한 전력이 있는 나이 많은 기정이에게 사랑을 달라고 했다. 소설 어디에서도 서원이가 사랑하고 있다는 절절한 느낌은 없다. 주인공은 자기 감정을 확신하지 못한다. 그도 그럴 것이 여름이 지날 때쯤 감정이 바뀐다. "기정이에게 사랑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 서원이를 괴롭게 해서 슬퍼서 우는 날이 많았지만", 기정이가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자 왜인지 별 생각이 없어졌다. 감정이 식은 건지 체념인지 알 수는 없다.
그리고는 '준우'라는 중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가 나타난다. 기정이가 재혼에 앞서 만난 여자의 아이다. 준우는 기정이의 친자식은 아니다. 이를 작가는 "기정이의 정자에게 일어난 일은 아니군요"라고 낯설게 설명한다.
준우는 경제지를 읽는 조숙한 아이로 세상 이치를 마치 다 알고 있는 존재처럼 묘사된다. 주인공은 준우에게 두 가지를 묻고 싶다. 사랑은 어느 때 나에게 찾아오고 나는 그것을 두 손으로 움켜쥘 수 있는가. 또 나에게 일어났는지 아닌지 알 수 없었던 일들이 어느 날 나를 찾아오면 그것은 무엇이라고 이해해야 하는가. 하지만 이 절박했던 질문도 시간이 지나자 흐지부지된다. 주인공은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왜 우는지, 무엇을 간절히 바라는지, 삶의 목적지가 어디인지. 확신하는 게 없기에 서원이는 몸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 뿐이다. 콧물에서 일어난 일, 팔꿈치에서 일어난 일, 눈에서 일어난 일, 혈관에서 일어나는 일.
서원이가 땅에 발붙이고 사는 현실적인 인물인가 싶다가도 어렵게 토해낸 진심이 담긴 한 문장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사람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괴롭고 쓸쓸해진 그는 묻는다. "왜 어떤 때는 달려나갈 수 있고 어떤 때는 숨고 싶기만 한가요?" 많은 질문을 뒤로 하고 그가 결국 이해한 것은 사랑은 어긋나며 어긋난 대로 반복된다는 것이다. 우리들은 어긋난대로 살아가는 존재다.
작가 박솔뫼(36)의 작품을 두고 심사위원들은 저마다 "어려운데 끌린다"고 말했다.
정여울 문학평론가는 "어떤 인간 관계의 중력, 질척거림 이것으로부터 벗어나서 사유할 수 있는 관점이 있다"고 말했다. 윤대녕 소설가는 "등장 인물들이 내적으로 결핍이 커지고 상실감을 갖고 있는데 표현을 못한다"며 "독특하게 읽히는 게 인물들 태도와 작가 태도 때문이다. '이해해주면 고맙고 아니어도 어쩔 수 없어'라고 말한다"고 밝혔다.
기존 서사 방향성과 문법에 의문을 제기하는 작가는 1985년 광주에서 태어났다. 2009년 장편소설 '을'로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장편 '백 행을 쓰고 싶다'와 소설집 '그럼 무얼 부르지'를 펴냈다.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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