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위드코로나' 국내는 아직 시기상조..하지만 언젠가 영국·싱가포르 따라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다. 유행이 길어지고 변이 바이러스까지 나타나면서 국가별 방역 대책도 천차만별이다.이런 가운데 일부 국가들은 코로나19가 계절성 독감처럼 인류와 공존할 것을 예상하고, 지금까지 조여왔던 규제를 풀고 경제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더 이상의 경제적 손실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들 국가들은 신규 확진자 수가 늘지 않도록 관리해왔던 방역 목표를 이제는 중증환자 치료에 집중하고 있다.
영국과 싱가포르는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빗장을 푼 대표적인 나라들이다. 영국은 지난 19일 코로나19 방역 빗장을 풀었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와 사적 모임시 인원 제한, 사회적 거리 두기 등 규제를 거의 다 해제했다. 하지만 인도발 변이 코로나19 바이러스인 델타 변이가 확산하면서 여전히 하루 신규 확진자는 2만~3만 명씩 발생하고 있다. 영국 전문가들과 언론들은 이런 출구 전략이 위험하고 시기상조라고 경고하고 있지만 영국 정부는 경제 회복을 위해 과감히 새로운 전략을 시행하고 있다.
싱가포르도 코로나19로부터 자유 선언을 했지만 영국보다는 소극적이다. 코로나19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뉴노멀(새로운일상)'을 선언했지만 최근 델타 변이가 확산하면서 신규 확진자가 늘자 일단 다음달 18일까지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싱가포르 정부는 당장은 아니지만 결국 뉴노멀 정책으로 이행을 고수하고 있다.
○
'위드 코로나' 가능하려면 백신 접종 완료율 50% 이상 돼야
국내에서도 역시 코로나19 유행이 길어지면서 마스크 착용 의무와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도 "코로나19가 결국에는 계절성 풍토병으로 고착되면서 영국과 싱가포르 같은 공존 전략을 택해야 한다"면서도 "아직 국내는 시기상조"라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아직 한국이 코로나19와 함께 살기가 시기상조인 이유로 낮은 접종률을 꼽고 있다. 한국의 백신 접종률은 이달 26일 0시 기준 1차 32.6%, 2차까지 완료한 비율는 약 13.2%다. 반면 영국에서 코로나19 백신을 2차까지 모두 맞은 비율은 약 68%에 이른다. 영국 통계청은 영국 성인의 약 92%가 백신 접종 또는 이미 한 차례 감염됐다가 회복된 덕분에 코로나19에 대한 항체를 가졌다고 본다. 싱가포르 역시 백신을 접종 완료한 비율은 약 5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봉영 한양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와 공존하는 전략을 언제 취할 것인지는 백신 접종률이 얼마나 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두 나라의 전략에 속도 차이는 있지만 결국 코로나19와 공존하는 것을 공통적으로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들 나라뿐 아니라 한국나 다른 나라도 이런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진홍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대한감염학회 회장)는 "코로나19의 전파력으로 따져보면 이론상 전체 인구의 약 70%가 면역력을 가져야 집단면역이 생긴다"며 "실제로는 약 50%만 면역력을 갖고 있어도 코로나 19의 전파력이 떨어져 새로운 방역으로 전환할지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한국은 백신 접종율이 30%가 조금 넘을 정도로 낮아서 아직 출구 전략을 논하기에는 이르다"며 "영국과 싱가포르가 이런 출구 전략을 시행해 어떤 상황을 겪는지 보고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
다른 국가들 사례보며 한국 실정에 맞게 전략 세워야
전문가들은 백신만이 100% 답은 아니다고 말했다. 최근 델타 변이가 나타나면서 백신이 새로운 변이에 대한 예방 효과가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일찌감치 대부분의 국민이 백신 접종을 완료한 이스라엘에서는 시간이 흐르면서 백신의 예방 효과가 줄면서 오히려 최근 신규 확진자수가 다시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백신 접종을 2차로 끝낼 것이 아니라 추가로 맞는 '부스터샷'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스라엘과 싱가포르처럼 전략을 잘 짜도 상황이 바뀔 수 있다"며 "영국도 너무 서둘러 새로운 전략을 시행하다가 다시 락다운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길병원 인공지능 빅데이터 융합센터장(예방의학교실 교수)은 "영국과 이스라엘의 사례를 봤을 때 신규 확진자 수는 언제든지 다시 늘어날 수 있다"며 "전체 백신 접종율보다 중요한 것이 고령자, 기저질환자 같은 고위험군이 백신 접종을 완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와 공존하는 전략을 언제 어떻게 시행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많이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백신 접종을 완료한 국가들, 코로나19와 공존하는 전략을 일찌감치 시행하는 국가들의 사례와 결과를 보며 한국도 실정에 맞게 새로운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정아 기자 zzunga@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