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책골에 '고마워요' 자막 등 논란..MBC 사장이 고개 숙였다

박성제 MBC 사장, 26일 기자회견서 "콘텐츠 최고 책임자로서 사죄"

박성제 MBC 사장이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개회식과 남자 축구 중계 등에서 벌어진 그래픽과 자막 사고 등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쿄올림픽 중계 과정에서 부적절한 사진 등의 사용으로 뭇매를 맞은 MBC가 26일 공식 사과했다.

박성제 MBC 사장은 이날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MBC 경영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세계적인 재난 상황에서 지구인의 우정과 연대, 화합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는 방송을 했다”며 “개회식 중계 도중 각국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일부 국가와 관련해 대단히 부적절한 화면과 자막이 방송됐다”고 밝혔다.

이어 “25일에는 축구중계를 하며 상대국 선수를 존중하지 않은 경솔한 자막이 전파를 탔다”며 “신중하지 못한 방송, 참가국에 대한 배려가 결여된 방송에 대해 마음의 상처를 입은 해당 국가 국민들과 실망하신 시청자 여러분께 MBC 콘텐츠의 최고 책임자로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MBC는 지난 23일 올림픽 개회식을 중계하면서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입장하자 그래픽에 체르노빌 원전 사고 사진을 삽입했으며, 아이티를 소개할 때는 대통령 암살을, 엘살바도르 소개 때는 비트코인을 언급하는 등 부적절한 화면으로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았다.

MBC는 개회식 말미에 아나운서를 통해 사과하고, 다음 날 한국어와 영어로 공식 사과문을 냈지만, 외신에까지 해당 논란이 소개되면서 국제적으로도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 25일에는 남자축구 조별리그 B조 2차전 한국과 루마니아의 경기를 중계하면서, 자책골을 기록한 상대 팀의 마리우스 마린 선수를 겨냥해 ‘고마워요 마린’이라는 자막을 광고 중 화면 상단에 노출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이에 박 사장은 “특정 몇몇 제작진을 징계하는 것에서 그칠 수 없는, 기본적인 규범 인식과 콘텐츠 검수 시스템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철저하게 원인을 파악하고 책임도 반드시 묻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방송강령과 사규, 내부 심의규정을 한층 강화하고, 윤리위원회와 콘텐츠 적정성 심사 시스템을 만들어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박 사장은 “스포츠뿐 아니라 모든 콘텐츠를 제작할 때 인류 보편적 가치와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고, 인권과 성평등 인식을 중요시하는 제작 규범이 체화될 수 있도록 전사적인 의식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뼈를 깎는 노력으로 공영방송의 공적 책무를 다하고, 시청자들의 신뢰를 반드시 회복하겠다”고 다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