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과 방황 없었다면..'19세 막내 영건' 향한 논란 없었을까

조형래 2021. 7. 26.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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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고척, 지형준 기자]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2020 도쿄 올림픽 야구 국가대표팀이 25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키움 히어로즈와 평가전을 가졌다. 8회말 대표팀 김진욱이 생각에 잠겨 있다. 2021.07.25 /jpnews@osen.co.kr

[OSEN=조형래 기자] 올해 신인들 가운데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일찌감치 입단팀이 결정되어 있었다고 봐도 무방했고 가족의 팬심까지 알려진 상황이었다. 하지만 뜨거웠던 관심, 높은 기대에 비례해서 선수 주위를 둘러싸고 논란 거리가 만들어졌다. 롯데 자이언츠의 투수진의 미래이자 올림픽 야구대표팀 투수진 세대교체의 중심에 선 좌완 투수 김진욱(19)은 다시 주목을 받게 됐다.

신인 시즌, 만 19세 약관의 나이로 태극마크를 달게 된 김진욱이다. 이의리(KIA)와 함께 대표팀에서 패기의 막내 라인을 담당한다. 그러나 김진욱이 대표팀에 선발되는 과정에는 논란이 있었다.

이의리의 경우 KIA 선발진의 미래로 불리며 시즌을 시작했지만 애런 브룩스, 다니엘 멩덴 등 외국인 투수들의 부상 이탈과 토종 선발진의 부진으로 팀을 지탱하는 ‘소년 가장’까지 위치가 격상됐다. 선발 투수로 보직을 일찌감치 정했고 주 1회 등판으로 관리를 받으면서 자신의 기량을 과감하게 뽐냈다. 14경기 4승3패 평균자책점 3.89(71⅔이닝 31자책점)의 성적을 전반기에 기록했다. 세대교체와 좌완 기근이라는 과제를 해결하기에 이의리만한 적임 카드가 없었다. 이의리의 대표팀 발탁은 이견이 없었다. 뽑지 않으면 논란이 될 정도였다.

역시 선발로 출발한 김진욱이었지만 이의리와 달리 연착륙하지는 못했다. 선발 투수로 4경기 3패 평균자책점 10.90(17⅓이닝 21자책점)에 그쳤다. 2차 1라운드 전체 1순위 신인이라는 지명 순위가 무색한 투구의 연속이었다. 다만, 불펜으로 전환한 뒤에는 13경기 2승2패 1홀드 평균자책점 3.86(11⅔이닝 5자책점)으로 나아진 상황이긴 했다.

그럼에도 ‘코로나 술판 모임’ 논란으로 사퇴한 박민우 대신 김진욱이 선택을 받는 과정은 논란이 되기에 충분했다. 김경문 감독은 좌완 투수가 필요하고 잠재력이 풍부한 김진욱을 점찍었지만 일단 절대적인 시즌 성적이 8.07의 평균자책점이었기 때문.

사실 김진욱이 1군에 자리잡기까지 구단과 현장의 이견이 있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구단 프런트는 김진욱이 2군에서 1이닝 정도의 짧은 이닝을 소화를 하면서 경기 감각을 늘려가고 1군에서도 불펜 투수로 활용하려는 복안을 하고 있었다. 더불어 패스트볼 구위가 좋고 슬라이더, 커브의 각이 크지만 좌완 선발 투수가 필수적으로 갖고 있어야 하는 체인지업이나 스플리터 등 오프스피드 구종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도 고려사항이었다. 프런트 역시 김진욱의 궁극적인 포지션은 선발 투수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올 시즌은 아니라는 생각은 분명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김진욱의 선발 투수로 활용하는 것을 원했고 의견을 관철시켰다. 김진욱은 개막 로테이션에 포함됐다. 꾸준히 선발 투수로 기용을 했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졌지만 김진욱의 선발 투수로의 평가는 낙제점에 가까웠다. 결국 김진욱은 방황했다. 구단과 현장의 갈등 속에서 선수는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표류했다. 불과 2~3개월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영건들의 경우 이 기간 하루가 다르게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구단 내부의 갈등과 싸움 사이에 김진욱이 끼어있는 모양새였고 한국 야구의 미래라고 불렸던 어린 좌완 투수의 방황에 김경문 감독을 비롯한 많은 야구인들이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구단과 현장의 갈등이 없었다면 선수 역시 방황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곳곳에서 나온다. 대표팀 발탁 논란도 없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결국 결과론이다. 만약 김진욱이 선발 투수로 성공을 했다면 프런트와 현장 간의 갈등도 ‘건전한 논쟁’으로 포장될 수 있었다. 김진욱이 불펜 투수로 부진했을 수도 있다. '만약’이라는 명제가 붙는다면 세상의 이야깃거리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풍부해진다.

어쨌든 '발탁 당한 죄' 밖에 없는 선수를 향해 무분별한 비난이 가해지기도 했다. 이제는 도쿄에 입성한 김진욱은 한국 야구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재목임을 증명하고 올림픽 무대를 휘어잡아야 한다. 일단 불펜 투수로 낙점을 받은 김진욱은 지난 24일 LG와 25일 키움을 상대로 한 평가전 2경기에서 연투를 펼치며 1⅔이닝 1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연투 상황에서도 문제가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

김경문 감독은 “내가 볼 때는 굉장히 좋은 공을 던졌다. 김진욱과 이의리 서로 다른 장점이 있다. 이번 대회 마운드에서 자기 공을 던지면 대표팀에 큰 힘이 될 것이다. 칭찬 많이 해주고 싶다”고 기대했다. 김진욱 역시 “감독님은 하루를 시작할 때마다 자신있게 하자고 하시며 하이파이브를 하신다. 자신감을 주려고 하신다”고 전하기도 했다.

올림픽 본선이 열리게 되면 다시 김진욱과 관련된 논쟁은 뜨겁게 불타오를 가능성이 높다. 김진욱 스스로가 부담을 이겨내고 세간의 논란과 부정적인 평가를 뒤집는 수밖에 없다. /jhrae@osen.co.kr

[OSEN=고척,박준형 기자]17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도쿄올림픽에 출전하는 야구대표팀의 공식훈련이 진행됐다.김경문 감독이 김진욱과 첫 인사를 나누고 있다. 21.07.17 /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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