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 1억 미만 아파트를 찾아라".. 갭 투자가 올린 충북 집값
청주 서원구 집값이 급등하면서 청주를 중심으로 한 충북 일대가 전반적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공시가격 1억원 미만 구축 아파트 단지 위주로 오르고 있다. 통상 집값이 오를 땐 신축단지가 주변에 입성한다거나 인근이 개발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질 때지만 청주를 중심으로 한 충북 일대의 상황은 이와는 다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전셋값이 올라 매매값과의 차이가 크게 줄어들자 투자 수요가 유입되는 것 같다”면서 “부동산 절세를 위한 갭투자로 보인다”고 했다.
26일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매매지수에 따르면 7월 셋째주 충북 청주 서원구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0.60%를 기록했다. 둘째 주 상승률(0.30%)과 비교하면 상승률이 두 배가 됐다. 청주에서는 서원구에 이어 상당구가 지난주 0.23%에서 0.32%로 뛰어올랐고, 흥덕구와 청원구가 지난주 0.08%에서 이번주 0.15%, 0.10%로 올랐다.
지역 부동산 시장에서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잠잠했던 서원구가 청주를 주도했었던 흥덕구, 청원구를 제친 것을 두고 의외라는 반응이 나온다. 흥덕구는 세종시와 인접했고 청원구는 정주 여건이 잘 닦여있어 지난해 각각 11.40%, 10.32% 급등했었다. 같은 기간 서원구는 5.79% 오르는 데 그쳤다. 그랬던 서원구의 상승률이 갑자기 높아진 것이다.
이는 서원구의 저가 구축 단지를 중심으로 갭투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1980~1990년대 지어진 중소형 평형의 1억원대 아파트의 거래가 갑자기 늘었다. 지난 1990년에 준공된 서원구 수곡동 주공 1단지의 전용면적 47.01㎡는 이달 10일 1억5500만원(2층)에 거래됐다. 올해 1월만 해도 9000만원~1억1200만원 수준에서 매매됐는데, 불과 6개월 사이에 5000만원 가량이 오른 셈이다. 같은 아파트 39.69㎡는 올 1월만 하더라도 9000만원대에 거래됐는데, 이번달 초 1억2500만원(1층)까지 뛰었다.
1989년에 지은 모충동 주공 2단지도 전용면적 59.12㎡가 지난 6월 1억4700만원(2층)에 신고가를 썼다. 올해 초부터 1억400만원~1억3000만원 선에서 거래되다가 단숨에 2000만원 가까이 올랐다. 기존 가격이 워낙 낮았다 보니 적은 상승 폭에도 상승률은 더 높게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충북 충주와 제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충주시 아파트값은 0.31% 올라 지난주 0.14%보다 두 배 이상 높아졌다. 제천 역시 0.35%에서 0.53%로 상승률이 눈에 띄게 뛰었다. 부동산원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 통계에 따르면 충주의 경우 지난 1월 1억4200만원이었지만 6월에는 1억4860만원까지 700만원 가까이 올랐다. 같은 기간 제천도 1억2000만원에서 1억2670만원으로 비슷하게 상승했다.
충주 기업도시가 들어설 중앙탑면 용전리의 미진 이지비아 전용면적 59.99㎡는 지난달부터 1억7000만~1억8000만원선에서 거래되더니 이번달 처음으로 2억원(14층)에 도달했다. 3월까지만 해도 1억4000만원(1층)에 거래됐던 것이 4개월 만에 40% 넘게 오른 셈이다. 제천 청전동 현대 아파트 84.94㎡도 지난 2월 불과 8000만원(3층)에 거래됐었는데 이번달 1억5300만원(2층)까지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이들 단지의 공통점은 공시가격이 1억원에 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1억원이 안되는 공시가격에 비해 전세 가격은 7000만원~1억원 선에 형성돼 최고가 기준으로도 5000만원 정도면 갭투자가 가능하다.
부동산 시장은 충북 지역에 갭투자가 갑자기 몰리기 시작한 것은 부동산 절세 목적 때문인 것으로 분석한다. 읍·면지역의 3억원 미만 아파트는 조정대상지역이라도 양도세 중과가 배제되고, 다주택자의 경우 공시가 1억원 미만 아파트를 매입하면 취득세 역시 중과 없이 1.1%만 부과되기 때문이다.
청주 서원구 수곡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최근의 상승세는 외지의 갭투자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면서 “법인 명의로 매수하는 경우가 많고 매매가와 전세가 차액(갭)만 맞으면 집을 보거나 하지 않고 계약금을 지체없이 보내온다”고 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사실 정상적인 시장이라면 주목받을 입지는 아니다”라며 “수도권 공급 부족이 워낙 심하다 보니 투자자금이 몰리는 것인데, 가격이 낮아 약간의 가격 상승으로도 상승률이 커 보이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했다. 또 그는 “이런 지역들의 경우, 해당 지역에 대규모 공급이 이뤄지거나 수도권의 주택 공급부족이 해소될 경우에 하락장으로 급변할 수 있다. 특히 공시가격이 1억원을 넘어서게 되면 향후 아파트를 처분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리스크도 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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