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올림픽 방송 논란' 머리숙인 박성제 사장 "참담..상처받은 분들께 사죄"(종합)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이번 올림픽 방송 논란에 고통스럽고 참담한 심정이었다. 재발방지 대책을 강구하고, 뼈를 깎는 노력으로 공영방송의 책무를 다하겠다."
MBC 박성제 사장은 26일 오후 3시께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C는 전세계적인 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 지구인의 우정과 연대 화합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는 방송을 했다"며 머리 숙여 사과했다.
최근 MBC는 '2020 도쿄올림픽' 중계방송을 하며 연달아 두 번의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지난 23일 열린 개막식에서는 올림픽 참가국을 소개하며 부적절한 사진과 문구를 사용해 논란이 일었다. 우크라이나 소개에 체르노빌 원전 사진을 넣었고, 아이티 소개에서는 '대통령 암살로 정국은 안갯속'이라고 표현해 국내 시청자뿐만 아니라 외신에서도 비판을 받았다.
MBC는 개막식 중계와 관련해 24일 사과문을 내고 공식 사죄했지만 하루 만에 또 다시 논란의 대상의 됐다.
25일 일본 이바라키현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축구 B조 예선 대한민국 대 루마니아 경기에서 루마니아 선수 마리우스 마린이 자책골을 넣자, 전반전이 끝난 뒤 광고 영상 중 '고마워요 마린 자책골'이란 조롱성 자막을 넣어 시청자들로부터 재차 비판을 받았다.
박성제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올림픽 개회식 중계 중에 일부 국가와 관련해 대단히 부적절한 화면과 자막이 방송됐고, 또 25일에 축구 경기에서는 상대국 선수를 존중하지 않은 경솔한 자막이 방송을 탔다"면서 "신중하지 못한 방송, 참가국에 대한 배려가 결여된 방송으로 상처를 받은 해당 국가 국민, 실망한 시청자들에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라고 말했다.
또 "취임 이후 가장 고통스럽고 참담한 시간이었다"면서 "특정 제작진을 징계하는 것으로는 그칠 수 없는, 기본적인 콘텐츠 검수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철저하게 원인을 파악하고 책임을 묻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대적으로 강력한 조치를 위해 내부 심의 규칙을 한층 강화하고, 윤리위원회, 콘텐츠 적정성 심사시스템을 만들어서 재발을 막도록 노력하겠다"며 "(올림픽의) 인류 보편적 가치와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고 인권, 성평등의 가치를 우선하도록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박성제 사장은 "그동안 MBC는 콘텐츠 경쟁력 강화, 적자 해소를 위해 애썼지만,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며 "뼈를 깎는 노력으로 공영방송의 책무를 다하겠다"라고 했다.
박성제 사장은 사과문 발표 후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MBC 중계로 피해를 입은 국가들과 관련한 질문에 "우크라이나와 루마니아 대사관에 사과의 서한을 전달했다"고 답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대사관은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어서 메일로 전했고, 루마니아는 메일과 인편으로 사과 서한이 전달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성제 사장은 "아이티는 국내에서 철수했기 때문에 전달하지 못했다"면서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외신에도 기자회견이 끝나는대로 사과문과 영상을 보내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MBC 올림픽 방송 논란은 지난 2월 MBC 스포츠국을 조직개편하면서, 스포츠국 인력과 제작 인력을 MBC스포츠플러스로 이관한 것이 원인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박성제 사장은 "그 과정에서 갈등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나 그 부분이 문제의 원인이라는 것은 동의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본사나 계열사(MBC스포츠플러스) 어느 한 쪽에 책임을 물을 것은 아니라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박성제 사장은 "가장 중요한 원인은 기술적인 문제라기보다 올림픽 정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참가국을 존중하지 못한 규범적 인식이 미비한 것이 근본적이라고 본다"면서 "시스템적으로 걸러내지 못한 점이 1차적인 문제의 원인으로 파악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상황과 관련해서는 "(논란이 된 화면이) 나가게 된 원인은 파악이 됐고,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특정해서 거론하는 건 적절하지 않고 올림픽이 끝나는대로 정밀조사까지 더해서 확실한 책임 소재 파악, 재발 방지 대책까지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ich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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