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사장, '무개념 중계' 비판에 "올림픽 정신 훼손..머리 숙여 사죄"

이혜리 기자 2021. 7. 26.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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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박성제 MBC 사장이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개회식과 남자 축구 중계 등에서 벌어진 그래픽과 자막 사고 등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MBC 제공


박성제 MBC 사장이 2020 도쿄올림픽 개회식 중계 등에서 MBC가 부적절한 사진과 문구를 사용해 잇따라 논란을 빚은 것과 관련해 26일 직접 사과했다.

박 사장은 이날 오후 3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경영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세계적인 코로나 재난 상황에서 지구인의 우정과 연대, 화합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는 방송을 했다”며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박 사장은 이어 “신중하지 못한 방송, 참가국에 대한 배려가 결여된 방송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은 해당 국가 국민들과 실망하신 시청자들께 MBC 콘텐츠 최고 책임자로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했다.

박 사장은 “지난 주말은 MBC 사장 취임 후 가장 고통스럽고 참담한 시간이었다”며 “급하게 1차 경위를 파악해보니 특정 몇몇 제작진을 징계하는 것에서 그칠 수 없는, 기본적인 규범 인식과 콘텐츠 검수 시스템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철저하게 원인을 파악하고, 책임도 반드시 묻겠다”며 “대대적인 쇄신 작업에도 나서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방송강령과 사규, 내부 심의규정을 강화하고 윤리위원회, 콘텐츠 적정성 심사 시스템을 만들어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특히 스포츠뿐 아니라 모든 콘텐츠를 제작할 때 인류 보편의 가치와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고, 인권과 성평등 인식을 중요시하는 제작 규범이 체화될 수 있도록 의식 개선을 하겠다고 했다. 박 사장은 “뼈를 깎는 노력으로 공영방송의 공적 책무를 다하고, 시청자들의 신뢰를 반드시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SNS 화면 갈무리
SNS 화면 갈무리


MBC는 지난 23일 올림픽 개회식 중계 방송에서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입장할 때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진을 국가 소개 박스 화면에 넣었다. 정부 추산 사망자만 3500명에 달하는 참사를 국가 소개용 사진으로 쓴 것이다. 엘살바도르 선수단 소개 때는 비트코인, 아이티 소개 때는 폭동 사진을 활용하면서 “대통령 암살로 정국은 안갯속”이라는 자막을 올렸다.

해당 논란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언론에까지 소개돼 파문이 커졌다. 이에 MBC는 지난 24일 “해당 국가 국민과 시청자 여러분께 정중히 사과드린다”며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영상 자료 선별과 자막 정리 및 검수 과정 전반에 대해 철저히 조사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엄정한 후속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MBC는 사과 이튿날인 25일 남자 축구 조별리그 B조 2차전인 한국과 루마니아 간 경기를 중계하면서 광고 중 자책골을 넣은 루마니아의 마리우스 마린 선수를 겨냥해 “고마워요 마린, 자책골”이라는 자막을 화면 우측 상단부에 삽입해 또 논란을 일으켰다. 국내·외 시청자들은 이를 두고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상대팀 조롱이라고 비판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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