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했던 우리 역사, 생생히 느끼고 싶을 땐!
누구나 한 번쯤 외워봤을 ‘태정태세문단세’부터 특별한 날에 찾게 되는 경복궁까지. 역사는 늘 우리 곁에 숨 쉬고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유명한 말처럼, 우리는 역사를 바라보며, 만들며 살아간다. 나는 지난해 한국사 시험을 준비하며, 이 말을 더욱더 실감했다. 우리네 역사가 얼마나 다채로운지.
그런데 한국사를 알아가다 보니 조금 답답한 점이 있었다. 바로 시대와 나라에 따라 다양한 지역에 흩어진 문화재를 ‘0층 석탑’, ‘00 왕릉’처럼 표면적으로만 듣고 넘어가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학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단체로 방문한다는 경주. 나 역시 두 번이나 방문했지만, 그때는 대형 관광버스에 실려 빠르게 이동하느라 문화유산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낄 수 없어 아쉬웠다.
그런데 이내 이러한 아쉬움을 달래줄 누리집을 발견했다. 바로, 문화재청에서 운영하는 ‘국가문화유산포털’(https://www.heritage.go.kr/)이다. 포털에 접속하자마자 눈에 띄는 건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가득 묻어나는 디자인이었다. 문화재를 종목별, 지역별, 조건별로 검색할 수 있고 유네스코 등재유산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메뉴가 돋보인다.
더 자세한 메뉴로 들어가 조선왕릉을 클릭하자, 곳곳에 분포된 조선왕릉의 이름과 위치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더 마음에 쏙 들었던 것은 바로 조선 왕실 족보인 선원계보 기능이었다. ‘태정태세문단세’를 넘어, 조선 왕실의 가계도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태조부터 고종까지, 대한제국으로 넘어가 고종태황제부터 순종효황제까지. 역대 왕들의 출생과 사망 연도, 출생 순위, 왕릉 이름까지 깔끔하게 정리된 가계도였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공주나 옹주의 이름이 표기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21대 왕인 영조는 셋째 딸인 화평옹주를 매우 사랑하여 부마(駙馬)와 함께 궐에서 살도록 했다고 하는데, 이렇듯 역사의 중요한 구성원인 공주와 옹주들까지 가계도에 반영된다면 더 생생하게 그려볼 수 있을 듯하다.
다시 메뉴로 돌아가,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단연 문화유산 검색 기능이었다. 종목이나 유형으로만 분류되어 있었다면 자칫 지루하다고 느낄 수 있었을 텐데,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에서는 ‘우리 동네 문화재 찾기’ 기능까지 제공하고 있다.
나는 관광지가 많은 경기도 양평에서 살고 있지만, 토박이들이 으레 그렇듯 우리 지역의 관광지나 문화재를 직접 구경하러 간 적은 없다. 이참에 양평에는 어떤 문화재가 있는지 검색해 보았다. 보물부터 천연기념물, 국가등록 문화재까지 다양한 종류의 문화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1100살로 추정된다는 천연기념물, 용문사 은행나무의 위용과 아름다움에 감탄했다. 우리 동네에 이렇게 멋진 문화재들이 있다니.
이렇게 목록을 보고 있자면 ‘나도 한 번쯤 우리 동네 문화재에 방문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국민들을 위해, 국가문화유산포털에서는 섬세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바로 문화재 목록이 담긴 엑셀 파일과 각 문화재의 정보를 읽을 수 있는 QR코드 목록을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실제 파일을 살펴본 결과, 모바일로 간단하게 문화재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 좋았다.
문화재의 사진과 지정일, 정확한 소재지와 더불어 음성 해설을 통해 해당 문화재에 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총 4개 국어로 해설을 지원하니 외국인 친구에게 우리나라 문화재의 아름다움을 설명하기에도 아주 유용하리란 생각이 들었다. 역사 덕후(역사를 좋아하는) 친구에게 국가문화유산포털을 알려주자, 매우 기뻐하며 홈페이지를 탐방했다. 생생하고 자세한 정보가 가득하다며 칭찬을 거듭했다.
몇 달 전, 코로나가 비교적 잠잠했을 당시에 경주로 출장을 떠났다. 학창 시절 두 번이나 수학여행을 갔지만, 기억에 남는 건 별로 없었다. 업무 차 방문한 터라 시간이 촉박했지만, 문화유산으로 유명한 경주에 온 만큼 하나라도 눈에 담고 싶은 생각에 일정을 마치고 동궁과 월지로 향했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다시 마주한 경주는 잊기 힘들 정도로 아름다운 도시였다. 역사와 문화재의 진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찬찬히 받아들이는 마음이 중요한 듯하다.
비록 코로나19로 국내 이곳저곳을 직접 탐방할 수는 없지만, 문화재청 덕분에 곳곳의 문화유산을 생생하게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역사 덕후’나 한국사 시험 준비생, 또 역사를 처음 배우는 아이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국가문화유산포털’. 더 많은 국민의 사랑을 받아 우리 문화유산의 아름다움이 널리 알려진다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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