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전노장에 "동네 고수"란 KBS..비하·조롱 판치는 올림픽 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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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뿐 아니라 KBS와 SBS도 2020 도쿄올림픽에서 부적절한 중계방송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요즘 젊은 층이 상대방을 깎아내리면서 주는 즐거움에 익숙할 것이란 생각은 편견"이라며 "객관성을 담보해야 할 지상파 방송이 이번 올림픽 중계에선 그 기준을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했고, 그런 점에선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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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양성평등 민감한 MZ세대 반발
방심위 6개월째 '반쪽 구성' .. 154건 민원 심의 제동
MBC뿐 아니라 KBS와 SBS도 2020 도쿄올림픽에서 부적절한 중계방송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선의의 경쟁이란 올림픽 정신을 고려하지 않은 비하와 조롱조의 경기 해설로 갈등을 부추기며 지상파 방송사로서의 공적 역할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정과 양성평등 이슈에 민감한 MZ세대(1980년~2000년대 초반)의 반발은 거세다. 그간 올림픽 때마다 잡음이 일었던 '국뽕'에 취한 중계와 성차별적 해설에 염증을 느껴왔던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공영방송 KBS의 중계진은 25일 일본 도쿄 메트로폴리탄 체육관에서 열린 한국 여자 탁구 국가대표 신유빈과 룩셈부르크의 니시아리안(58)의 경기를 중계하며 상대 선수를 "탁구장 가면 앉아 있다가 갑자기 (나)오시는 숨은 동네 고수 같다"고 표현했다. 니시아리안은 1983년 중국 국가대표로 도쿄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혼합복식에서 금메달을 딴 실력파로, 2000년 시드니올림픽부터 이번 올림픽까지 5회 연속 출전했다. 이런 백전노장을 '동네 고수'라고 표현하는 것을 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엔 "무례했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KBS는 니시아리안의 능숙한 경기 운영에 대해 "여우 같다"고 말한 중계진의 발언도 그대로 내보냈다. 나이가 많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여우'란 표현을 쓰고, '동네 고수'와 빗대는 건 시대착오적이고 '막말'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SBS는 23일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간호사 복서' 스바사 아리사가 운동장에서 러닝머신에 올라 달리는 퍼포먼스를 "홈트레이닝하는 모습인데 홈쇼핑하는 느낌도 나네요"라고 중계해 입길에 올랐다. 코로나19란 악재에도 올림픽을 위해 최선을 다한 각국의 선수들에 대한 응원의 메시지가 담긴 공연인데, 홈쇼핑 방송과 비교하는 건 개최국에 대한 지나친 폄하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길을 잃은 지상파의 올림픽 중계에 아예 소리를 끄고 경기를 보는 시청자까지 생겼다. 직장인 강민석(33)씨는 26일 "중계진이 너무 흥분하며 소리를 질러 양궁과 펜싱 경기 중계는 소리를 끄고 휴대폰으로 화면만 봤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를 사로잡기 위해 자극을 강조한 중계가 역효과를 내는 것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요즘 젊은 층이 상대방을 깎아내리면서 주는 즐거움에 익숙할 것이란 생각은 편견"이라며 "객관성을 담보해야 할 지상파 방송이 이번 올림픽 중계에선 그 기준을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했고, 그런 점에선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꼬집었다.
지상파 3사에서 부적절한 올림픽 중계방송이 잇따르고 있지만, 정작 이를 외부에서 검증하고 처벌할 길은 막혀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온전히 구성되지 못해 6개월째 사실상 '휴업' 중이기 때문이다. 방심위 관계자는 "위원회는 9인 체제인데 지난주에 7명만 위촉됐다"며 "관례상 9인이 모두 위촉된 후 위원장을 뽑고 문제가 있어 보이는 건에 대한 심의를 진행하는데, 위원회가 제대로 꾸려지지 않아 심의 일정 등이 잡히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준 지상파 3사 올림픽 중계 관련 시청자 민원은 154건이 접수됐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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