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판사' 시스템 위 자리한 권력자들에게 [TV와치]

박은해 2021. 7. 26.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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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통째로 조작할 수 있는 건 시스템밖에 없다. 시스템은 권력 앞에서 무력하다. 시스템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권력 앞에서는."

문유석 작가가 시스템 내에서 수십 년간 봐온 현실은 판타지로 포장돼 대중 앞에 나왔다.

강요한과 김가온이 과연 시스템 위 자리한 권력자들에게 통쾌한 한 방을 날릴 수 있을지 앞으로 전개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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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박은해 기자]

"이렇게 통째로 조작할 수 있는 건 시스템밖에 없다. 시스템은 권력 앞에서 무력하다. 시스템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권력 앞에서는."

부모를 죽게 한 다단계 사기꾼은 감옥에 없었다. 죗값은 부모를 속인 도영춘(정은표 분)이 아닌 애먼 사람이 대신 받고 있었다. 믿을 수 없는 상황에 울부짖는 김가온(진영 분)에게 강요한(지성 분)은 이제 그만 현실을 직시하라고 충고한다. 김가온이 믿고 지켜온 법과 정의 시스템은 이미 권력자들 손아귀에서 놀아나고 있었다.

7월 25일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악마판사'(극본 문유석/연출 최정규) 8회에서는 비로소 강요한과 뜻을 함께하게 된 김가온 모습이 그려졌다. 김가온은 엄중한 재판을 게임으로 여기고, 이길 수만 있다면 눈 하나 깜짝 않고 범법 행위를 일삼는 강요한을 의심하고 경계해왔다. 민정호(안내상 분) 발탁으로 시범재판부 일원이 된 후에는 그를 도청하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기까지 했다.

강요한 방식에 동의할 수 없었던 김가온은 대통령, 재벌, 방송국 사장, 법무부 장관, 복지 재단의 민낯, 결정적으로 바꿔치기된 도영춘을 보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평범한 시민들이 배심원으로 참여해 변호사들 장난질에도 불구하고 얻어낸 징역 17년조차 도영춘과 그의 뒤를 봐주는 권력자들을 막아설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시스템에 회의를 느낀 김가온은 잘못된 세상과 싸우고 싶다며 강요한 손을 잡았다.

가상의 디스토피아 대한민국에서는 법과 정의 시스템을 무시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정치 유튜버가 대통령이 되고, 표적 수사로 무고한 사람을 희생시킨 검사가 법무부 장관 자리에 오른다. 정선아(김민정 분)는 자신에게 몹쓸 짓을 한 서정학(정인겸 분)을 신고하는 대신 약점을 잡아 권력을 손에 넣는다. 존경받는 사회적 책임 재단 고위직은 국민 성금으로 자신들 뒷주머니를 채운다.

시스템을 비웃기라도 하듯 하나같이 부패한 대한민국은 아이러니하게도 20년 이상 판사로 재직한 문유석 작가가 그려낸 세계다. 가상의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설정했으나 폐수 무단 방류, 갑질 재벌, 상습 몰카 범죄 등 다루는 사건은 현실의 대한민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확연한 온도 차를 보이는 것은 시범재판부에 한해 이루어지는 범죄자에 대한 강력한 응징, 국민 법감정에 들어맞는 속시원판 판결이다. 현실에서 무죄, 집행유예로 끝났을 사건은 디스토피아 대한민국에서 금고 235년, 태형 선고로 마무리됐다.

가상 세계에서 벌어지는 이 판타지 스토리가 묘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우리 현실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화려한 변호인단을 꾸려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법꾸라지, 권력을 가진 이들의 입맛에 맞춰 조작되고 왜곡되는 수사, 때때로 외압에 흔들리고 신념을 져벼리는 법관까지. 문유석 작가가 시스템 내에서 수십 년간 봐온 현실은 판타지로 포장돼 대중 앞에 나왔다. 강요한과 김가온이 과연 시스템 위 자리한 권력자들에게 통쾌한 한 방을 날릴 수 있을지 앞으로 전개가 주목된다.

(사진=tvN '악마판사')

뉴스엔 박은해 pe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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