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롤의 미세한 변화, 그 중심에 있었던 이동경 [도쿄 라이브]

가시마 | 윤은용 기자 2021. 7. 26.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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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이동경이 지난 25일 일본 이바라키현 가시마 시의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조별리그 B조 2차전 루마니아와 경기에서 중거리슛을 시도하고 있다. 가시마 | 연합뉴스


축구에서는 아주 작은 전술 변화에도 승패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 뉴질랜드전에서 일격을 당한 후, 김 감독은 분석을 통해 루마니아전에서 공격 쪽에 아주 작은 전술 변화를 시도했다. 그리고 그게 제대로 먹혀 들었다. 그 중심에 이동경(24·울산)이 있다.

이동경은 지난 25일 일본 이바라키현 가시마 시의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조별리그 B조 2차전 루마니아와 경기에서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하며 한국의 4-0 대승을 이끌었다.

이날 이동경의 포지션은 2선 가운데 위치하는 공격형 미드필더였다. 이동경 옆에는 엄원상(광주)과 이동준(울산)이 나란히 섰다. 최전방 원톱으로 선 황의조(보르도)와 함께 빠르고 체력이 좋은 선수들을 모조리 투입해 최전방부터 강하게 압박하겠다는 의도였다.

경기 시작 후 예상대로 한국의 강한 압박에 루마니아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당황하면서 여러 차례 실수도 나왔고, 한국이 무수한 찬스를 잡았다. 문제는 골이 좀처럼 터지지 않아 아슬아슬한 경기를 계속해야 했다는 것이다.

강한 압박은 체력 소모가 극심하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느슨해지면 상대에게 치명적인 역습을 허용하기 십상이다. 이날 한국의 압박은 이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강해 체력이 소모되는 속도가 더 빨라질 수 밖에 없었다. 김 감독이 승부수를 던진 것인데, 여기서 이동경을 이용한 전술 변화가 효과를 발했다.

이동경은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선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황의조와 거의 비슷한 라인에서 투톱처럼 뛰었다. 4-2-3-1이 아닌, 사실상의 4-4-2였다. 황의조(보르도)가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고 하더라도 무더운 날씨에 혼자서 최전방 압박을 하기는 무리다. 이동경은 그 부분에서 함께 최전방 압박을 담당하며 황의조의 부담을 덜었다. 뉴질랜드전에서 이렇다 할 찬스를 만들지 못하며 고전한 황의조는 루마니아전에서는 수 차례 찬스를 맞이했고 움직임도 좋았다. 더구나 한 명이 아닌 두 명이 최전방에서부터 압박의 강도를 높이니 루마니아가 역습을 선뜻 나가기 힘든 상황이 이어졌다.

아울러 전방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다보니 자연스레 롤도 공격에 집중이 됐다. 사실 이동경의 역할은 뉴질랜드전에서 이강인에게 먼저 돌아갔었다. 다만, 이강인은 활동량이 많거나 압박에 능한 선수는 아니다. 뉴질랜드전에서 이강인은 공격과 압박, 활동량 3가지를 전부 잡으려고 했고 결과적으로 좋은 점수를 얻지 못했다. 반대로 오랜기간 김 감독과 함께한 이동경은 김 감독의 의중을 잘 아는 선수답게 공격 쪽에 비중을 크게 뒀다. 상대 수비가 황의조에 이동경까지 견제하려고 가운데로 쏠렸고, 이는 양 측면의 엄원상과 이동준을 살아나게 하는 효과까지 냈다.

이동경은 루마니아전이 끝난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을 만나 “미팅에서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자고 얘기를 했다. 전방 압박을 많이 시도했는데 상대들이 거기에 당황하는 기색이 보여 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온두라스전도) 오늘처럼하면 좋겠는데, 이보다는 좀 더 좋은 경기력과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전술적 변화에 100% 적응해 승리를 이끌었음에도 스스로 만족을 못하는 이동경은 이제 김학범호의 에이스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

가시마 |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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