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찰게요", "그래 네가 차" 이강인 PK 상황의 재구성, 그리고 신뢰 [도쿄 라이브]

가시마 | 윤은용 기자 2021. 7. 26.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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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이강인이 25일 일본 이바라키현 가시마 시의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조별리그 B조 2차전 루마니아와 경기에서 승리한 뒤 그라운드를 떠나고 있다. 가시마 | 연합뉴스


25일 열린 루마니아와 2020 도쿄올림픽 남자 축구 조별리그 B조 2차전. 한국이 2-0으로 앞선 후반 38분,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설영우(울산)가 상대 수비에게 걸려 넘어졌다. 바로 이어진 심판의 페널티킥 선언. 선수들이 누가 찰지 의견을 나누던 중에 당당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들 제가 찰게요”. 다름 아닌 ‘막내’ 이강인(발렌시아)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형들의 한 마디 “그래 네가 차”. 키커로 나선 이강인은 깔끔한 성공으로 답을 대신했다.

보통 페널티킥 찬스는 고참들이 차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강인은 한 치의 고민 없이 자신이 차겠다고 손들었고 형들은 그런 이강인을 믿었다.

이강인은 후반 33분 교체 투입돼 추가시간 3분을 더해 15분 가량을 뛰었다. 그리고 후반 39분과 45분 득점에 성공하며 교체로 들어간지 12분만에 멀티골을 완성했다. 이강인은 “지난 경기에서 패한 뒤 나도 팀도 다운됐다. 오늘 경기에서는 선수들이 잘해줘 초반부터 좋은 모습을 보였다”며 “벤치에 있던 형들과 준비한 동료들에게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강인은 지난 22일 뉴질랜드전에서 선발 출전했다. 그리고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후반 14분 교체됐다. 한국은 0-1로 패했고, 꽃길이 아닌 가시밭길을 걷게 됐다. 이강인과 비교되는 일본의 축구 천재 구보 다케후사(레알 마드리드)가 같은날 남아공전에서 결승골을 넣고 주목을 받은 것과 대조됐다.

제 아무리 친화력이 좋은 이강인이라도 위축될 수 밖에 없다. 그런 이강인이 주눅들지 않고 제 기량을 마음껏 보일 수 있는 데는 형들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다. 평소 훈련 때마다 막내를 향해 “우리 (이)강인이 잘한다”라고 외치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이런 형들이 고마운 이강인은 인터뷰 때마다 “형들이 다 만들어준 것”, “형들이 잘해서 이긴 것”이라며 살뜰하게 형들을 챙긴다.

이강인이 루마니아전이 끝난 후 한 말에도 형들에 대한 고마움이 가득했다. 이강인은 “지난 경기에서 패한 뒤 나도 팀도 함께 다운됐다”며 “내가 골을 넣은 것은 중요하지 않다. 형들이 초반부터 열심히 뛰어줬기에 우리가 이긴 것”이라고 말했다. 형들의 무한 신뢰 속에서, 이강인은 다시 일어났다.

가시마 |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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