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감과 평정심, 이정은6과 이민지의 승패를 가른 멘털 게임

김경호 선임기자 2021. 7. 26. 11:4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포츠경향]

마지막날 두 선수의 평정심이 승부를 갈랐다.

5타 차 선두로 나선 이정은6이 가진 압박감, 7타차 4위로 출발한 호주교포 이민지의 심리적 편안함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4번째 메이저 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의 승부를 180도 돌려놓았다. 최종합계 18언더파 266타로 공동선두를 이룬 뒤 연장전에서 이민지가 이겨 우승상금 67만 5500달러와 첫 메이저 우승(LPGA 통산 6승)을 거머쥐었다.

이민지가 26일 프랑스 에비앙 리조트 골프장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 메이저 대회 에비앙 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연장전 끝에 우승한 뒤 트로피와 함께 환히 웃고 있다. ㅣ게티이미지


25일 프랑스 에비앙 레뱅에서 열린 에비앙 챔피언십 최종라운드를 앞두고 팬과 미디어의 관심은 이정은6의 남녀 메이저대회 최소타 및 최다언더파 기록(-21) 경신여부에 쏠렸다. 3라운드까지 합계 18언더파로 2위 재미교포 예리미 노와는 5타 차. LPGA 투어는 이정은6의 우승확률을 84.5%로 계산했고, 예리미 노(3.4%) 보다는 6타차 3위인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6.1%)의 경험을 더 높이 샀다. 4위 이민지의 확률은 1.6%에 불과했다.

대역전의 전조는 이정은6이 첫홀 버디 후 3번홀부터 6번홀까지 3연속 보기를 하면서 시작됐다. 티샷이 조금씩 난조를 보였고, 리커버리 상황에서 길지 않은 파 퍼트를 놓치는 게 반복됐다. 이후 8, 9번홀에서 연속 보기를 더하면서 전반에만 4타를 잃었다. 극도로 긴장하고 당황한 탓에 8번홀(파4)에선 90㎝ 정도의 짧은 파 퍼트를 넣지 못했다.

전날 인터뷰에서 “2019년 US여자오픈 우승때는 뒤에서 따라갔지만, 내일은 선두로 출발해 조금 긴장할 거 같다”고 한 이정은6의 초반 불안정한 리듬은 긴장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정은6은 대회를 마친 후 인터뷰에서 “초반에 샷과 퍼트가 안 좋아 보기가 많이 나왔다. 충분히 실수하지 않을 수 있는 곳에서 실수를 많이 했다”며 아쉬워 했다. 1타만 줄였더라도 결과는 달라졌다.

이민지는 우승인터뷰에서 “선두와 7타 차라서 우승은 꿈꾸지 못했고, 최대한 버디를 많이 잡으며 타수를 줄이자는 생각으로 쳤다”고 밝혔다. 우승은 힘들지만, 최선을 다해 좋은 경기를 펼치자는 가벼운 마음가짐이 그의 몸상태를 최상으로 끌어올렸다. 전반에 버디 3개를 낚고 상승한 이민지는 14번홀부터 3연속 버디를 낚으며 선두로 올라섰다. 18번홀(파5)에서 가볍게 버디를 잡고 선두로 마치며 마지막 조의 결과를 기다렸다.

후반에만 4타를 만회한 이정은6의 투혼은 놀라웠다. 마지막 3개홀(16~18번)에서 연속 버디를 낚는 초인적인 승부욕을 발휘했다. 정규라운드 18번홀에서 투온에 성공한 이정은이 약 6m 짜리 이글 퍼트를 넣었다면 거기서 승부는 끝났을 상황이었다.

18번홀에서 열린 연장전에서도 이민지는 부담없는 세컨샷으로 2.5m 짜리 이글 기회를 먼저 만들었다. 상대의 환벽한 기회를 본 이정은에겐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세컨샷이 그린 앞 연못을 넘지 못하고 물에 빠지며 승부가 끝났다. 이정은6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몸이 좀 힘들어서 미스샷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하늘에서 태극기가 내려오는 세리머니를 국민들께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아쉽다”는 이정은6에겐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2021 에비앙 챔피언십이었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