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GG] 바다 쓰레기와의 전쟁 해양환경공단 청항선 탑승기
바다에 버리거나 흘러들어가는 쓰레기는 눈에 잘 띄지 않아 그 심각성을 알기 어렵다. 해마다 발생하는 바다 쓰레기는 약 8만4천1백 톤에 달하며 이는 결국 인간에게 독으로 돌아온다. 해양 오염의 실태를 살피기 위해 바다 쓰레기를 청소하는 ‘청항선’에 탑승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플라스틱 등 각종 폐기물의 양이 급증하면서 이에 대한 문제의식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지만 일상생활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바다 쓰레기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게 현실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바다 쓰레기 수거량은 13만8천3백61톤이다. 이 중 60%가 육지에서 기인한다. 나머지는 원목, 폐타이어, 폐어구 등 선박에서 발생한다. 또 최근 3년간의 '국가 해안쓰레기 모니터링’에 따르면 바다 쓰레기 중 플라스틱류가 차지하는 비율이 평균 83%로 압도적이다. 대략 음료수병·뚜껑 등 경질형이 26.2%, 스티로폼 부표 등 발포형이 20.7%, 어업용 밧줄 등 섬유형이 17.1%, 비닐 봉투 등 필름형이 11.8%를 차지한다.
바다 쓰레기는 해양생물에 악영향을 미쳐 생태계를 파괴한다. 유튜브 채널 'Sea Turtle Biologist’에서 2015년부터 현재까지 조회 4천2백5만 회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은 영상 'Sea Turtle with Straw up its Nostril-"NO" TO PLASTIC STRAWS’ 속 12cm 플라스틱 빨대가 코에 박혀 고통 받는 바다거북의 모습이 대표적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보고서에 따르면 해양생물 2백67종이 인간이 발생시킨 쓰레기에 의해 피해를 보고 있다. 또 플라스틱의 악영향을 받는 해양생물은 약 7백 종에 달하며 바닷새 10마리 중 9마리, 바다거북 3마리 중 1마리, 고래와 돌고래의 절반이 플라스틱을 먹은 것으로 집계됐다. 또 국제 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에 의하면 해마다 바닷새 1백만 마리와 바다거북 10만 마리가 플라스틱 조각을 먹고 죽는 것으로 추정된다.
바다로 흘러들어간 플라스틱은 서로 부딪히거나 바닷물에 깎여 크기 5mm 이하의 미세플라스틱이 된다. 이는 화학적으로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물과 해산물 등에 섞이고, 결국 이를 섭취한 사람 몸속에 쌓인다. 미국 일간지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따르면 2008년 미국 서부 연안에서 잡힌 물고기 중 35%의 배 속에서 플라스틱이 검출됐다. 2019년 세계자연기금(WWF)이 밝힌 바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는 일주일마다 평균 5g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있으며, 이는 신용카드 한 장과 동일한 양이다. 체내에 들어오면 대부분 배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배출되지 않고 체내에 축적된 플라스틱이 어떤 해를 끼치는지에 대해선 규명되지 않았다. 인체에 유해하다고 단정 지을 순 없지만 무해하다고도 말할 수 없는 셈. 어쩌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것과 다름 없을 수도 있다.
이 외에도 바다 쓰레기는 항내 통항 선박과 충돌하거나 선박의 프로펠러에 감기고 해수 유입 파이프를 막는 등 사고를 발생시킬 위험이 있다. 중앙해양안전심판원에 의하면 지난 5년간 발생한 1만3천6백87건의 선박 사고 중 11.5%인 1천5백72건이 해양 부유 쓰레기 감김으로 인해 벌어졌다. 사고 발생수가 상승세라는 점도 문제다. 관련 사고는 2016년 2백79건에서 지난해 3백58건으로 늘었다.
7월 9일 방문한 해양환경공단 마산지사는 푸르미 1호와 푸르미 2호, 2척의 청항선을 운영해 '골칫덩이’ 바다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지난해엔 1천1백 톤이 넘는 양을 수거했다. 주기적으로 마산만과 마산항 일대를 순찰하거나 항만 관계자 또는 민원인의 신고에 따라 출동해 쓰레기를 수거한다. 쓰레기 수거 외에도 기름 유출 등의 해양 오염 사고 발생 시 오일펜스 설치와 유처리제 살포 등 방제 작업을 겸하고 있다.
쓰레기가 특히 많이 발생하는 시기는 태풍과 장마의 영향을 받는 여름철이다. 떨어진 낙엽과 초목, 육지의 쓰레기가 비를 타고 바다로 흘러들어오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집중호우, 태풍 등으로 발생한 해양 쓰레기는 8만4천 톤에 이른다. 지난해엔 전체 바다 쓰레기의 45%가 수해로 발생했다. 이날 역시 비가 많이 온 다음 날이었기에 쓰레기가 많았다. 바로 출항할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공단 직원들은 부둣가로 떠내려온 쓰레기를 건져내는 일부터 시작했다.
냉장고, 니가 왜 여기서 나와?
푸르미 1호에 다다르니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전 작업에서 건져낸 부유 쓰레기였다. 사람이 올라타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높게 쌓인 쓰레기 사이 곳곳엔 페트병이 끼어 있었다. 하지만 이는 평소에 비하면 그리 많은 양은 아니라고. 김두현 기관장은 "지금은 그래도 쓰레기가 꽤 줄어 있는 상태다. 양이 정말 많을 땐 주말도 반납하고 작업을 해야 할 정도로 쓰레기가 가득하다"고 했다.
배를 타고 본격적으로 바다로 나갔다. 작업은 민원이 들어온 곳으로 이동하되 가는 도중 부유 쓰레기가 발견되면 즉시 수거하는 방식이었다. 배가 들어가지 못하는 구간에서 발생한 쓰레기는 배에서 내려 직접 건져내며, 선박에 모인 쓰레기는 트럭을 이용해 하역장으로 운반한다. 이후엔 민간 폐기물처리 업체가 수거해 이를 처분한다.
해수면 위에 쓰레기들이 속속 보이기 시작했다. 페트병, 비닐봉지, 스티로폼 등이었다. 작은 쓰레기는 수거하지 않고 지나쳐 갔다. 이에 대해 황영식 선장은 "여름에는 바다에서 해안가 쪽으로 남동풍이 분다. 작고 가벼운 쓰레기는 바람을 타고 부둣가로 모이는데, 그때 한 번에 건져내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드럼통, 원목 등 큰 부유물이 보일 땐 배를 멈춰 들어 올리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대화를 나누던 중 황 선장이 한 곳을 응시했다. 한눈에 봐도 커다란 부유물이었다. 배의 진로를 돌려 쓰레기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가까이서 확인해보니 황당함이 밀려왔다. 부유물의 정체는 다름 아닌 냉장고였다. '이게 왜 여기서 나와’ 하는 생각에 잠긴 것도 잠시, 선원들은 이런 일을 자주 겪는다는 듯 아무렇지 않게 수거 작업에 나섰다. 먼저 주변의 부유물부터 도구를 이용해 제거했고, 갈고리를 사용해 냉장고를 건져내기 시작했다. 제법 큰 크기인지라 쉽지 않아 보였다. 한 선원이 갈고리로 냉장고의 뒷면을 강하게 내리쳤다. 어딘가에서 "제대로 찍었다!" 하는 감탄이 터져 나왔다. 갈고리는 '쩍’ 소리와 함께 냉장고에 깊이 박혔고 여러 명이 힘을 모은 끝에 겨우 냉장고를 끌어 올릴 수 있었다.
대체 왜 냉장고가 여기에 있을까. 김 기관장의 말에 따르면 인근 어민들은 냉장고를 창고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바다에 무단 투기됐거나 비에 떠내려올 때가 있다고 한다. 둘 중 무엇이든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황당함을 뒤로한 채 다시 항로로 향했다. 해수면 위로 드문드문 초목 더미가 보였다. 멀리서 봤을 땐 크다고 느끼지 못했는데, 가까이서 보니 꽤 컸다. 양이 많을 땐 사람이 밟고 설 수 있는 수준이라고. 청항선 갑판엔 커다란 기계가 배치돼 있었는데, 이것이 활약할 시간이었다.
기계의 이름은 '필터벨트’다. 평소에는 갑판과 평행 상태로 정지해 있지만, 사용 시엔 필터가 해수면 쪽으로 내려가고 닫혀 있던 덮개가 펼쳐진다. 그다음엔 필터가 배 안쪽 방향으로 회전하며 쓰레기를 끌어올린다. 즉, 배의 방향을 쓰레기 쪽으로 향하게 한 뒤 필터벨트를 작동하면 된다. 다만 기계만 작동해선 효율이 떨어지기에 선원들이 도구를 이용해 필터벨트 쪽으로 쓰레기를 모아줘야 한다. 또 끌어 올려진 쓰레기가 벨트 위쪽으로 너무 많이 모이게 되면 벨트가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 쓰레기가 모였다 싶으면 비워줘야 한다. 연필깎이에 내용물이 가득 차면 더 이상 연필이 깎이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다.
아무리 치워도 끝이 없는 바다 쓰레기, 피해자는 결국 인간
그물에 가득 찬 쓰레기는 수백 킬로그램에 달해 사람의 힘으로는 옮기기 어렵기 때문에 갑판 위에 비치한 크레인을 이용해야 한다. 사각으로 된 수거망의 각 끝부분을 모아 크레인의 갈고리에 건 뒤 작동하는 방식이다. 쓰레기는 아무리 치워도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두 번째 수거망을 교체하고 얼마 되지 않아 금세 세 번째 수거망이 가득해지려 했다. 그때 무전이 들려왔다.
"푸르미 1호, 푸르미 1호. 항로에서 비켜주시기 바랍니다."
마산항은 공업단지로 둘러싸여 있어 화물선 등 대형 선박이 자주 이동한다. 쓰레기 수거 작업 중이라 해도 다른 선박이 이동할 경우 길을 비켜줘야 한다. 이럴 땐 별수 없이 작업을 중단한다. 그때서야 혹시 모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주변을 맴돌고 있는 해경 순찰선이 눈에 들어왔다. 황 선장은 "작업이 급하더라도 다른 선박의 항로를 막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잘못하면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신속히 배를 이동시켰다.
해양 쓰레기 증가하는 여름, 소금 먹으며 작업
전국에서 22척의 청항선이 바다 쓰레기를 수거하지만 수거량이 5천 톤 정도임을 감안하면 수거되지 못한 채 그대로 바다에 남겨진 부유 쓰레기가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청항선 운용도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청항선 사업은 원래 정부가 직접 수행했지만 1998년 해양환경공단에 위탁해 민간경상보조 사업 형태로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는데, 22척의 청항선 중 1990년 대에 건조된 배가 6척에 달해 노후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문인정 해양환경공단 마산지사장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정부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는 청항선 중 일부가 노후돼 대체선이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노후 청항선은 잦은 고장으로 승무원들의 안전이 우려될 뿐 아니라 수리 기간 중엔 선박 가동이 불가능해 수거 작업에 지장을 줍니다. 청항선의 신속한 교체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아무리 치워도 끝이 없는 쓰레기라면 처음부터 만들지 않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문 지사장은 결국 육지의 폐기물을 줄이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문 지사장은 "해양 폐기물의 60%가량이 육상에서 기인한다는 점을 볼 때, 쓰레기 발생을 줄이려는 국민의 노력과 인식 변화가 가장 시급하고 중요하다"며 다음과 같은 바람을 덧붙였다.
"해양 폐기물로 인한 생태계 파괴는 결국 먹이사슬처럼 인간에게 되돌아온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국민들께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쓰레기 저감에 동참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사진 지호영 기자
* 환경 플랫폼 '우그그(UGG)’는 '우리가 그린 그린’의 줄임말로, 환경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실천을 지향합니다.
글 이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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