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톡>네편, 내편이 따로 없다.. 남북 외교관들의 목숨 건 탈출

김인구 기자 2021. 7. 26.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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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가 28일 개봉한다. 모처럼 만에 보는 여름시장 텐트폴 대표작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의 국면에서 얼마나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롯데컬처웍스 제공

■ 모가디슈

1991년 소말리아 내전 현장

신경전 벌이던 남북 외교관들

고립상황서 생존 위한 몸부림

빗발치는 총격전 속 카체이싱

한순간도 눈 못뗄만큼 압도적

연출·연기·시나리오·촬영 완벽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처럼 정교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영화에는 특유의 힘이 내재돼 있다. 역사적 팩트가 주는 리얼리티, 그것에서 얻는 깨달음이 감동과 여운을 더하기 때문이다.

‘모가디슈’는 1991년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에서 내전으로 인해 고립된 남북한 외교관들의 목숨을 건 탈출을 그리고 있다. 1991년은 미·소 냉전 종식 후 전 세계적인 화해 무드 속에 한국이 유엔에 가입하기 위해 외교 총력전을 벌이던 때다. 아프리카의 낯선 오지 모가디슈도 그런 외교 전쟁터 중의 하나였다. 한신성 대사(김윤석)와 강대진 참사관(조인성) 일행은 소말리아 정부의 지지표를 얻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한다. 대통령에게 선물 공세를 펼치고 정부의 고위급 인사를 접촉해 소말리아 정부로부터 후원을 약속받는다. 그러나 이미 오래전부터 ‘지역구’를 갈고 닦은 북한 림용수 대사(허준호) 일행의 태클에 번번이 걸린다.

하지만 남북 간의 첨예한 신경전은 소말리아 내전 앞에서 아무런 의미 없는 일이 되고 만다. 반정부군의 공격과 정부군의 대응으로 일대 혼돈에 빠진 상황에서 목숨을 부지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없다. 일단 살아남아야 국가도 있고, 이념도 있는 것이다.

이후 영화는 탈출과 생존이라는 분명한 목표 아래 질주한다. 남북한의 이념 대립이 사그라들고 생존을 위해 마지막 탈출을 감행하는 영화의 후반부 액션은 거의 압도적이다. 특히 카체이싱 장면은 한순간도 눈을 뗄 수가 없다. 보통의 카체이싱이 노련한 첩보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추격전의 형태였다면, ‘모가디슈’의 카체이싱은 오로지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다. 금방이라도 범퍼가 떨어져 나갈 것 같은 중고차, 빗발치는 총알을 막기 위한 위장 방법이 다 처음 보는 그림이다. 또 추격자가 얽히고설킨다. 네 편, 내 편이 따로 없다. 오로지 살아남아야 하고 그래서 더욱 절박하다.

낯선 곳에서 벌어지는 내전 상황이지만 진행되는 과정은 얼핏 우리의 과거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독재자가 있고 부패한 정부와 경찰이 있으며, 빈곤과 억압에 시달리는 민중이 있는 것이 그렇다. 그 와중에 발발하는 총격전과 애꿎은 희생 등, 마치 현재 미얀마에서 일어나는 유혈사태와도 닮아있다. 역사는 그렇게 반복되나 보다.

지금도 여행금지 구역인 모가디슈 대신 모로코에서 올로케이션으로 진행했다. 대사관과 공항, 시장 등 1㎞가 넘는 거리를 통째로 세트로 꾸몄다고 한다. 류승완 감독의 만듦새에 절로 박수가 쳐진다. 시나리오, 연출, 연기, 촬영, 편집, 로케이션 등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4개월의 로케이션으로 이뤄낸 결과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주연 배우들의 찰떡같은 호흡은 기본이다. 대부분 현지 엑스트라들이 출연한 반정부 시위대의 물결, 진압하고 진압당하는 단체 신 등에서 어긋나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마치 다큐멘터리 자료 화면이나 내전을 다뤘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그것처럼 정교하게 잘 짜여 있다. 류 감독이 얼마나 프리 프로덕션을 잘 준비하고, 현장을 엄격하게 관리하며, 돌발변수를 잘 통제했는지를 보여준다. 이런 타국에선 감독이 조금만 삐끗해도 4개월이 정말 후딱 가버린다. 류 감독은 22일 시사회 후 소감을 묻는 질문에 무엇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정말 되게 열심히 했다”고 답했다. 섣불리 올여름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을 수 있는 영화로 꼽아본다. ‘방법: 재차의’만 공개됐고 8월에 개봉하는 ‘싱크홀’과 ‘인질’은 아직 뚜껑을 열지 않았지만 근래 보기 드문 웰메이드 영화라는 점에서 선뜻 마음이 앞선다. 그러나 남과 북의 화합, 이념보다 앞서는 인간애 등 다소 도식적으로 수렴하는 결말은 좀 아쉽다. 그래도 신파로 흐르지 않은 ‘쿨함’엔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28일 개봉. 15세 관람가.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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