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고 죽는, 전쟁밖에 몰랐던 시대 사무라이들의 얘기 [왓칭]

김덕한 에버그린콘텐츠부장 2021. 7. 26.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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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나가, 히데요시, 이에야스의 흥망성쇠
일본 전국 시대의 모든 것
다큐멘터리 '사무라이의 시대'
/넷플릭스 '사무라이의 시대'

전쟁 통에 태어나고, 전쟁을 위해 길러지고, 전쟁밖에 몰랐던 사람들이 살았던 시대. 인류 역사상 가장 치열한 분열과 혼란의 시기로 꼽히는 일본 전국(戰國)시대를 본격적으로 다룬 다큐멘터리가 ‘사무라이의 시대’(Age of Samurai : Battle for Japan)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역사 다큐가 대부분 그렇듯 영화 같은 전개로 픽션을 보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해 몰입도를 높인다. 다큐 중간중간 미국과 일본의 역사 전문가들이 등장, 당시 시대적 상황과 의미를 설명한다. 이런 구성 때문에 이 작품이 다큐임을 깨닫게 된다.

◇전국(戰國) 3영걸 명멸의 기록

일본의 전국시대는 일본 중세 100여 년 간을 뜻하는데 좀 길게 잡아보면 1467년 오닌(應仁)의 난을 기점으로 쇼군이 무너지고, 1603년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일본 천하통일을 이뤄 에도(江戶)에 부케(武家)정권(1603~1867)을 세운 후, 1615년 오사카에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아들 히데요리를 무찌르는 시기까지가 포함된다. 신하가 주군을 쳐서 영지를 빼앗는 하극상이 만연하고, 힘의 논리만이 지배하는 100% ‘무(武)’의 시대가 이 시기였다. 다큐는 일본 전국시대의 후기, ‘전국 3영걸’로 불리는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명멸을 다룬다. 일본 전국시대의 핵심 인물들이 등장해 전국시대를 끝내고 일본을 통일하는 과정이 담겼다.

왼쪽부터 오다 노부가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조선DB

다소 과격하지만 창의적인 전술의 혁신가인 오다 노부나가, 삼국지의 조조처럼 영민하고 교활한 도요토미 히데요시, 인내와 절제를 바탕으로 한 처세의 달인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이 같은 평가에 걸맞게 그려냈다. 다큐는 1551년 일본 중남부 오와리의 작은 다이묘(大名·영주)였던 오다 노부히데가 사망하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한다. 그의 장남이 오다 노부나가로, 아버지의 죽음 후 친동생까지 죽이는 잔혹한 권력투쟁을 벌인 끝에 가문을 통일하고, 아버지가 모시던 주군까지 죽이며 세력을 확대해나간다. 포르투갈에서 전래한 조총을 활용해 일본 중부 거의 대부분을 손에 넣어 통일의 기초를 닦고, 1568년 교토에 입성, 쇼군 아시카가 요시아키를 무너뜨린다. 이 과정에서 휘하 장수로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발굴하고, 동쪽의 동맹으로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확보하게 되는 과정도 그려진다.

새 시대를 여는 파격을 단행한 노부나가가 이 다큐에서는 잔인하고 기괴한 모습만 부각될 뿐 혁신가적 면모는 묻혀 버리는 게 아쉽게 느껴진다. 쓸데없는 성애(性愛) 장면까지 등장한다. 이 다큐가 서양 시각에서 아시아를 들여다보는 오리엔탈리즘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런 면들과 관련이 있다.

/넷플릭스 '사무라이의 시대'

노부나가가 부하의 반란으로 허망하게 죽은 후, 그 혼란 상황을 빠르게 정리하며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급부상한다. 히데요시는 빠른 판단력과 냉철한 전략으로 반란세력을 격파하고 일본 천하의 1인자가 된다. 천황을 대신해 정무를 총괄하는 자리인 관백에 올라, 농민에게서 무기를 빼앗는 등 자신의 치세를 안정시킬 다양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한다. 천하 통일 후, 평생 전쟁만 해 온 사무라이들의 힘을 소화할 방법을 찾다가 명나라를 치기로 하고, 결국 조선 침략에 나서는 과정도 그려진다. 농민 출신의 하급무사에서 천하 제일의 자리에까지 오른 명민한 그가,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조선 침략을 밀어붙인 것이 왜 최악의 실수였는지도 잘 설명된다.

다큐는 1598년 히데요시가 죽고, 오대로(五大老) 시대를 거쳐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정적들을 모두 제거하고 에도 막부 시대를 여는 모습까지 그린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인내하고 기다리면서 힘을 기르고, 결국 최후의 승자가 됐다.

/넷플릭스 '사무라이의 시대'

◇서양적 시각의 오리엔탈리즘, 부실한 고증

이 작품을 다큐의 사실성 측면에서 분석하면 아쉬운 점이 많다. 우선 앞서 지적했듯 동양문화를 서양 시각에서 바라보는 오리엔탈리즘이 다분하다. 고증도 아쉬운 점이 많다. 노부나가가 아버지의 죽음 후 등장할 때 나이가 18세에 불과했지만 거의 중년의 배우가 그 역을 맡았다. 헤어스타일도 줄곧 산발을 고집해 그의 영민함보다는 파천왕적 스타일만 돋보이게 하려는 설정에 집착했다는 느낌이 든다. 노부나가는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제단에 향을 뿌리는 반항적 기행을 저질렀는데, 이 다큐에서는 아버지의 시신 위에 향을 뿌리는 것으로 묘사해 당혹스럽게 느껴진다.

다큐 후반부에 다테 마사무네라는 다이묘를 3영걸에 거의 버금갈 만큼 주요 인물로 부각시킨 것도 사실과 거리가 멀다. 한쪽 눈을 잃은 그를 주인공으로 하는 ‘독안룡 마사무네’라는 대하드라마가 크게 히트한 것 때문에 흥행적 요소를 찾은 것 같지만, 마사무네는 지방의 일개 다이묘에 불과했다.

/넷플릭스 '사무라이의 시대'

한국 시청자들이 이 다큐의 고증을 가장 의심하게 되는 부분은 임진왜란이다. 다큐에서 일본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싸움밖에 모르고 싸우지 않고는 힘을 분출할 수 없는 사무라이들을 제어하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는 임진왜란의 발발 동기는 잘 설명된다. 그러나 조선의 모습은 복식부터 풍습까지, 서민생활부터 왕실의 모습까지 제대로 고증된 건 거의 없다. 상투조차 어색하고, 임금의 모습은 지나치게 초라하다. 의병장 곽재우만 등장할 뿐 이순신 장군은 이름조차 나오지 않는다. 특히 홍의장군 곽재우를 묘사하면서, ‘처녀들의 월경혈로 물들인 붉은 옷을 입었다’라고 설명해 놀라움을 자아낸다. 이런 야사(野史)적인 설명이 또 하나의 오리엔탈리즘 흔적으로 여겨진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아들 히데요리와 벌이는 전국시대 최후의 전투인 오사카의 진(陣) 역시 너무 단순하게 처리됐다. 물론 일본의 가장 큰 격변기였던 60여년 간의 기록을 각 40여 분 6회에 다 담는 데는 무리가 있었을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4시간 정도에, 격변기 일본 역사의 전말을 들여다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라는 점에서 ‘사무라이의 시대’는 충분히 가치 있는 작품이다. 여름 휴가 때 길지 않은 시간을 투자해 정주행할 시리즈를 찾는다면 추천할 만하다.

개요 다큐멘터리 l 미국 l 2021 l 시즌 1 l 6회

등급 18세 이상 관람가

특징 전쟁 통에 태어나 전쟁을 위해 길러지고 전쟁밖에 몰랐던 사람들의 얘기

평점 로튼토마토 🍅100% IMDb⭐ 7.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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