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어진 영화관, 어색해진 '노 마스크' [SynchroniCITY]
현모 더워서 병든 닭처럼 지냈어요.
영대 저는 최근 코로나19 검사를 또 받았어요. 방문했던 냉면집에서 확진자가 나왔거든요.
현모 결과는 음성이죠?
영대 네. 그건 다행인데, 이 시국에 맛집을 갔다고 와이프에게 혼났어요.
현모 어휴, 하필 냉면집이었다는 게 '웃프'지만 지금은 어딜 가도 지뢰밭이긴 해요. 저도 어제 방송 녹화가 있었는데, 출연자 한 명이 밀접접촉자로 밝혀지는 바람에 급히 다른 사람으로 교체됐어요.
영대 백신은 아직 안 맞으셨죠?
현모 네. 잔여백신 알림이 꾸준히 오는데 번번이 놓치네요.
영대 저도 언제나 맞게 될지…. 즐겨 보는 미국 NBA 경기에서 마스크 벗고 열심히 응원하는 팬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하고. 영국은 규제를 푼다는데 저래도 되나 싶기도 하고.
현모 전 요새 영화를 볼 때마다 문득문득 낯설어요. 여럿이 몰려 있거나 마스크를 안 쓰고 있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뭔가 잘못된 그림을 본 것처럼 이상한 느낌이 들어요.
영대 전 마블 광팬인 두 딸이 하도 졸라서 '블랙 위도우' 보고 왔어요.
현모 ㅎㅎㅎ 저는 아직 안 봤는데, 어떠셨어요?
영대 제가 좋아하는 여배우들이 나오는 영화라 내용은 중요치 않았습니다. ㅋㅋ 그 나름 신선했어요. 인물들의 뒷이야기가 강조된 영화라 졸릴 뻔(?)한 적도 있지만.
현모 뭐야, 메건 폭스도 나와요? ㅎㅎ 영대 님이 결혼하고 싶었다는 배우 메건 폭스.
영대 네? 결혼이라뇨. 제가 언제 그런 망언을? 기억나지 않습니다!
현모 지난번에 아내 분이 황당해하며 일화를 전해주시던 게 잊히질 않네요. ㅋㅋ
영대 암튼…. 영화는 재밌게 봤습니다.
현모 저는 어제오늘 한강이랑 남산을 걸었는데 두 장소 다 '보스 베이비 2' 광고를 크게 하더라고요. 무척 기대돼요!!!
영대 앗, 전 아직 1편도 안 봤는데 재밌나요??
현모 으아! 개인적으로 워낙 애니메이션을 좋아해 진짜 재밌게 봤어요. 살짝 TMI(너무 많은 정보)를 말씀드리면 제가 1편을 보고 한 장면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렸는데, 남편이 프러포즈할 때 편지에 그 대사를 그대로 인용해 감동했었답니다. ㅎㅎ 우리 부부에겐 추억이 있는 영화죠. 다만 영화관 가기가 좀 겁나서 아마도 집에서 볼 거 같네요.
영대 저도 사실 '블랙 위도우'를 보는 내내 마음 졸이긴 했어요. 마스크 끼고 거리두기를 하며 봤지만 사람이 많았거든요. 극장도 살아야 하니까 안타깝죠. 가급적이면 집에서 봐야겠다는 마음이 쉽게 바뀌진 않을 거 같아요.
현모 저는 솔직히 말하면 음식을 못 먹으니까 극장을 안 가게 돼요. ㅜㅜ
영대 저도 이번에 아차 싶었어요. 딸이 팝콘을 사달라고 해 주문하고 보니 입장 전 다 먹고 들어가야 하는 거예요. ㅠㅠ
현모 우리가 그사이 익숙해져 그렇지, 어마어마한 변화이긴 해요. 며칠 전에는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진행했는데 4단계 거리두기 조치로 온라인으로 대신했어요. 물론 학생들은 이미 완벽하게 적응된 일상이겠지만, 저는 얼굴을 마주하지 못하는 게 답답하고 불편하더라고요. 1년 넘게 이런 불편을 묵묵히 견디고 있는 학생들이 너무너무 불쌍하면서 대견했어요.
영대 저도 최근 코로나19 때문에 비대면으로 돌린 강의가 몇 개 있고, 심지어 스카이프나 줌을 통해 출연하는 방송도 몇 편 돼요.
현모 개인적으로 진짜 안타까웠던 게 뭔지 아세요? 그 학교에서 저를 섭외한 이유가 그날이 축제였기 때문이에요. 학생들은 축제를 화상으로 즐기게 된 거죠.
영대 학창생활 경험이 어마어마한 타격을 받고 있는 거 같아요. 딸들은 한국에서 1년 동안 학교를 다녔는데 뭘 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게 딱히 없어요. 교우관계도 그렇고. 나중에 고작 기억나는 게 온라인 수업뿐일까 봐 안타까워요.
현모 이건 뭐 전시체제나 다름없죠.
영대 참 웃긴 게, 이 대화가 몇 달 전과 크게 달라진 부분이 없다는 거예요. 오히려 그때만 해도 '이제 곧 나아지겠지' 하는 희망이 있었는데 4단계 격상이라니….
현모 휴가철이라 더 힘든 거 같아요. 올여름은 폭염에 스콜성 소나기까지. 유럽은 끔찍한 물난리도 났고요. 다 기후위기가 심각해진 증거라고요. ㅠㅠ
영대 그나마 코로나19로 환경 의식이 달라진 것만큼은 예상치 못한 큰 소득이죠.
현모 맞아요! 기업들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으로 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고, 젊은 층에서는 환경이 '힙한' 주제가 된 거 같더라고요. MZ세대는 친환경 소비에 관심이 많기도 하고요. 얼마 전 갔던 강원 양양 해변에서도 '플로깅'(조깅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운동)이 한창이었어요.
영대 그렇죠. 과거에는 탄소 배출 얘기가 확 와 닿지 않는 주제였는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달라졌다는 게 흥미로워요. 요새 한창 대선 예비후보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다들 탄소중립 문제를 빼놓지 않고 공약이나 의제로 내세우더라고요.
현모 너무나 당연한 이치죠.
영대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과거로 되돌아가지 않을까 우려도 되지만요. 그래도 삶에 '우선순위', 그러니까 무엇이 더 중요한지 고민하게 됐다는 사실에 기대를 걸고 싶어요.
현모 큰 물결이 바뀌고 있어 절대 과거처럼 이산화탄소를 펑펑 배출하는 미개한 날들로 돌아가진 않을 거 같아요. 아니, 그렇게 못 하는 시대가 올 거라고 감히 장담해요.
영대 인류 역사는 관성과 그것을 바꾸려는 힘의 끝없는 싸움이니까요.
현모 더 하실 말씀 있으세요? 저 이제 '그것이 알고 싶다' 봐야 돼요.
영대 아니, 지금 탄소중립과 코로나, 미래에 대해 심각하게 토크 중인데 이 무슨…. 그 프로는 무조건 봐야 하는 거예요? 토픽에 상관없이???
현모 ㅋㅋㅋ 저와 남편의 일종의 Saturday ritual(토요일마다 반드시 행하는 의식)이에요.
영대 딴 건 몰라도 '그알' 관성은 엄청나군요.
현모 바쁜 날만 아니면 남편과 '그알'을 보는 게 우리 부부가 함께하는 여가활동이거든요. 물론 볼 때마다 화가 치민다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요. ㅜㅜ
영대 코로나 시대 가장 안전한 취미활동이네요~! '알고' 싶은 게 넘넘 많은 현모 님!
(계속)
안현모는… 방송인이자 동시통역사. 서울대,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SBS 기자와 앵커로 활약하며 취재 및 보도 역량을 쌓았다. 뉴스, 예능을 넘나들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우주 만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본 연재를 시작했다.
김영대는… 음악평론가. 연세대 졸업 후 미국 워싱턴대에서 음악학으로 박사학위 취득.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집필 및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BTS : THE REVIEW' 등이 있으며 유튜브 '김영대 LIVE'를 진행 중이다.
안현모 동시통역사·김영대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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