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개 500마리가 갇혀있는 지옥..그곳에서 12년간 착취당한 지적장애인
멀리서부터 개 짖는 소리가 요란했다. '개 500마리를 불법 사육하는 농장에서 지적장애인이 학대를 당하고 있다'는 제보를 확인하러 가는 길이었다. 서울에서 1시간을 달려 인천 강화군 삼성리에 도착했다. 개 농장 안으로 들어가는 철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까치발을 해도 내부는 보이지 않았다.
1평도 안 되는 철장들...갇힌 개 500마리
직접 들어가서 본 개 농장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500마리 넘는 개들이 동시에 짖어 농장 전체가 울렸고, 지독한 냄새가 마스크를 뚫고 들어왔다. 한 평도 안 되는 철장에 많게는 개 10마리가 갇혀 있었다. 철장은 낡다 못해 녹슬었고, 어떤 개는 철장에 긁혀 살갗이 까져 제대로 서있지도 못했다.
재미로, 취미로 개 500마리를 키웠다는 주인
농장 밖으로 나가 주인을 다시 만났다. 왜 개를 키우는지 물어봤다.
"이거에다 그냥 재미를 붙이고 사는 거야."
"재미를 붙이셨다고요?"
"취미, 취미"
이후 주인은 '먹고살 게 없어서 이 일을 조금씩 하다 보니 이렇게 늘어났다.'고 말을 바꿨다. 처음엔 개를 팔지 않는다고 했지만, 결국 판매용으로 개를 길렀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개 농장에서 착취당한 남성, 받은 건 막걸리와 담배뿐
한참 취재를 진행하던 중, 농장 안에서 불을 피우며 일하는 남성을 발견했다. 취재를 하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농장 청소에 여념이 없었다. '이곳에서 착취를 당한다'는 그 지적장애인이었다. 남성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지만 의사소통이 쉽지 않았다. 그는 '12년 전, 이곳에 와서 일을 하게 됐다'며 어렴풋이 과거를 기억해 냈다. 그가 12년간 노동의 대가로 받은 건 무엇일까.
"혹시 돈 받으셨어요?"
"돈 같은 거 안 받고 막걸리하고 담배하고 이렇게 놓고 일을 하고 있어요."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에서 10여 년 노예 생활
마을 주민들은 이 남성을 '노예'로 기억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 종일 일만 한다는 것이다. 언젠가 농장 안에 들어가 봤다는 한 주민은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마을 주민 1
"노예같이 보여요, 우리가 보기에는.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을 하니깐."
마을 주민 2
"(농장) 안의 상황이 좋지 않았어요.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은 아니었고요, 그냥 개 냄새만 나요."
그는 12년 전부터 일하게 됐다고 말했지만, '왜 이곳으로 왔는지'는 기억하지 못했다. 단지 10년 넘게 이 생활을 하고 있단 것만 거듭 얘기했다. 이곳 생활이 힘들지 않냐고 물으니, 겨울에 유독 힘들다고 답했다. 왜 힘든지 여러 번 물었지만 의사소통이 어려운 탓에 명확한 답을 듣지 못했다.
매달 60만 원 줬으니 착취가 아니라고요?
개 농장 주인은 '착취가 아니라 함께 일한 사이'라고 주장했다. 노동을 강요한 적이 없고, 월급 60만 원을 꼬박꼬박 줬다는 것이다. 실제로 농장 주인은 남성의 아내에게 매달 60만 원씩 돈을 보냈다. 이 남성의 아내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남편은 장애인이 아니며 본인이 매달 60만 원을 수령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그의 아내조차도 착취 사실을 알고 있었단 것이다.
하지만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계산해도 월 60만 원은 한 달 치 월급에 한참 모자란다. 또, 남성의 자의적 판단으로 근로계약을 맺었다고 보기 어렵다. 남성이 직접 근로계약에 동의했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설령 근로계약이 체결됐다 하더라도, 임금이 당사자인 남성이 아닌 가족에게 대리 지급되는 건 근로기준법상 적법한 임금 지급이 아니다.
12년간 아무도 알지 못했던 '장애인 착취'
장애인을 상대로 한 착취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피해자가 자신의 상황을 정확히 설명하기 어렵고, 가해자는 그 점을 악용하기 때문이다. 인천 강화군 개 농장 착취 사건도 비슷했다. 사회복지사가 그에게 이곳을 떠나고 싶은지 묻기 전까지 그에게 '집에 가고 싶냐'고 물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이제라도 생지옥 같았던 개 농장을 떠나게 되어 참 다행이지만, 한편으론 더 빨리 알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분명 기회는 많았다. 개 농장이 이렇게까지 커지기 전에 지자체에서 점검을 나왔다면, '노예처럼 보였다'는 이 남성에게 누군가 무슨 일인지 물었다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이제라도 그가 구출된 만큼, 수사를 통해 개 농장 주인이 언제부터 그를 착취한 것인지, 왜 그런 건지 등 해결되지 않은 의문들을 풀어야 한다.
조윤하 기자hah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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