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의 숨은 명산] 느릿느릿, 아슬아슬 아찔한 벼랑길

글·사진 김희순 광주샛별산악회 산행고문 2021. 7. 26.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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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마니아 위한 길..기존 슬로우 길과 조합하면 13km 이상 걸을 수 있어
완도 청산도 명품길 1코스
명품길 1코스 초소바위 부근은 먼 바다를 품에 안은 비경을 뽐낸다.
청산도靑山島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지구에 있는 섬이다. 신선이 산다 하여 선산도仙山島, 선원도仙源島라고도 불리며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전통문화 자산이 잘 보존되어 있다. 이러한 연유로 청산도는 2007년 아시아 최초로 ‘슬로우 시티Slow City’로 선정되었다.
슬로우 시티 운동은 1999년 이탈리아 중북부의 작은 마을 그레베에서 ‘느리게 살자’를 모토로 시작되었다. 세계적으로 ‘느림’의 공통 상징인 달팽이가 집을 지고 가는 모습처럼 청산도는 슬로우 시티 지정 후 ‘쉼’이 있는 걷기의 메카로 떠올랐다. 여의도 면적의 11배 크기인 섬의 구석구석을 11개 코스로 이은 42.195km의 ‘슬로우길’이 생겨 전국의 걷기 마니아에게 ‘꼭 한 번 걸어 봐야 할 길’로 손꼽히고 있다.
장기미해변은 청산도의 보물창고이며 어민들의 곳간이다.
남쪽 해안 부근에 볼거리 많아
청산도는 최고봉인 매봉산(387.7m)을 기준으로 남쪽 해안 부근에 기암괴석과 해식애가 발달돼 볼거리가 집중되어 있다. 완도군에서는 2011년 12월, 기존의 ‘슬로우길’과는 다른 성격의 등산 마니아를 위한 ‘명품길 1·2코스’를 새로 냈다.
섬의 해안 낭떠러지 길을 따라가는 경치와 스케일은 육지의 해변길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명품길 1코스는 장기미해변에서 시작해 권덕리 말탄바위까지 2.4km 거리고, 2코스는 신흥리에서 출발해 목섬 새목아지~장기미해변을 잇는다(약 7.1km). 여기에 기존에 있던 슬로우길을 연계하면 13km 이상의 코스를 만들어 걸을 수 있다.
특히 명품길 2코스는 ‘차마고도茶馬古道’와 비교할 정도로 아름다운 경치와 원초적인 스릴이 함께하는 길이다. 바다와 맞닿아 있어서 바람이 세찬 날에는 위험해 출입을 금한다. 해안절벽 구간에 안전시설을 보강하고 일부 코스를 재조정하면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명품 해안길 코스가 될 것이다. 이번 걷기를 안내한 완도군청 황상석(64)씨는 “입소문을 타고 명품길을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고 자랑했다.
명품길 1코스는 청계리에서 출발해 범바위~장기미해변~말탄바위를 지나 슬로우길 4코스와 만난 이후 낭길~서편제촬영장~도청항으로 길을 잇는 것이 좋다. 역순으로 도청항에서 출발해 청계리로 하산할 경우, 버스 운행이 불규칙해 육지로 나가는 배 시간을 맞추는 데 어려움이 있다.
장기미해변 직전에 있는 암반계류 계곡.
청산도 지키는 범바위
도청항에 내려 배 시간에 맞추어 대기하고 있는 공영버스를 타고 10분 정도면 청계리 범바위 입구에 닿는다. 이곳을 들머리로 트레킹을 시작한다. 범바위까지는 약 1.8km 거리로, 완경사를 따라 30분 정도 걸린다.
멀리서도 우뚝하게 보이는 거대한 암봉인 범바위는 청산도의 상징이다. 안내도에는 호랑이 형상과 전설을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으며, 과학적으로도 사람에게 좋은 기운을 주는 바위임에 확실하다. 그 이유는 범바위 일대가 ‘한국의 버뮤다삼각지대’라 불릴 정도로 자기장이 매우 강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지구 자기장은 온갖 우주선(방사능 광선)과 막강한 태양풍을 막아 준다. 즉 자기장 때문에 대기와 바다가 유지되고 생명도 번창한다. 그 강한 기운을 범바위와 장기미해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해도海圖에는 이 지역이 ‘자기장 이상 지역’으로 표시돼 있다. 이 해역을 지나는 어선에게 운항을 주의하라고 당부할 정도다.
청산도의 상징이자 센 기운의 자기장이 나오는 범바위.
범바위 앞에 있는 원형전망대를 ‘지구방위사령부’라는 콘텐츠로 꾸며 청소년들을 위한 관광자원으로 바꾸고, 호랑이 조형물 옆에는 지구방위대 피규어Figure를 설치해 스토리텔링하면 좋겠다는 상상을 해본다.
작은 범바위 옆 칼바위, 장기미해변으로 내려가는 길은 바다 조망이 좋다. 장기미해변에 닿기 직전 매봉산에서 생겨난 계곡을 만난다. 이 맑은 계곡물은 바다로 흘러들어간다.
장기미해변은 청산도의 보물창고다. 자기장이 강해 바위에 자석이 달라붙는 것을 관찰할 수 있으며, ‘공룡알해변’이라 부르는 몽돌해변의 빼어난 풍광으로 전국에서 사진작가들이 찾는다. 센 물살에서 자란 자연산 전복과 ‘바다의 보물’로 불리는 군소(바다달팽이), 자연산 홍합들은 청계리 주민들의 곳간이다.
칼바위에서는 멀리 상도, 여서도 풍광이 한눈에 보인다.
아찔하면서도 스릴 있는 낭떠러지 길
장기미해변에서 출발하는 명품길 1코스는 4~5부 능선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벼랑길이다. 굽이 길을 돌 때마다 해풍을 맞고 자란 고운 야생화의 자태를 마주하고 감탄사를 연발한다. 초소바위 인근도 풍경이 아름다운 곳 중 하나다. 가까이로는 상도象島, 멀리로는 여서도麗瑞島까지 한 폭의 그림엽서처럼 펼쳐진다. 얼핏 봉화대처럼 보이는 담벼락은 군 초소가 있던 자리다. 바다에서 보면 ‘멸공’이라는 글자가 보인다.
말탄바위에 오르면 범바위와 명품길 1코스 전체가 조망된다. 일망무제 푸른바다는 어떤 철학 같은 것이 느껴질 정도다. 말탄바위에서부터 슬로우길 4코스와 합류한다. 권덕리 해안 방풍림을 지나면 1.9km 거리의 ‘낭길’구간이 이어진다. ‘낭길’은 낭떠러지 길을 말한다.
바다를 옆에 두고 걷는 낭길은 고도차가 거의 없는 3~4부 능선길로 조붓하다. 당리삼거리를 지나면 숲을 벗어나고 ‘봄의 왈츠’ 드라마 세트장과 영화 ‘서편제’ 촬영지를 차례로 지난다. ‘따순기미’는 ‘따뜻한 곳’이란 뜻의 전라도 사투리로 ‘앞개’는 ‘마을 앞에 있는 포구’라는 뜻이다.
장기미해변 너럭바위 전망대. 건너편 해안은 명품길 2코스다.
산행길잡이
■도청항~버스(10분)~청계리 범바위 입구 하차~범바위~작은 범바위~칼바위~계곡~ 장기미해변~초소바위~말탄바위~OK펜션~낭길~갯돌해변~당리해변~당리삼거리(모정)~봄의 왈츠 촬영지~서편제 촬영지~당리 표지석~도청항(약 10.6km, 약 5시간 소요)
■도청항~버스(18분)~신흥리 하차~목섬 새목아지~명품길 2코스~장기미해변~명품길 1코스~말탄바위~낭길~갯돌해변~당리삼거리~서편제 촬영장~도청항(약 16km, 약 7시간 소요)
교통
완도여객터미널에서 청산도까지 07:00. 08:30, 11:00, 13:00, 14:30, 16:30, 18:00 운항. 요금 성인 기준 편도 7,700원. 50분 소요. 청산도 공영버스 요금 1,000원. 청산도 도청항에서는 06:50, 09:00, 11:30, 13:00, 14:30, 18:00 출항. 계절과 휴일 유무에 따라 배 시간이 달라지므로 청산농협 운송사업소(061-552-9385)에 출항 시간을 미리 확인해야 한다.

본 기사는 월간산 7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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