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도쿄] 무시 받고 있는 '여랑이', 무적함대에 발톱을 보여라

민준구 2021. 7. 26.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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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원 감독이 이끄는 ‘여랑이’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이 2008 베이징올림픽 이후 무려 13년 만에 올림픽 경기를 앞두고 있다. 첫 상대는 ‘무적함대’ 스페인. 버거운 상대이지만 주눅들 필요는 없다.

한국은 26일 오전 10시, 일본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2020 도쿄올림픽 여자농구 A조 스페인과 첫 경기를 치른다. 도쿄올림픽 최종예선에서 46-83으로 대패한 이후 1년 만에 재회다.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한국도 그리고 스페인도 많은 것이 달라져 있다. 한국은 전주원 감독, 이미선 코치가 지휘봉을 잡았으며 안혜지, 진안, 윤예빈, 박지현 등 새로운 얼굴들을 보유하고 있다. 스페인은 2019 FIBA 유로바스켓 MVP 아스토 은두르, 그리고 라켈 카레라 등이 한국과 처음 만난다.

객관적인 전력상 한국이 스페인에 크게 밀리는 건 사실이다. 스페인은 2021 FIBA 유로바스켓에서 8강 조기 탈락하며 몰락하는 듯했지만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였던 에이스 알바 토렌스의 합류로 다시 최강의 전력을 갖췄다. 도쿄올림픽이 열리기 전 치른 프랑스와의 평가전에서 대등한 결과를 내며 이전의 모습을 되찾았다는 평가다.

스페인은 장신 군단을 자랑하고 있다. 토렌스와 함께 원투펀치를 형성했던 마르타 사르게이(은퇴)는 대표팀에 없지만 은두르, 타마라 아발데, 로라 길, FIBA도 주목하고 있는 카레라까지 190cm대 장신 선수들이 즐비하다. 여기에 실비아 도밍게즈의 노련함, 백전노장 라이아 팔라우의 존재감은 대단하다.

2016 리우올림픽 은메달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최근 들어 전력 약화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하지만 스페인은 ‘스페인’이다.

외신 역시 스페인의 한국 전은 크게 다루지 않고 있다. 그들은 한국 전 승리는 당연하며 캐나다, 세르비아와의 경기가 결선 토너먼트 진출과 큰 연관이 있다고 한다. 스페인 전을 떠나서라도 한국은 박지수 외 강점이 없는 팀으로 분류되고 있다.

2010 FIBA 세계여자농구선수권대회 이후 메이저 대회에서 승리가 없었던 한국이기에 당연한 평가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객관적인 전력 열세는 극복할 수 있다. 마음속에 미리 자리하고 있는 패배의식을 지우고 가장 잘할 수 있는 플레이를 코트 위에서 보여준다면 말이다.

우리는 도쿄올림픽 최종예선 당시 중국이 스페인을 꺾었던 장면을 기억해야 한다. 모두가 패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중국의 승리는 놀라운 결과였다. 스페인의 명성에 기죽지 않았고 오히려 신장의 우세를 활용, 경기 내내 밀어붙였다.

당연히 승리할 것이라고 자만한 스페인은 중국의 만리장성 앞에 그대로 쓰러졌다. 1쿼터에 가해진 충격은 4쿼터까지 이어졌다. 세계 최강의 팀이라고 해도 자만 앞에 장사는 없었다.

지금의 스페인도 약점이 없는 팀은 아니다. 오랜 시간 유럽을 지배해왔던 주축 멤버 중 다수가 빠졌다. 사르게이를 시작으로 로라 니콜스, 안나 크루즈 등 베테랑들의 공백을 여전히 채우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박지수를 제외하면 전원 180cm대 빠른 가드, 포워드로 구성된 팀이다. 신장의 열세는 극복하기 힘든 부분이지만 스피드로 제압할 수 있다. 하프 코트 게임에선 승산이 없다. 아시아 최고의 센터 박지수가 있지만 그와 비슷한 신장의 선수가 많은 스페인 전에선 위력이 반감될 수밖에 없다.

더불어 스페인은 철저히 패턴 플레이와 하프 코트 게임을 선호한다. 그만큼 조직력에 대해 자신하고 있다. 굳이 정면 승부할 필요는 없다. 스페인이 완벽함을 추구하면 한국은 스피드로 변수를 만들어야 한다. 중국이 신장의 우위로 스페인을 무너뜨렸던 것처럼 한국 역시 가장 자신 있는 부분으로 상대해야 한다.

다행히 한국은 스피드에 강점을 가진 선수들이 많다. 스페인의 수비가 재정비되기 전에 림을 노릴 수 있는 킬러들이 존재한다. 전주원 감독 역시 이를 모를 리 없다.

정면 승부로 스페인을 넘기는 쉽지 않다. 대표팀 선수들을 저평가하는 것이 아닌 냉혹한 현실이 그렇다. 그렇다고 해서 패배가 당연해질 경기도 아니다. 기죽지 않고 긴 시간 준비한 것으로 당당히 맞선다면 객관적인 전력차도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올림픽이다.

# 사진_점프볼 DB(한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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