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비 불만 커지자 중국 공산당 "국영수 학원 금지"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2021. 7. 2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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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영수 사교육 업체 돈벌이 금지, 사교육 광고도 사실상 막아
"숙제는 학교에서, 60분 안에 끝내라" "온라인 수업은 오후 9시 이후 금지"
국유화 수준 급진적 대책에 중국 교육 시장 투자한 외국 기업 피해 우려
6월 8일 중국 베이징의 한 가오카오(대학 입학 시험) 수험장에서 시험을 마치고 나온 수험생들을 가족, 친척들이 맞이하고 있다./EPA 연합뉴스

중국 당국이 사교육을 사실상 금지하는 초강력 대책을 내놨다. 학원비 부담이 저출산의 원인으로 꼽히자 중국공산당(중공)이 “학원은 돈을 벌어선 안 된다”는 메가톤급 정책을 들고 나온 것이다. 중국 교육 기업의 주가가 폭락하면서 투자자들은 피해를 봤고 중국 교육에 투자한 외국 기업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당·정 최고기관인 중공중앙위원회와 국무원 판공청은 24일 ‘의무교육 단계 학생 숙제·외부 학습 부담 감소에 관한 의견’을 발표했다. 의견은 중국에서 사교육을 사실상 금지하는 내용이다. 중국 당국이 내놓은 사교육 대책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으로 꼽힌다.

이 정책에 따르면 앞으로 국·영·수 학원처럼 학교 외부에서 중국어, 수학, 영어 등 학과 과목을 가르치는 사교육 기관에 대한 신규 허가가 중단된다. 기존 학원들도 심사를 거쳐 ‘비영리기구’로 등록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사교육으로는 돈을 벌 수 없다는 뜻”이라며 “실제 등록 허가를 내주지 않는 방식으로 기존 사교육 시장을 정리할 것 같다”고 했다. 체육·예술 등 ‘비(非)학과 교육기관’의 경우 돈을 벌 수 있지만 이에 대한 심사가 대폭 강화된다. 방학이나 휴일에는 학원 수업도 할 수 없다.

이번 대책에는 학생들에게 ‘해외 교육 과정’ 제공을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중국 내 영어 사교육의 경우 교재 대부분을 해외에서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교재 수입 등을 통해 중국 사교육 시장에 투자했던 한국 등 해외 투자자들은 이번 중국 정책에 따라 막대한 피해를 볼 것으로 보인다. 국·영·수 관련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교육 기업의 경우 증시 상장, 은행 차입을 할 수 없다. 사교육 콘텐츠의 광고도 사실상 금지된다. 사교육 기업의 영리 활동을 막는 이런 내용 때문에 이번 조치를 두고 “사교육 업체에 대한 숙청” “사교육 시장의국유화” 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이 숙제 때문에 부모까지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자 학교 숙제도 세세히 규제하기로 했다. 한국의 초등학교에 해당하는 소학교 1~2학년은 숙제가 금지되고, 소학교 3~6학년은 평균 완성 시간이 60분 이하, 중학교 학생에게는 90분 이하인 숙제만 낼 수 있다. 숙제는 원칙적으로 집이 아니라 학교에서 해야 하고 부모가 학생 숙제를 거들거나 평가하지 못하도록 했다. 온라인 강의에 대해서도 “학생 시력을 보호해야 한다”며 세세한 규정을 내놨다. 예를 들어 매 강의는 30분을 넘지 못하고 강의와 강의 사이의 간격이 10분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오후 9시 이후에는 온라인 강의를 할 수 없다는 규정도 있다.

중국 당국은 학원비 부담이 저출산의 원인으로 지적되자 올 초부터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준비해왔다. 최근 급성장한 중국 사교육 기업들은 영어, 수학뿐만 아니라 전문 교사를 온라인으로 연결해 학교 숙제를 지도해 주고 있다. 이 때문에 “돈 있는 집 아이들은 비싼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들고 다니며 온라인 수업을 듣는데 가난한 집 아이는 학교 숙제도 따라가기 힘들다”며 교육 빈부격차에 대한 불만이 커졌다.

중국 당국은 베이징, 상하이, 웨이하이 등 9개 도시에서 시범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후 전국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한국 전두환 정부 당시 과외 금지 정책을 내세웠지만 불법 과외를 양산했던 것처럼 중국 당국의 이번 조치가 사교육의 음성화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시진핑 국가주석의 관심사항인만큼 중국에서 사교육 자체가 존립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예상보다 강력한 대책이 나오자 미국 등 해외 증시에서 중국 사교육 기업의 주가가 폭락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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