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망신" MBC 올림픽 중계 논란에도..당장 징계 못한다
도쿄올림픽 개회식 생중계 도중 우크라이나, 아이티 등 국가소개에 부적절한 그래픽과 자막을 사용한 MBC에 대한 고강도 제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아예 올림픽 중계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하지만 징계를 논의할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6개월째 온전히 구성되지 못한 채 개점휴업 상태여서 징계가 언제 이뤄질지 조차 불투명하다. 이 때문에 대형 방송사고에 대한 제재가 흐지부지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세계적인 행사인 만큼, 외교적 문제와도 연결돼 있기 때문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상호 이해와 협력, 국제 평화라는 올림픽 정신에도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문제가 된 장면들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SNS를 통해 퍼지면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MBC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자체적으로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MBC는 24일 입장문을 통해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영상 자료 선별과 자막 정리 및 검수 과정 전반에 대해 철저히 조사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엄정한 후속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MBC는 앞서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도 일부 국가에 대한 비하 자막을 사용해 중징계를 받은 바 있다. 당시 MBC는 개회식 중계에서 카리브해의 케이맨제도를 소개하며 '역외펀드를 설립하는 조세회피지로 유명', 차드에 '아프리카의 죽은 심장', 짐바브웨는 '살인적 인플레이션', 키리바시는 '지구온난화로 섬이 가라앉고 있음' 등 올림픽 정신과 맞지 않는 부정적 자막을 사용해 물의를 빚었다. 이에 같은해 9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법정제재인 '주의' 조치를 내렸다.
프로그램 법정제재 내역은 매년 방송통신위원회가 실시하는 방송평가 보고서에 반영된다. 이는 3년마다 실시하는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심사에 자료로 쓰인다. 방심위에서는 방송프로그램의 법 위반 정도가 중하다고 판단될 때 법정제재를 내릴 수 있는데, △주의는 1점 △경고는 2점 △관계자징계는 4점 △과징금은 10점이 감점된다.
청와대는 지난 23일 공석이던 5기 방심위원으로 정연주 전 KBS 사장 등 7인을 위촉했다. 다만 정 전 사장 위촉에 반발한 국민의힘이 야당 몫 위원 2인 추천을 거부하면서 방심위가 완전체의 모습을 갖추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 전 사장과 함께 김유진 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 옥시찬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윤성옥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이광복 전 연합뉴스 논설주간, 정민영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 황성욱 전 방심위 상임위원을 5기 방심위원으로 위촉했다.
방심위의 심의 기능은 관행상 9인이 모두 위촉돼야만 본격가동된다. 방심위원은 국회의장이 원내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해 추천한 3인, 국회 소관 상임위가 추천한 3인을 포함해 대통령이 9인을 위촉한다. 현재 7인만 위촉된 '반쪽 출범'이기 때문에 사실상 심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심의가 늦어질수록 제재의 실효성은 줄어든다. 보통 방송심의는 일주일에 1번 열리는데, 현재 쌓여 있는 안건이 1만건에 육박하다보니 위원회가 정상 운영되면 매일 심의를 해야 한다. 때문에 제대로 된 심의를 기대하기 어렵다. 게다가 방송 종료후 수개월이 지난 사안에대해 제재함으로써 국민적 관심도가 떨어진 상태여서 실효적 제재가 이뤄지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방심위 안팎에선 방심위가 민간 독립기구인데도 여야간 나눠먹기식 인선 구조 탓에 매번 파행을 반복하는 만큼 업무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기 위원 구성 때까진 전임 위원의 임기가 연장되도록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일부 위원만으로 부분적으로 안건 심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역시 지난 3월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어차피 지금 방심위원 임기는 위촉되는 날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관행상 동시 출범이었지만, 필요하다면 의사정족수만 맞춰 일부 위원들끼리 (방심위를) 출범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면서 "결국 추천은 국회 몫이다. 국회가 빨리 위원 추천을 완료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호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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