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처럼 어두운 시대에 밝게 빛난 이들의 이야기"
이호재 기자 2021. 7. 2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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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오랫동안 살았고, 지금도 종종 이야기를 나누곤 하는 제 할머니를 생각하며 소설을 썼어요." 22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최은영 작가(37)는 27일 펴내는 첫 장편소설 '밝은 밤'(문학동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번 소설은 지연이 해안가의 작은 도시 '희령'으로 이사한 뒤 20년 넘게 연락 없이 지내던 자신의 할머니와 만나 가까워지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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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편소설 '밝은밤' 낸 최은영 작가
"오랫동안 날 키운 할머니 생각하며 우리나라 여성 4대의 삶 조명..
이름없는 누구의 '처'나 '엄마'대신 '여성주의적' 언어 선택하려 노력"
"오랫동안 날 키운 할머니 생각하며 우리나라 여성 4대의 삶 조명..
이름없는 누구의 '처'나 '엄마'대신 '여성주의적' 언어 선택하려 노력"
“저와 오랫동안 살았고, 지금도 종종 이야기를 나누곤 하는 제 할머니를 생각하며 소설을 썼어요.”
22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최은영 작가(37)는 27일 펴내는 첫 장편소설 ‘밝은 밤’(문학동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번 소설은 지연이 해안가의 작은 도시 ‘희령’으로 이사한 뒤 20년 넘게 연락 없이 지내던 자신의 할머니와 만나 가까워지는 이야기다. 최 작가는 이 글을 쓰는 데 어린시절 자신을 오랫동안 키워준 할머니와의 기억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했다. 그는 “지금 아흔이 넘은 내 할머니는 일제강점기, 6·25전쟁을 겪으며 한 평생 고생을 한 이야기를 하시곤 하지만 난 겪지 못한 이야기라 마치 설화처럼 느끼곤 했다”며 “할머니는 어떻게 살았을까, 그 시대 여성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궁금해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했다.
남편과 이혼한 뒤 서울을 도망치듯 떠난 지연은 할머니에게 증조할머니, 할머니,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까지 이어지는 우리나라 4대 여성의 삶을 돌이켜본다. 그가 경험하지 못한 과거를 쓴 이유를 묻자 그는 “어떤 사람들은 과거는 중요하지 않고 미래 지향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난 과거를 조명하는 일이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겪은 분들의 구술을 모은 책과 논문을 찾아보며 에피소드를 만들고 디테일을 채워나갔다”고 말했다.
소설에서 지연은 모계 혈족을 뜻하는 접두사 ‘외’를 뺀 채 증조할머니와 할머니를 호칭한다. 지연이 증조할머니와 할머니의 이름을 계속 언급하는 작법에서 작가의 시각이 드러난다. 그는 “여성주의 소설이란 여성이 많이 등장하는 작품을 뜻하기보단 여성의 시각에서 쓰는 소설을 의미하는 것 같다”며 “항상 여성주의적 시각으로 인물을 그리고 언어를 선택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그는 “소수자나 여성을 소외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글을 쓰면 여성의 이름을 지우고 누구의 ‘처(妻)’나 ‘엄마’로 부르지 않게 된다”며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기준이 10년, 20년이 지나면 낡은 것이 될 수 있지만 지금은 최대한 제 가치관으로 글을 쓰고 싶다”고 했다.
소설집 ‘쇼코의 미소’(문학동네), ‘내게 무해한 사람’(문학동네)으로 증명된 서정적이고 섬세한 그의 문체와 시선은 이번 장편소설에서도 반짝인다. 사찰의 향 냄새, 계곡의 이끼와 물 냄새, 항구를 걸어가며 맡았던 바다 냄새를 통해 할머니와의 옛 추억을 기억하는 주인공의 독백이 담긴 문장은 독자를 여름의 한가운데로 살며시 이끈다. 2019년 봄부터 지난해 봄까지 1년간 슬럼프에 빠져 글을 쓰지 못했다는 그에게 이번 소설의 의미를 묻자 그는 눈을 반짝이며 답했다.
“한동안 머리가 고장 나서 소설뿐 아니라 실용적인 글도 못 썼어요. 친구에게 ‘언어 기능이 고장 난 것 같다’고 울면서 토로할 정도였다니까요. 그러다 인생이 유한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평소 쓰고 싶었던 장편소설을 써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써야 한다고 마음먹고 ‘으아’ 하면서 힘을 내고 글을 썼죠. 바다에서 표류하던 제가 소설 속 주인공들처럼 치유돼 육지에 도달한 기분입니다. 밤처럼 어두운 시대에 힘들게 살았지만 다른 사람을 사랑하면서 밝게 빛난 이들을 조명하고 싶어 소설 제목을 ‘밝은 밤’이라고 지었죠.”
22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최은영 작가(37)는 27일 펴내는 첫 장편소설 ‘밝은 밤’(문학동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번 소설은 지연이 해안가의 작은 도시 ‘희령’으로 이사한 뒤 20년 넘게 연락 없이 지내던 자신의 할머니와 만나 가까워지는 이야기다. 최 작가는 이 글을 쓰는 데 어린시절 자신을 오랫동안 키워준 할머니와의 기억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했다. 그는 “지금 아흔이 넘은 내 할머니는 일제강점기, 6·25전쟁을 겪으며 한 평생 고생을 한 이야기를 하시곤 하지만 난 겪지 못한 이야기라 마치 설화처럼 느끼곤 했다”며 “할머니는 어떻게 살았을까, 그 시대 여성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궁금해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했다.
남편과 이혼한 뒤 서울을 도망치듯 떠난 지연은 할머니에게 증조할머니, 할머니,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까지 이어지는 우리나라 4대 여성의 삶을 돌이켜본다. 그가 경험하지 못한 과거를 쓴 이유를 묻자 그는 “어떤 사람들은 과거는 중요하지 않고 미래 지향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난 과거를 조명하는 일이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겪은 분들의 구술을 모은 책과 논문을 찾아보며 에피소드를 만들고 디테일을 채워나갔다”고 말했다.
소설에서 지연은 모계 혈족을 뜻하는 접두사 ‘외’를 뺀 채 증조할머니와 할머니를 호칭한다. 지연이 증조할머니와 할머니의 이름을 계속 언급하는 작법에서 작가의 시각이 드러난다. 그는 “여성주의 소설이란 여성이 많이 등장하는 작품을 뜻하기보단 여성의 시각에서 쓰는 소설을 의미하는 것 같다”며 “항상 여성주의적 시각으로 인물을 그리고 언어를 선택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그는 “소수자나 여성을 소외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글을 쓰면 여성의 이름을 지우고 누구의 ‘처(妻)’나 ‘엄마’로 부르지 않게 된다”며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기준이 10년, 20년이 지나면 낡은 것이 될 수 있지만 지금은 최대한 제 가치관으로 글을 쓰고 싶다”고 했다.
소설집 ‘쇼코의 미소’(문학동네), ‘내게 무해한 사람’(문학동네)으로 증명된 서정적이고 섬세한 그의 문체와 시선은 이번 장편소설에서도 반짝인다. 사찰의 향 냄새, 계곡의 이끼와 물 냄새, 항구를 걸어가며 맡았던 바다 냄새를 통해 할머니와의 옛 추억을 기억하는 주인공의 독백이 담긴 문장은 독자를 여름의 한가운데로 살며시 이끈다. 2019년 봄부터 지난해 봄까지 1년간 슬럼프에 빠져 글을 쓰지 못했다는 그에게 이번 소설의 의미를 묻자 그는 눈을 반짝이며 답했다.
“한동안 머리가 고장 나서 소설뿐 아니라 실용적인 글도 못 썼어요. 친구에게 ‘언어 기능이 고장 난 것 같다’고 울면서 토로할 정도였다니까요. 그러다 인생이 유한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평소 쓰고 싶었던 장편소설을 써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써야 한다고 마음먹고 ‘으아’ 하면서 힘을 내고 글을 썼죠. 바다에서 표류하던 제가 소설 속 주인공들처럼 치유돼 육지에 도달한 기분입니다. 밤처럼 어두운 시대에 힘들게 살았지만 다른 사람을 사랑하면서 밝게 빛난 이들을 조명하고 싶어 소설 제목을 ‘밝은 밤’이라고 지었죠.”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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