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고문 된 "앞으로 2주"..정책 신뢰도 '흔들'

서혜미 2021. 7. 25.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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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거리두기 상향에 따른 '뚜렷한 목표 지점'을 제시하지 않고 '앞으로 2~3주 더'를 반복적으로 요청하면서,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 수도권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수도권에 거리두기 4단계를 2주간 적용한다고 발표하면서 "'짧고 굵게' 끝내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제로 2주는 거리두기의 효과를 평가하기에 짧은 시간이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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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세계 대유행]거리두기 단계 상향 뒤 연장 반복
뚜렷한 목표 안밝혀 호응도 저하
"기간 아닌 완화조건 제시를" 지적
정부가 수도권에서 시행 중인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조처를 2주 더 연장한다고 밝힌 지난 23일 서울 시내 한 식당에 ‘코로나 4단계로 임시휴업합니다’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거리두기 상향에 따른 ‘뚜렷한 목표 지점’을 제시하지 않고 ‘앞으로 2~3주 더’를 반복적으로 요청하면서,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신뢰를 잃을수록 거리두기 참여 효과가 떨어져, 자영업자 등의 고통 감내가 길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그간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조정은 통상 2~3주 간격으로 이뤄지곤 했다. 먼저 ‘2주’라는 검토 단위가 나오게 된 것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최대 잠복기간이 14일이란 데서 비롯했다. 이 기간에 거리두기 강화로 접촉을 줄인다면 이론적으로 감염 전파를 차단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 수도권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수도권에 거리두기 4단계를 2주간 적용한다고 발표하면서 “‘짧고 굵게’ 끝내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제로 2주는 거리두기의 효과를 평가하기에 짧은 시간이라고 지적한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감염내과)는 “거리두기 강화 뒤 전파 차단이 되고 있는지, 유행이 정체 상태인지, 확진자가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이 큰지를 평가하려면 2주로는 부족하다”고 짚었다. 앞서 방역당국이 “하루하루의 상황 분석이 중요하다”면서, 해당 거리두기 종료가 임박할 때까지 대체로 말을 아꼈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문제는 정부가 내건 ‘짧고 굵게’란 메시지가 시중에서 실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인식되면서, 거리두기 정책에 대한 신뢰도와 참여도가 점차 약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아무개씨(54)는 “지난해 겨울부터 늘 그랬기 때문에 이번에도 2주만 4단계를 할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고 말했다. 직장인 정아무개(29)씨도 “어차피 거리두기가 연장될 거라고 생각해서 주변 사람들도 인원 제한에 맞춰서 모임을 할 뿐이지, 약속 자체를 다음으로 미루거나 취소하는 노력은 덜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4차 유행은 3차 유행 이후 지역사회에 장기간 누적된 숨은 확진자와 전파력이 더 강력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촉발된 것이다. 여기에 휴가철 이동량 증가와 여전히 낮은 편인 예방접종률 현황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할 때 애초부터 2주간 4단계 거리두기를 한다고 해서 급격한 확진자 감소를 기대하긴 어려웠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애초에 4단계 거리두기의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어떤 경우에 연장하고 어떤 경우에 그만둘 생각이었는지 명확하지 않았다”며 “끝이 보이지 않으니 시민 호응도가 떨어지고, 호응도가 떨어져 거리두기를 계속해야 하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도 “차라리 기간을 정하기보다 거리두기 단계를 완화할 수 있는 조건을 내거는 게 더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수도권 4단계를 2주 더 연장하면서, “지난 2주간의 고강도 조처에 의해 확산을 진정시키진 못했지만, 확진자의 급증세를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었다. 그 효과를 계속 이어가 앞으로 2주, 확실하게 확산세를 꺾기 위한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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