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년 뒤 거대 태양, 지구 파멸시키고 다시 생명체 품는다

이정호 기자 2021. 7. 25.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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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해 지구에서 80광년 떨어진 우주에서 발견된 백색왜성(밝은 빛덩어리)과 주변을 공전하는 목성 크기의 행성 상상도. 백색왜성 주변에서 행성이 발견된 사상 첫 사례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공
100배 커진 ‘적색거성’ 끝나면
거주 가능 ‘백색왜성’으로 변해

50억년 뒤 태양이 지금보다 100배 부풀어 ‘적색거성’이 되면 지구는 파국을 피할 수 없지만, 수십억년의 세월이 다시 흐른 뒤에는 새로운 생명체가 나타날 만한 환경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의 과학매체 라이브사이언스는 지난주 영국과 아일랜드 연구진이 영국 천문학 학술지인 ‘왕립천문학회 월간공지’를 통해 적색거성이 된 태양은 강한 ‘태양풍’을 내뿜어 지구를 초토화시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고 전했다.

태양은 앞으로 50억년 뒤 빛과 열을 만드는 연료인 수소가 소진하면서 덩치가 크게 부푼 적색거성이 된다. 지름이 현재보다 100배 커지면서 수성과 금성을 삼키고, 지구도 잠식하거나 용광로처럼 달굴 가능성이 크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시기를 전후한 태양은 지금보다 훨씬 강한 태양풍까지 토해내면서 지구 생명체를 확실하게 소멸시킨다. 태양풍은 전기적인 성질을 띤 전자와 양성자 같은 입자인데, 주변 행성의 대기를 벗겨내는 ‘칼날’ 역할을 한다. 지구는 현재 자체적으로 생성하는 자기장으로 태양풍을 막고 있다. 하지만 적색거성이 된 태양 앞에서도 지구를 지키려면 자기장 세기가 현재의 1000배는 돼야 한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흥미로운 건 재앙은 불가피하지만 태양계에선 새 희망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태양은 적색거성 단계가 끝나면 수십억년에 걸쳐 덩치가 지구만큼 쭈그러들면서 약한 빛과 열을 내는 ‘백색왜성’이 된다. 그때까지 살아남아 형체를 보존한 태양계 행성이 있다면 다음 문제는 태양풍이지만 연구진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봤다. 백색왜성에선 태양풍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생물체가 살 수 있는 ‘거주가능 구역’이 백색왜성을 중심으로 새롭게 짜일 것이라는 얘기다.

현재 인류는 백색왜성 주변을 도는 행성을 우주에서 4개 발견했다. 이번 연구가 태양계의 미래를 가늠하는 것은 물론, 죽음의 폐허를 딛고 희망의 싹을 틔운 미지의 행성에서 외계생명체를 발견할지도 모른다는 기대로 번지는 이유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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