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집콕에 폭염까지..여름철 정전을 걱정하는 이유 [찌릿찌릿(知it智it) 전기 교실]

손성호 | 한국전기연구원 선임연구원 2021. 7. 25.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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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몇 주 전 저녁 시간에 아내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던 참이었다. 갑자기 집 안의 전기가 전체적으로 들어왔다 나가기를 두세 번 반복하다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는 일이 생겼다. 에어컨과 전등 외에 전력 소모가 큰 가전제품을 사용하고 있지 않은 상태였고, 집 안의 분전함을 살펴봐도 괜찮은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상했다. 다음날 관리실에 층별로 관리되는 외부 차단기를 살펴봐 달라고 요청했다. 아니나 다를까. 오래된 차단기의 부품 일부가 녹아내린 상태였다.

마침 재택근무라 차단기를 교체하러 오신 분과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아파트의 변압기는 건설 당시에 설치한 용량 그대로인데, 가구별 전기 사용량은 계속해서 늘고 있기 때문에 전력 수요가 높아지는 여름철이 되면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실제로 재작년에는 단지 내 일부 동에 정전이 발생해 불편함을 겪은 적도 있다.

며칠 후, 승강기 게시판에는 가정 내 에어컨과 전기레인지의 사용을 자제해 달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하지만 강제성 없는 캠페인 차원의 조치이기 때문에 주민들이 얼마나 행동을 바꿀 것인지는 미지수다. 아파트 단지 같은 공동주택은 종일 냉장고가 돌아가고, 전기밥솥이나 전기레인지를 사용해 요리를 한다. 에어컨을 가동해 더위를 식히고 싶은 시간대도 거의 비슷하다.

가정에서의 전기 사용량은 편의성이나 쾌적성 등 삶의 질을 높이는 것과 대체로 양의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 세탁건조기, 식기세척기, 전기레인지, 공기청정기, 의류건조기 등이 기존 노동력을 대체하거나 생활을 편리하게 해준다. 현대인의 생활은 전기에너지를 사용하는 가전제품의 사용에 상당히 익숙해져 있다.

특히 지난해 국내 가전제품 시장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집콕’ 현상에 힘입어 TV 및 에어컨 등 대형 가전제품군은 14%, 전기레인지 등 주방가전은 20%나 성장했다고 한다. 게다가 코로나19 4차 유행으로 재택근무와 원격수업이 다시 도입되고,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집에 머무는 사람의 수와 그들의 거주 시간도 자연스레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요즘 지구촌 북반구를 위협하고 있는 폭염이 더해지면, 이번 여름의 가구별 전력 사용량은 예상보다 많이 늘어날 수 있다. 이미 장마 이후 날씨가 무더워지기 시작한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해당 기간의 공급 예비율은 10%대까지 떨어졌다. 이는 예비력 기준으로 8.8~9.6GW인데, 이 값이 5.5GW 이하가 되면 전력수급경보가 발령되기 시작한다.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40조 1항에 따르면 주택에 설치하는 전기시설의 용량은 전용면적 60㎡ 기준으로 가구별 3㎾ 이상이며, 10㎡ 증가할 때마다 0.5㎾를 추가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이 조항은 꽤 오래전인 1998년에 개정된 것이다. 전력통계 정보시스템에서 제공하는 한국 인구 1인당 소비전력량 변화를 살펴보면, 2000년에 5000kWh를 초과한 이후 계속 증가해 2018년에 2배인 1만kWh에 도달했다. 만약 오래전에 지어진 아파트 단지들이 변압기 용량에 충분한 여유를 두지 않는다면 동시간대에 부하가 집중되는 경우에 정전이 발생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모든 상황이 아직 많이 남은 여름 동안의 전력수급이 걱정되는 이유다.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기초적인 절전 생활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실내온도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사용 시간 외에는 TV나 컴퓨터의 플러그를 뽑아놓는 등의 작은 행동 하나가 내 집과 이웃의 정전을 예방하는 첫걸음이라는 점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손성호 | 한국전기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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