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일기 닮은 교표 바꾸자" 팔 걷어붙인 아이들
주민 투표·디자인 공모 '스스로'
[경향신문]
전남의 한 초등학교 학생과 주민들이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가 연상되는 학교 교표를 직접 변경했다.
일제강점기에 문을 연 이 학교는 100년 가까이 해당 교표를 교기 등에 사용해 왔다.
25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전남 해남 산이초등학교는 최근 학교 상징으로 사용해 왔던 교표를 바꾸기로 결정했다.
학교 교표 교체는 지난 5월 학생들의 문제제기로 시작됐다. 매월 1회 전교생이 모두 모여 진행하는 학생 자치활동인 ‘전교생 다모임’에 참석한 6학년 학생이 강당에 걸린 교표를 보고 “일본의 욱일기랑 비슷하다”는 의견을 낸 것이다.
일제강점기인 1927년 개교한 이 학교는 94년 동안 산 위로 솟아오르는 붉은 아침 햇살 모양의 교표를 사용해 왔다. 이는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와 비슷하다. 욱일기는 일본 국기인 일장기의 붉은 태양 주위에 욱광(旭光·아침 햇살)이 퍼져나가는 모양을 덧붙여 형상화했다.
학생과 교사들은 ‘교표 제작 태스크포스’를 만들었다. 교표에 대해 조사한 결과 정확한 제작연도는 기록으로 남아있지 않았지만 광복 때까지 교장 4명이 모두 일본인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김순애 교장은 “문양과 당시 상황을 봤을 때 개교 때부터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학생들은 이 같은 내용을 학부모와 주민들에게 알리며 교표 교체 작업에 참여시켰다.
지역 주민의 대부분이 산이초 졸업생인 만큼, 주민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교표 교체 소식을 들은 주민 김모씨는 “모교인 초등학교의 교표가 일제 잔재였다는 사실에 놀랐다. 학생들이 나서서 문제를 지적하고 교체하게 돼 뿌듯했다”고 말했다.
새 교표 디자인 공모도 진행했다. 지난 2일까지 진행된 교표 디자인 공모에는 학생과 학부모, 지역 주민 등 47명이 참여했다.
6개 작품을 추려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선호도 조사도 진행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온라인 투표도 병행했다. 투표에는 주민 125명이 참여했다.
새 교표는 학교운영위원회를 거쳐 2학기부터 사용될 예정이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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