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국민 88%' 지급..지급기준 제각각에 '사회적 편가르기' 논란 우려

은진 2021. 7. 25.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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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선별지원 방식을 놓고 당정 간 줄다리기를 벌였던 재난지원금(국민지원금)이 국민 88%에게 1인당 25만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소득 하위 80%' 기준은 그대로 두되,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 범위가 확대돼 실질적으로 지원금을 받는 대상이 늘어나는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지급안이 확정됐지만, 소득은 물론 가구 특성에 따라 각각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 데다, 고가 주택이나 금융소득을 보유한 자산가는 제외하는 등 기준이 제각각이어서 '국민 편가르기'라는 사회적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2021년 2차 추가경정예산안 배정계획안'에 따르면 이번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은 당초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합의한 '소득 하위 80%'선을 기본으로 한다. 소득 하위 80%는 중위소득 180% 수준으로 환산되는데, 세전으로 2인 가구 월 556만원, 3인 가구 717만원, 4인 가구 878만원, 5인 가구 1036만원, 6인 가구 1193만원 정도가 '커트라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에 한해서는 우대 기준을 적용한다. 1인·맞벌이 가구 특성상 월 소득이 높게 잡히더라도 주거·육아에 들어가는 고정비용이 높아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맞벌이 가구는 소득 기준(지난해 건강보험료 납부 기준)을 따질 때 가구원이 1명 더 있는 것으로 환산된다. 이에 따라 4인 가구 기준으로 맞벌이 부부의 월 소득 합산책이 1036만원 이하이면 재난지원금을 받게 된다. 1인 가구는 연 소득 5000만원(월 416만원) 이하면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재난지원금을 받는 대상은 우리나라 전체 가구수 대비 87.8% 수준으로 늘어난다. 가구수는 1856만 가구에서 2034만 가구로 178만 가구 늘고, 인구수 기준으로 보면 4136만명에서 4472만명으로 336만명 증가한다.

소득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일정 금액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사람은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범정부 태스크포스(TF)는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중 공시가격 15억원(시세 21억원) 넘는 주택을 소유하거나, 연 금융소득이 2000만원 이상인 경우를 '컷오프'로 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직장 가입자의 경우 소득만 따져 건보료를 정하기 때문에 소위 '월급쟁이 자산가'가 재난지원금 대상으로 포함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코로나19 피해가 적은 고소득층에게는 지원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선별지원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소득·자산을 기준으로 '커트라인'을 정하면 단돈 1만원 차이로 재난지원금 대상이 갈리는 상황이 발생한다. 월 877만원을 받는 외벌이 4인 가구는 1인당 25만원씩 총 10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받지만, 이보다 1만원 많이 버는 가구는 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원금 수령 여부에 따라 일시적으로 소득이 역전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재난지원금 재원을 국세 수입으로 마련해놓고, 납세액이 많은 고소득층에는 지급하지 않는 것이 조세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세청이 발간한 '2020 국세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9년 소득 상위 10%가 전체 근로소득세의 72.5%를 납부했다. 상위 10%가 신고한 소득세 결정세액 총액은 2조9800억원에 달했다. 종합소득금액을 기준으로 한 분위별 신고현황을 보면 2019년 상위 1%가 전체 종합소득세의 50.1%를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이 전 국민도 아니고, 지원이 꼭 필요한 소득 하위 30% 등 저소득 계층도 아니어서 '명분도, 실효도 없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 교수는 "정부 말대로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면 처음부터 하위 30%만 지원하는 선별 정책을 폈어야 했다"며 "재난지원금을 거의 90% 가까이 주면서 코로나19 피해 계층에 대한 양극화 해소를 위한 것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은진기자 jine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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