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논쟁에 '문심' 공방까지..호남·친문에 갇힌 여당 경선

박홍두 기자 2021. 7. 25.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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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가 한반도 통합한 적 없었다" 이재명 인터뷰 발언 놓고
이낙연·정세균 '호남 비하' 맹공..일부선 지역주의 조장 지적
이낙연·김경수 통화 공개에 이 지사 측 "문심 오해시켜" 비판

[경향신문]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이 ‘호남’과 ‘친문’ 민심 잡기에 치중되면서 후보들 간 상호비방전이 심해지고 있다. 연일 서로의 ‘과거 언행’을 놓고 맞부딪치던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등의 신경전이 해묵은 지역감정과 친문 지지 논쟁으로까지 번지며 충돌하는 양상이다.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측은 24~25일 ‘호남’과 ‘친문’이라는 주제로 정면충돌했다. 호남 출신인 이 전 대표가 이 지사의 “한반도 5000년 역사에서 백제 쪽이 주체가 돼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때가 한 번도 없었다. (이 전 대표가) 이긴다면 역사라고 생각했다”는 인터뷰 발언을 문제 삼고 나섰다. 이 전 대표는 ‘백제’라는 단어를 지목해 “영남 역차별 발언을 잇는 중대한 실언”이라며 “국가지도자가 되겠다는 분의 시곗바늘이 한참 뒤로 돌아갔다”고 직격했다. 호남이 삼국시대 백제 영토라는 점을 들어 이 지사의 발언이 ‘호남 비하’라고 공격한 것이다.

호남 출신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25일 이 지사를 향해 “꼴보수 지역 이기주의의 역사인식이며 확장력을 출신 지역으로 규정하는 관점은 일베(극우보수 커뮤니티)와 같다”고 맹공했다. 박용진 의원은 “삼국시대 수준의 논쟁으로 뒷걸음질 치는 경선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이 전 대표 측이 지역주의를 조장하지 말자면서 되레 망국적 지역주의를 조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두관 의원도 “‘이 전 대표가 승리하면 새로운 역사가 된다’고 당선을 기원한 것을 호남불가론으로 둔갑시켰다”고 지원했다. 영남 출신 후보들이 공동 전선으로 맞선 모습으로도 해석됐다.

‘드루킹 사건’ 유죄를 확정받아 재수감을 앞둔 친문 핵심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놓고서도 설전이 벌어졌다. 이 전 대표 캠프 상황본부장인 최인호 의원이 2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김 전 지사가 이 전 대표에게 ‘(문재인) 대통령님을 잘 지켜달라’고 당부했고, 이 전 대표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잘 모시겠다’고 화답했다”고 소개하면서다. 이어 “김경수, 이낙연, 문 대통령, 당원들은 하나가 됐다”고 했다.

이 지사 측 김남국 의원은 “일부러 ‘문심’이 여기 있다는 식으로 오해하게 하려고 한 것”이라며 “대통령을 경선에 끌어들이는 것이 과연 대통령을 지키는 일인가”라고 역공했다. 다른 후보 진영 관계자들도 “대놓고 김 전 지사를 활용한 친문 마케팅이 아니면 뭐냐”고 말했다.

친문과 호남이라는 ‘당심’에 호소하기 위한 후보들의 전략이 상호비방전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말꼬리 잡기’ 정도나 흑색선전식의 공세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4·7 재·보궐 선거 참패에서 보듯이 지나친 당심 전략은 민심과 점점 괴리될 수 있다”며 “지금 민심이 원하는 건 서로 친문·호남을 놓고 싸우는 게 아니라 부동산 등 정책 경쟁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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