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수학 - 서지 랭 [이영의 내 인생의 책 ①]

이영 | 국민의힘 의원 2021. 7. 25.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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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이 구원일 때가 있다

[경향신문]

넉넉지 못한 가정 형편이었다. 중학생이 되던 해, ‘뺑뺑이’로 8학군 학교에 진학했다. 과외가 필수였고 매번 명품 검사라는 것을 했다. 책상에 즐비한 옷가지와 신발들이 압수되었는데, 나는 왜인지 몰랐다.

서울여상에 원서를 쓰기로 한 날, 어머니와 담임 선생님의 면담이 길어졌다. 그날 밤 걱정 섞인 부모님의 대화는 싸움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난 8학군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텅 빈 운동장을 뒤로하고 매일 오후 10시까지 도서관에 갇혀 있어야 했다. 감옥처럼 느껴졌다. 그래서였을까? 몸이 많이 아팠다. 결국 휴학하게 됐다. 친구들이 학교에 간 뒤 텅 빈 동네에 혼자 남아 많은 생각을 했다.

장학금이 제공되는 대학을 가야 했다. 원하던 학교가 아니었다. 그마저도 전기에 떨어졌다. 후기로 대학을 진학했지만 그저 장학금을 받기 위해 다녔다. 낭만의 캠퍼스는 나와 무관했다.

국비로 공부할 수 있는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리고 <대수학(Algebra)>을 만났다. 대수학을 공부하는 동안 현실의 방황이 멈추어지기 시작했다.

수식으로 가득 차 어떠한 모순과 불안정함도 존재하지 않는, 논리적으로 가장 완벽한 세계에서 나는 안정감을 찾기 시작했다.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홀로 있어도 외롭지 않았다.

현실이 아닌 수학이라는 추상에 몰입했던 시간 동안, 내 삶이 방황에서 벗어나 또렷한 현실로 역전환 되는 신비로운 경험을 했다. 미지수 χ를 구해가듯, 청춘이라는 미지를 헤매던 혼란의 시간을 넘어 나를 찾게 된 것이다.

많은 시간이 흘렀다. 나의 <대수학>은 의원실 한편에 꽂혀 있다. 흔들리고 혼란스러웠을 때 몰입이라는 위대한 힘으로 상황을 정리할 수 있음을 알려 준 인생의 벗이 거기에 있다.

이영 | 국민의힘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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