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받는 ESG경영] '발등의 불' 된 ESG.. 기준은 제각각, 기업은 우왕좌왕

박정일 2021. 7. 25.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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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단체 현대건설사업 비난 광고
현대건설 "환경기준 강화한 기술"
이어 석탄관련 사업 배제 공식화
글로벌 ESG 흐름 경영압박 극심
"국내외 다른 평가기준 기업 애로"
주요 기업 국내외 평가기관 ESG 등급 비교. <전국경제인연합회 제공>
국내 ESG 평가지표 종합등급 순위 비교. <출처=이인형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SG 평가 체계 현황과 특성 분석'.

'아이오닉이 아니라 아이러닉?'

호주의 한 환경단체가 친환경차를 생산하면서 화력발전소를 짓는다며 글로벌 유력 경제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전면광고를 내고현대자동차그룹을 공격했다. 현대차그룹 계열인 현대건설이 최근 베트남 '꽝짝1'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공사를 수주하자 환경단체가 이를 중단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도) 경영이 국내 기업에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과거 기업의 사회적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 강조되던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달리 글로벌 경제에서 ESG 경영이 강조되면서 ESG에 조금만 의구심이 들어도 국제 환경단체와 소비자 단체의 공격 대상이 되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이 그만큼 글로벌화 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이제 ESG 경영이 그저 단순히 보고서나 홍보활동으로만 그치는 게 아니라 직접적인 경영의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기업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호주 환경단체 마켓 포시스는 23일(현지시간)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전면광고를 내고 "현대가 더러운 석탄발전소를 지으면서 지속가능성을 내세울 수는 없다. 현대차와 현대건설은 석탄사업을 중단함으로써 진심으로 기후를 고려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현대차그룹 계열인 현대건설이 지난달 일본 미쓰비시, 베트남1건설공사와 함께 베트남 중부 꽝빈성에 석탄화력발전 EPC(설계·조달·시공) 사업자로 선정된 것을 비판한 것이다. 마켓 포시스는 기후솔루션, 청소년기후행동 등 국내외 환경단체들과 함께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국·영문 서한을 지난 19일 현대건설에 보냈다.

이에 현대건설은 지난 22일 해당 단체들에 "현지 환경기준보다 강화된 초초임계압 발전기술을 입찰 조건으로 반영해 발주를 진행했다"고 답신을 보냈다. 이어 23일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고 향후 국내·외 석탄 관련 투자, 시공 사업에 있어 신규 사업 참여를 전면 배제하기로 결정한 내부 방침을 공식화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환경단체들 뿐 아니라 각국 정부와 자본시장에서도 기업을 상대로 ESG 경영 압박을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연합(EU)이 2026년부터 '탄소국경세(CBAM)'를 전면 도입하기로 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후보 당시 이를 공약 중 하나로 내세운 바 있다. 우리 정부도 작년 말 관련 논의의 필요성을 처음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이에 주요 대기업들은 속속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내놓는 등 ESG 경영 행보를 대내·외에 알리고 있으며, SK그룹은 국내 업계 최초로 'SK탄소감축인증센터'라는 자체 시스템을 구축했다.

문제는 이름만큼이나 모호한 ESG 국내·외 기준이 제각각이라 기업들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국내 매출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ESG평가기관이 매긴 등급을 비교한 결과 전체 7단계 가운데 평균 1.4단계, 최대 5단계까지 차이가 난다고 밝힌 바 있다.

전경련에 따르면 현대제철로 예를 들면 레피니티브(구 톰슨로이터)는 AA등급을 매긴 반면 MSCI(모건스탠리캐피털 인터내셔널) CCC 등급을 매겼다. 이는 평가항목과 기준이 모두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외국계 평가기관들의 국내 업체에 대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환경(E)만 보더라도 외국계인 MSCI의 평가 기준은 '기후변화, 천연자원, 오염·폐기물, 환경적 기회'였고,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은 '환경전략, 환경조직, 환경경영, 환경성과, 이해관계자 대응' 등으로 서로 상이했다. 외국계 업체들 간에서도 각 항목별로 적잖은 지표 차이가 나타났다.

이인형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국계 ESG 평가업체인 KLD와 이노베스트(양사 모두 MSCI가 인수)의 사회적 책임 접근 방법론을 비교하며 "KLD는 기업이 발산하는 외부효과 그 자체를 절대적으로 측정하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이노베스트는 투자 포트폴리오 구축 맥락에서 기업이 속한 산업군의 특징과 시가총액 등을 고려해 표준화된 점수를 통해 상대적 평가 체계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국내에서도 기업들의 지속가능 활동에 대한 의무 공시가 시행될 예정"이라며 "한국형 지표 개발의 표준을 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제 논의 동향에 당사자로 참여해 우리의 이해를 대변하고 정합성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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